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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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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이스(Anais)
데뷔/결성 : 2005년
활동시기 : 2000대
솔로
- DATE : 2009/01 | HIT : 6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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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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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이스는 까미유(Camille)와 함께 현재 프랑스 대중 음악계에 ‘신선하고도 놀라운’ 활력을 집어넣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이다. 그녀의 노래는 에디뜨 삐아프(Edith Piaf)로 대표되는 정통 프랑스 샹송과는 거리가 멀다. 기타와 이펙터 페달에 의지해, 연극 무대에서 모놀로그를 하듯 읊조린다. 흐느끼며, 소리지른다. 포크, 블루스, 랩, 하드록, 개러지 록, 헤비메탈, 샹송 등을 자신의 영토로 편입시켜 즐겁고 유쾌하게 한바탕 잔치를 연다. 활기 없는 전통이 아닌 팔딱팔딱 살아 움직이는 ‘신상’이다.
페르시아어로 ‘사랑의 여신’을 뜻하는 아나이스는 1976년 프랑스 동부 그르노블(Grenoble)에서 아나이스 크로스(Anais Croze)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을 배웠고, 배우를 꿈꾸며 연기 연습도 했다.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99년 록 밴드 어뻐썸(Opossum)에서 리드 보컬과 베이시스트로 몸담으면서부터. 국내는 물론이고, 스위스, 독일 등지를 다니며 200여 차례 공연을 했고, 내공을 다졌다.
2002년 그룹을 탈퇴한 아나이스는 2005년 솔로 데뷔 음반 < The Cheap Show >를 발표했다. 그녀의 앨범은 제목 그대로 ‘싸게 만든 쇼’였다. 어느 날 소극장에 팬들을 초대했고, 기타와 잼맨 풋 페달(Jamman Foot Pedal)만을 들고 무대에 올랐다. 사운드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고, 가끔 코드 진행도 틀리고, 튜닝도 제대로 안됐지만, 상관없었다. 사랑의 여신이 아니었던가! 관중들은 황홀경에 빠졌다. 거의 홍보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라이브 데뷔 음반은 45만장이나 팔려나갔다. 유튜브에서 아나이스의 라이브 동영상을 보면 왜 프랑스 음악 팬들이 그녀의 매력에 흠뻑 녹았는지 대번 이해가 간다.
뻔뻔할 정도의 위트와 조롱, 터프함과 예술성, 미니멀리즘이 한데 뭉뚱그려져 있다. 그녀는 주디 갈란드(Judy Galand)의 예술성, 제리 리 루이스(Jerry Lee Lewis)의 거친 면모, 시적인 가사로 유명한 미국 뉴욕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브렌다 칸(Brenda Kahn)의 조소, 캐나다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피치스(Peaches)의 미니멀리즘, 화이트 스트라입스(White Stripes)의 개러지와 블루스 록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십대들의 불장난에 대해 노래한 ‘Mon Coeur Mon Amour’, 인종문제에 대한 ‘Elle Sort Qu'avec Des Blacks’, 우울증과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La Vie Est Dure’ 같은 곡들이 잘 말해준다.
데뷔작 성공 이후 아나이스는 곧바로 2집 작업에 들어갔다. 2008년 말에 발표된 소포모어음반 < The Love Album >은 사랑에 대한 갖가지 감정을 강력한 복고풍 스트레이트 록 사운드에 실어 내고 있다. 고릴라즈(Gorillaz)의 앨범 작업을 했던 일본계 미국 힙합 프로듀서 댄 더 오토메이터(Dan The Automator)가 전체 사운드 조율을 맡아 1970년대 록 기저를 유지하면서 탱고, 라운지, 샹송 등 다양한 주변 소리들을 끌어들였다. 미국의 실력파 노장 가수이자 배우인 크리스 아이작(Chris Isaak)과 듀엣으로 부른 ‘Si J'avais Su Que Notre Amour’, 영어 노래 ‘I Love You’ 등이 주목할 만하다.
196,70년대 세르쥬 갱스부르(Serge Gainsbourg)가 일궈낸 ‘샹송의 재정립’은 잠시 주춤하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부터 벤자망 비올레(Benjamin Biolay), 에밀 씨몽(Emilie Simon), 까미유, 그리고 아나이스 같은 젊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새롭게 규칙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 규칙이란 샹송계의 이단아가 이미 전범을 보인바 있듯 ‘세상과의 소통’이다. 와인에 담겨져 있는 샹송이 아닌 보드카, 위스키, 맥주 같은 다양한 술과 목을 축이며 ‘활짝 열려있는’ 샹송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 흐름의 한 가운데에 바로 아나이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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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 안재필(rocksacrific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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