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프로듀서를 만난 김건모는 데뷔 앨범부터 히트곡을 터트리며 성공가도를 달린다. 첫 싱글인 이승철의 ‘잠도 오지 않는 밤에’를 샘플링한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와 ‘첫인상’은 방송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으며 다음에 나온, 레게 열풍의 주역인 ‘핑계’가 들어 있는 2집은 그를 명실상부한 최고의 가수로 만들었다. 이어 나온
그는 3번째 앨범으로 최정상의 경지에 오른다. 음반 판매는 공식 집계상 250만장 이상이 팔려 기네스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으며, 연말엔 우리 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상을 다 받았다. 장기간 사랑을 받은 ‘잘못된 만남’과 ‘드라마’, ‘넌 친구, 난 연인’ 등이 계속해서 구매욕을 자극했으며 앨범의 전곡은 라디오를 두들겼다. 이 총공세는 그의 비상의 최절정 이였고 동시에 가요계가 시장성이라는 인프라를 구축한 이래 최대치였다. 그러나 그는 이 후유증으로 김창환과 결별해야 했으며 애석하지만 10대 시장을 더 이상 좌지우지 할 수 없는 위치로 내려앉았다.
그의 음악은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봐도 좋다. 김창환의 손에서 달아난 그는 직접 자신의 색깔을 음악에 집어넣고자 애썼다. 4집에선 ‘스피드’를 제외한 모든 곡들을 예전의 달콤함에서부터 격리시켰고 그의 5집에서 선보인 성인 취향의 권진원과 같이 부른 ‘오늘처럼 이렇게’, ‘Rainy Christmas'', ‘이 빠진 동그라미’ 등은 갑작스럽고 낯설기는 했지만, 분명한 성숙의 시작이었다. 댄스풍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나 비디오 클립으로 콘텐츠 산업화 장관상을 받은 ‘자유에 관하여’에서 조차도 그의 음악은 과거를 상기시키지 않았다.
그는 6곡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면서 비로소 스타의 왕관을 내려놓고 음악이라는 지휘봉을 잡았다.
6집은 들으면 들을수록 애착이 가는 A/C 계열의 음악들로 채웠다. 박진영이 작곡과 랩을 맡은 ‘괜찮아요’, 이문세가 듀오로 참여한 ‘가재와 게’, 피아노 반주에만 맞춰 읊조리는 완전한 자기만의 곡 ‘야상곡’, 프로듀서 웨인 린지가 편곡하고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가 브라스로 참여한 ‘부메랑’, “But I''m sorry"의 뜻이 담긴 ‘버담소리’ 등이 그러하다. 그는 30대가 된 자기 자신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건음프로덕션을 차리고 제작자로도 출발을 했다. 그리고 스튜디오 모우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음반과 번개라는 밴드의 음반을 제작했다. 또한 김광석의 추모 앨범에 ‘그녀가 처음 울던 날’로 참여하고 이문세의 13번째 앨범에 ‘여인의 향기’로 듀엣을 부른 그는 최근 김정민의 솔로 앨범에 곡을 주기도 하는 등의 활동을 보이며 출중한 프로듀서로가 되기 위한 길을 꾸준히 가고 있다. 하지만 팬들의 뇌리에는 좋은 것뿐만 아니라 한때 탈세혐의와 재미동포의 협박으로부터 시달린 것도 기억하고 있다.
“단순히 유행을 좇아가지 않겠다. 한국에서 나 같은 고참들이 해야할 일은 우리 가요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그가 여러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는 음악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우리는 앞으로 계속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