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픽션은 이국적인 비주얼과는 대립된 대중적인 팝 록 사운드로 인디 부흥기에 방점을 찍은 밴드였다. 거품이 끼었나 싶을 정도로 다수의 그룹들이 메인스트림으로의 진입을 엿보던 호기로운 시절을 한참 지난 지금도 이들은 한국 록의 ‘중간보스’ 역할을 탄탄히 하고 있다.

이들도 처음부터 한 팀을 이루고 있지는 않았다. ‘OHN’란 이름을 달고 7년 동안 활동한 해랑과 동욱, ‘멍키 헤드’ 출신의 호진, 자두의 멤버였던 강두와 함께 ‘Loop’에 몸담았던 천기 등 각 멤버들은 이미 홍대 클럽 등지에서는 잔뼈가 굵은 멤버들이었다. 그러다 21세기에 돌입함과 동시에 짧게는 7년에서 길게는 9년의 방랑을 마치고 트랜스픽션을 결성하게 되었다.

1년 반 동안 생계유지를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시작했던 음악작업은 순탄치 않았다. 각 멤버들의 취향이 이견을 보인 탓이었다. 그렇게 힘든 라면 피킹의 시절을 지나 2002년 10월에 드디어 조화점을 찾은 첫 정규작 < Transfixion >이 빛을 보게 되었다.

하드록과 모던록을 절묘하게 융합해 자신들만의 것으로 탄생시킨 이 앨범은 이들 최대의 히트곡인 ‘내게 돌아와’를 쏘아올리며 데뷔와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서태지가 주최한 록 페스티벌 < ETPFEST >의 전야제 행사에 참여했고, 이승환의 전국투어 무대에 게스트로 서는 등 오버와 인디를 그들의 이름처럼 ‘관통’하기 시작했다.

단독콘서트까지 성황리에 마친 이들은 3년간의 긴 공백을 거쳐 1980∼90년대의 록 스타일을 녹여낸 2집 < Hard & Heavy >를 발표했다. 또한 월드컵을 맞아 응원 곡으로 내놓은 ‘승리를 위하여’가 많은 인기를 얻게 되면서 이들의 주가는 절정을 맞았다. 한해를 각종 행사와 공연에 참여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고, 이에 힘입어 같은 해 11월 록 밴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디지털 싱글 형식의 ‘My jina’를 발매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2006년 마지막 날 후지 TV 주최로 열린 < 2006~2007 New Year 樂 Festival >에 참여, 여러 한·중·미·일 록 그룹들과 일본 전파를 탔으며, 2007년 5월에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두 곡을 수록한 싱글 < Show >를 발매했다. 9월에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 즐거운 인생 >에 카메오로 출연하며 색다른 커리어에도 도전해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이들은 이듬해에 < Revolution >을 발매하며 다시금 새로운 음악활동의 활로를 개척하였다. 좀 더 서정적이고 팝 적인 요소가 가미된 세 번째 앨범과 함께 다시 한 번 월드컵 응원가 ‘The shouts of reds’를 취입하며 그들의 건재를 알렸다.

올해로 그룹 결성 10주년을 맞는 트랜스픽션은 4월에 싱글 ‘One’과 3.5집 < Never Say Goodbye >로 새 정규작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들의 본거지나 다름없었던 클럽 < 롤링홀 >역시 15주년을 맞아 집 안팎으로 경사스러운 2010년이 지나가기 전에 이들은 10주년 기념 공연을 펼칠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꾸준한 활동을 펼쳐 온 이들에게 고마움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