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듀오 다프트 펑크도 록 그룹에서 일렉트로니카로 옷을 갈아입은 밴드다. 하지만 라디오헤드와 다른 점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무명이었을 때 변신했다는 점이고, 그 때가 테크노가 대중 음악의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을 무렵이라는 것이다. 모험이 아닌 시대 상황을 잘 간파하여 등장한 걸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눈치 빠른 듀오는 미국의 디스코와 하우스 위에 펑크(Funk)를 접목시켜 1990년대 중.후반 전세계 클럽 신을 열광시키며 클럽 음악의 혁신자로 단숨에 떠올랐다. 그들의 이름을 전세계로 전파시킨 스매시 히트 싱글 ‘Da funk’가 대표적이다.
어린 시절부터 막역한 친구 사이였던 기이 마뉴엘 드 오멩 크리스토(Guy-Manuel de Homem-Christo, 1974년 생)와 토마스 방갈테르(Thomas Bangalter, 1975년 생)는 달링(Darling)이라는 밴드 명으로 각자 기타와 베이스를 연주하며 위대한 록 밴드의 되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프랑스의 록음악의 전반적인 부분에 회의를 느낀 그들은 당시 즐겨 찾던 댄스 클럽에서 흘러나오는 전자 음악에 매료되어 테크노 듀오 다프트 펑크로 탈바꿈했다. 데뷔 앨범도 발표하기 전에 공개한 일렉트로 펑크(Funk) 싱글 ‘Da funk’가 지구촌의 클럽 가를 휩쓸면서 듀오는 일약 테크노 신의 뉴 페이스로 떠올랐고, 곧 이어 메이저 레이블 <버진(Virgin)>과 음반 계약을 체결하는 초고속 행진을 했다.
2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1997년 밴드의 데뷔작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시절부터 로봇에 의해 조종당해온 클러버(Clubber)들은 듀오의 ‘Revolution 909’, ‘Da funk’, ‘Around the world’ 등의 수록곡들과 쉽게 공유했고, 세계적으로 네트워크화 시켰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은 영원히 인공지능으로 살아갈 것 같은 다프트 펑크를 조금씩 ‘인간’으로 만들어갔다. 1집 이후 4년이 지난 올해 내놓은 두 번째 작품
프랑스 차트 정상을 차지한 첫 싱글 ‘One more time’은 하우스 싱어 로만소니(Romanthony)가 참여한 댄스 팝이며, 사랑스러움이 넘쳐나는 ‘Digital love’는 다프타 펑크식 러브 송이다.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는 1980년대 유로 댄스를 회상케 하며, ‘Something about us’는 흑인의 냄새가 베어있는 리듬 앤 블루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