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자리를 비운 4년 동안 세상이 그토록 많이 변할 거라는 것을. 아니다. 아닐 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녀는 훨씬 일찍부터 타로와 별자리를 보고 미래를 예언했을 지도 모른다. 1980년대 중반 캐나다의 어린이 TV프로그램에 아역 배우로 출연할 때부터, 1990년대 초반 댄스 가수로 활동했을 때부터 뉴밀레니엄 시대의 음악 지도는 이럴 것이다라고.

앨라니스 모리세트는 신보 <Under Rug Swept>에서 자신의 휴지기 동안에 달라진 음악 환경에 어떻게 하면 적응하고 살아남을까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또한 은근히 뭔가 큰 것을 분명히 기대하고 있을 평론가들과 팬들에 대한 부담감도 털어놓고 있다.

그것은 그녀가 1995년 메이저 데뷔작 <Jagged Little Pill> 단 한 장의 앨범으로 확보한 얼터너티브 록 스타로써, 페미니즘의 우먼파워로써, 그리고 90년대 최고의 여성 보컬리스트로써의 지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총체적인 질문이다.

일단 모리세트는 자신을 향해 부풀어지고 있는 압력의 팽창을 '홀로 서기'를 통해 해소시켰다. 그녀는 1995년 1집과 3년 뒤인 1998년에 내놓은 2집 <Supposed Former Infatuation Junkie>에서 작곡과 프로듀스에 깊숙이 관여하며 자신을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만들어준 글렌 발라드(Glen Ballard)와 전격 결별했다. 이는 작곡/작사는 물론이고, 프로듀스까지 직접 해내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자 한 결단이다.

하지만 결과는 안개길이다. 글렌 발라드와 헤어졌지만, 글렌 발라드는 여전히 존재한다. '21 things I want in a lover'는 데뷔 앨범의 거친 록 필을 그대로 본받았고, 'Precious Illusions'는 소포모어 음반의 부드러움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댄스 가수였던 모리세트를 얼터너티브 로커로 변신시킨 글렌 발라드의 파급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잘 말해주는 예이다.

그러나 'That particular time'의 지독한 아름다움이나, 'Narcissus'에서의 명랑한 모던 록은 새로운 변화를 위한 모리세트의 첫 발걸음이다. 'Hands Clean', 'Flinch', 'Utopia' 등도 인상적이고 매력적이다. 선율은 귀에 척척 감기고 사운드는 세련돼있다.

또한 이전 작품들에서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선정적인 스토리에서부터 종교적인 구원에까지 극과 극을 달리던 노랫말은 남녀 관계로 테마를 옮기며 서서히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옛 매니저와의 관계를 고백하는 'Hands clean', 무조건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Utopia', 남자와 여자 사이의 복잡 미묘한 일상을 묘사한 'That particular time', 'Surrendering' 등이 그것이다.

조금 덜(Less), 아니면 조금 더(More). 지금 앨라니스 모리세트는 이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어떤 모습이 가장 자신만의 색깔인지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섣불리 판단을 내릴 필요가 없다. 그녀가 갈 방향을 정 할 때까지 그저 지켜보면 되는 것이다.

-수록곡-
1. 21 Things I Want in a Lover (Morissette) - 3:28
2. Narcissus (Morissette) - 3:38
3. Hands Clean (Morissette) - 4:32
4. Flinch (Morissette) - 6:03
5. So Unsexy (Morissette) - 5:09
6. Precious Illusions (Morissette) - 4:11
7. That Particular Time (Morissette) - 4:22
8. A Man (Morissette) - 4:34
9. You Owe Me Nothing in Return (Morissette) - 4:58
10. Surrendering (Morissette) - 4:35
11. Utopia (Morissette) - 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