아마도 현재까지 ’’브릿팝의 차세대 선두주자’’로 이들을 언급하는데 큰 반대는 없을 듯 하다. 하지만, 비교는 비교일 뿐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음악’’ 인 것이다.
1998년부터 여러 장 EP와 끊임없는 라이브 공연으로 인지도를 넓혀가던 이들은 결국
보컬의 팝적 선율(hook)과 몽환적인 기타사운드를 전면에 앞세워 청자의 귀를 잡아끈다.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예상할 수 있는 첫 트랙 ’’Don’’t Panic’’이 끝나면, 첫 싱글로 영국 차트 30위권 진입이라는 성공을 거둔 전형적인 기타 팝 넘버 ’’Shiver’’가 나온다. 어쿠스틱 기타의 공간감이 돋보이는 ’’Spies’’ 는 본작에서 가장 정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전진하는 기타 스트로크와 멜로디 라인이 인상적인 ’’Yellow’’ 는 싱글 차트 10위 이내에 들어가는 히트를 기록했고, 잠시 쉬어가는 타이틀곡 ’’Parachutes’’이 끝나면 흘러나오는 ’’High Speed’’에서는 드림 팝, 슈게이징 사운드의 영향을 감지할 수 있다. 후렴구의 반복으로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선보이는 ’’Everything’’s Not Lost’’와 깔끔한 마무리가 돋보이는 히든 트랙’’Life is For Living’’까지 앨범은 이들의 첫 정규 앨범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수작들로 가득하다. 특히 기타, 베이스, 드럼에 피아노만을 첨가하여 이런 풍부한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대단한 것이다. 밴드는 위에 언급한 ’’거물’’들의 영향들을 초월해서 자신들만의 음악을 창조해낸 것이다. 라디오헤드가
언제나 하나의 음악이 폭발한 후에는 그것을 보편적인 코드로 정착시키는 ’’안정’’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니르바나(Nirvana) 이후의 그런지 록의 득세,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이후 하드코어의 약진 등이 이것을 설명해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콜드플레이는 라디오헤드 이후에 두드러진 ’’개인적인 감상주의’’에 기반을 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말이 그들만의 고유한 색깔이 없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록 예술은 혁명적이며 이전 세대와의 단절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콜드플레이의 앨범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때로 록에는 편안함과 휴식을 주는 기능도 있다. 따뜻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콜드플레이의 앨범은 바로 이 점에서 빛을 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