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의 네 번째 음반 <So-Called Chaos>는 제목과 달리 혼란스럽지 않다. 오히려 이전의 앨범들보다 밝고 긍정적이며 잘 정돈되었다. 물론 징징거리는 일렉트릭 기타의 청각적 분노나 차분히 읊조리거나 비음으로 폭발하는 그녀의 보컬은 변함없지만 포장 속에 들어있는 그 내용물은 대조를 이룬다.

많은 이들은 전작 <Under Rug Swept>으로 실패의 쓴잔을 경험한 그녀가 좀 더 내면으로 침잠하는 어두운 작품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을 했지만 2004년 봄에 나타난 앨라니스 모리셋의 4집 앨범 <So-Called Chaos>는 환하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캐나다 출신의 배우인 그녀의 연인이 있다. 그로 인해서 앨라니스의 음악에 대한 시각과 인생철학은 전환점을 맞은 듯 하다. 'You oughta know'의 냉소적인 애증이나 'That I would be good', 혹은 'Thank u'처럼 관조적인 노래를 불렀던 여전사는 이제 사랑을 느끼는 '부드러운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것을 한 번에 알려주는 곡이 머리 곡으로 채택된 'Everything'이다. '나는 당신이 만난 사람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재미있고 가장 멋진 여성'이라는 가사는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그녀의 다소곳한 모습이다. 또한 '이성 친구와는 더 이상 연락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에게 맞추기 위해 나의 취미를 바꾸겠어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지 않겠어요'라는 'Spineless'는 최근 앨라니스가 겪은 순종적인 경험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는 곡이다.

반면 'This grudge' 등은 이전처럼 사회에 대한 그녀의 불만과 반항을 담아냈으며 앨범 타이틀 트랙 'So-called chaos'는 혼잡한 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은 우리들의 일탈을 그려냈다.

빈틈을 주지 않는 사운드와 멜로디가 상승효과를 이룬 'Excuses', 인도의 전통 현악기인 시타르를 사용해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힌 'Knees of my bees', 자신이 직접 키보드를 연주한 'Not all me', 그리고 'This grudge' 등은 이 앨범의 중심 트랙이다.

'영혼의 파트너'라고 칭송했던 프로듀서 글렌 발라드(Glen Ballard) 대신 예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존 섕크스(John Shanks)와 함께 혼란스럽지 않은 혼돈을 이야기한 <So-Called Chaos>는 <Jagged Little Pill>이 친숙한 기존 팬들과 새롭게 그녀의 음악을 접하는 낯선 신세대 팬들에게 동시에 어필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비록 이것이 상업적으로 연결되지 않더라 하더라도 앨라니스 모리셋은 그러한 문제에서 초연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제 진정한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수록곡-
1. Eight easy steps
2. Out is through
3. Excuses
4. Doth I protest too much
5. Knees of my bees
6. So-called chaos
7. Not all me
8. This grudge
9. Spineless
10. Every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