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우리에게 막 알려지기 시작한 제임스 블런트는 사실 지난해 10월부터 첫 싱글 ‘High’로 자신의 명함을 홍보했다. 영국에선 올 1월 발표됐지만, 미국 시장엔 7월에 출시, 최근에 와서 주류 궤도에 승선했다. 음반이 나오기가 무섭게 차트를 호령하는 스타급과 달리 그의 성공은 그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셈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을 위협하는 영국의 유명인사가 됐다.
올해 28세의 제임스 블런트는 출신 성분이 다분히 이색적이다. 그는 뮤지션이 되기 이전에 4년 간 군에서 20대 젊음을 불살랐다. 바로 직업 군인이었다. 지난 1999년 나토 평화유지군의 자격으로 코소보 내전에 참전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음악을 향한 애정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군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그의 옆에는 늘 기타가 따라 다녔고, 그는 전장에서도 기타를 치며 간간히 노래도 만들었다. 그 결실이 <Back To Bedlam>에 담겨 있다.
영국 햄프셔에서 태어난 제임스 블런트는 브리스톨 대학에 다니던 중 대령이던 부친의 권유로 장교로 임관했다. 아버지의 군인 정신이 아들에게 승계된 셈이다. 때문에 그가 4년 간 입고 있던 군복을 벗겠다고 했을 때 집안의 반대는 엄청 심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블런트의 답변을 들어보자. “이제 가족들은 일등 팬이에요. 솔직히 말해 어머니는 나의 첫 번째 스토커가 됐죠”
코소보 내전의 현장에서 바라본 쓰린 기억의 파편들을 제임스 블런트는 생애 첫 음반 <Back To Bedlam>에 리얼하게 담았다. 결국 음반은 영국 차트 1위를 차지했고, 콜드플레이의 3집
군에서 전역한 2002년부터 그는 영국의 작은 클럽을 전전하며 그간 축적해왔던 음악 에너지를 소비했다. 그 무렵 우연한 기회로 만난 린다 페리가 그의 음악에 매료됐고, 곧바로 음반을 내자고 제안을 했다. 이후 그는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가 프로듀서 팀 로스록과 첫 음반에 들어갈 수록곡의 녹음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2004년의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제임스 블런트의 데뷔작 <Back To Bedlam>은 린다 페리의 레이블 커스터드(Custard)에서 출시됐다.
2005년 영국을 강타한 화제의 신인이다. 제프 버클리, 엘리엇 스미스, 데이비드 그레이, 데미안 라이스 등 영미 포크 록 귀재들의 음악과 흡사하다. 자연스레 영국의 감성에 충만한 곡들에 서구 평단과 대중의 양측에서 호평이 이어졌다. 영국의 포크 록 전통을 계승할 채비는 완벽하게 끝마쳤다. 이제 지구촌 음악 팬들의 환호성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