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니 이안 “에이치” 와트킨스(Ian “H” Watkins)와 클레어 리차즈(Claire Richards)는 스텝스(Steps) 시절부터 그들의 눈빛은 달랐던 것 같다. 남녀간의 애틋한 감정을 떠나 손발이 잘 맞았다고 할까?

1998년에 결성된 스텝스(Steps)가 3년만인 2001년에 무대를 정리하자 많은 팬들은 영국 날씨처럼 우울해했다. 당시 다섯 멤버가 각자의 길을 선택하는 핵분열 현상을 보였지만 이안 “에이치” 와트킨스와 클레어 리차즈는 2002년에 에이치 앤 클레어(H and Claire)라는 듀엣을 결성해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건설해 기존의 스텝스 지지자들에게 일종의 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nother You Another Me>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클레어 리차즈의 보컬이 화산의 폭발처럼 응집력을 보인 'Another me another you'는 뮤지컬처럼 화려한 웅장함을 표현했으며 'All I want is you'와 'Too close to tears' 등은 유로 댄스 풍을 지향한 곡들로 스텝스의 연장선상에 있는 넘버들이다.

스텝스 시절, 작곡과는 거리가 멀었던 이안과 클레어는 'Too close to tears'와 'No turning back'의 곡 만들기에 참여해 아티스트로서의 본격적인 첫 스텝을 내딛었다. 이들의 영웅인 아바(ABBA)의 총지휘관이었던 비요른 울바에우스(Bjorn Ulvaeus)와 베니 안데르손(Benny Andersson)이 1985년에 스웨덴의 혼성 듀엣 제미나이(Gemini)에게 제공했던 타이틀 트랙 'Another you another me'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의 주제가 'Beauty and the beast'의 리메이크는 친근감을 불어넣어 준다. 하지만 요르겐 엘로프손(Jorgen Elofsson)과 캐나다의 싱어 송라이터 댄 힐(Dan Hill)과 공동으로 작곡한 'You're a love song'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막강한 도우미(?)들의 전 방위적 연합작전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에는 임팩트 없이 밋밋하게 다가온다. 신나지만 흥이 없고 부드럽지만 마음에 울려 퍼지는 감동이 없다.

이들의 활동이 스텝스 팬들을 의식한 음반사의 결정이었는지, 아니면 본인들의 의지였는지 그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현재까지는 순항하고 있는 결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이들의 미래에 대해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수록곡-
1. All out of love
2. DJ
3. Another you another me
4. Beauty and the beast
5. Half a heart
6. All I want is you
7. Centre of my heart
8. You're a love song
9. Two hearts beat as one
10. No turning back
11. Nothing at all
12. There you were
13. Invincible
14. Too close to tears
15. Let me carry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