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코어의 선두에 있던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이하 RATM)’과 그런지 진영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왔던 ‘사운드가든(Soundgarden)’의 만남은 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1990년대 록음악계 절대강자들의 핏줄을 그대로 이어받은 ‘오디오슬레이브’는 족보대로 맹수의 포효를 그대로 담아낸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2001년 5월 크리스 코넬이 잭 데 라 로차를 떠나보낸 RATM의 나머지 멤버들과 함께 활동하기로 공식 발표했지만,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데뷔 앨범이 발매되기도 전에 코넬이 탈퇴하고 여기에 데모 음반까지 인터넷에 유출되면서 좌초위기까지 몰렸다. 이들의 음악을 오매불망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큰 실망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하지만 크리스 코넬이 복귀하면서 음반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대중들 앞에 그 첫 번째 작품을 선보였다. < Audioslave >의 첫 싱글 ‘Cochise’는 빌보드 모던 록 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톰 모렐로를 대변하는 스페이시한 기타 사운드와 크리스 코넬이 토해내는 울분은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다. 2005년 5월에 선보인 < Out Of Exile >의 싱글로 커트된 ‘Be yourself’는 높은 기대치를 억지로 만족시키는 정도의 준작이었다. 이 두 작품은 이미 전 세계적인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두 밴드에 대한 ‘이름 값’에는 분명 미치지 못하였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듬해 세 번째 이자 결과적으로 마지막이 된 < Revelations >은 밴드의 분기충전이 느껴진 작품. 공연 때마다 팬들의 테스트를 통해 검증된 곡들을 위주로 녹음을 했다.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얻은 ‘Original fire'는 코넬의 음울하고 거친 보컬보다 찰진 연주를 앞세운 트랙이었다. 탐 모렐로가 < 롤링 스톤 >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레드 제플린이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를 만난 음악”이라는 말이 실증한다. 선 굵은 하드록과 탄력이 넘치는 그루브가 유기적으로 융합했다.

2007년 크리스 코넬은 개인 활동과 음악적 견해 차이를 이유로 팀을 떠났다. 남은 멤버들은 RATM으로 컴백했다. 2009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RATM은 영국 내에서 화제 집중이었다. ‘Killing in the name’이 1위에 오른 것이다.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인 엑스-펙터(The X-Factor)의 가수들이 4년 연속 크리스마스 차트를 독식한 거대 음반업계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된 운동이 그 결과를 낳았다. 소셜 네트워크의 힘이었다.

2010년 사운드가든은 해체 13년 만에 새 싱글 ‘Black rain'을 포함한 베스트 앨범 < Telephantasm >으로 재결합을 알렸다. 최근 영국과 토론토에서 공연을 가졌고 기타리스트 킴 테일(Kim Thayil)에 의하면 2011년 7월 현재 앨범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거물의 집합체로 시작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기약했다. 오디오슬래이브의 음악은 RATM과 사운드가든의 노선 중 어느 한쪽에 무게감을 두지 않았다. ‘하드코어’와 ‘그런지’라는 상이한 조합에 대한 의문부호는 당연한 것이었다. 두 가지 요소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조합했다기보다 어딘지 모를 부조화가 잔존했다. 명성에 거는 기댓값이 너무도 큰 탓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간 상황에서 그들의 식지 않은 열정이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과 ‘사운드가든’에서도 계속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