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R*D는 '21세기 비트의 마술사'로 불리는 프로덕션 팀 넵튠스(The Neptunes)의 또 다른 프로젝트 그룹이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패럴 윌리암스(Pharrell Williams)와 채드 휴고(Chad Hugo)가 버지니아 고향 친구인 샤이(Shay)를 제 3의 멤버로 끌어들이며 의기투합한 '넵튠스가 잠시 외도한(?) 아이디어 밴드'다. 그럴만한 이유는 N*E*R*D의 음악이 그들의 전문 분야인 힙합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는데 있다.
주류 팝계에서 스타덤에 오른 래퍼 제이 지, 넬리, 버스타 라임스, R&B 싱어 어셔, 션 폴, 알리샤 키스, 팝 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 저스틴 팀벌레이크 등 그동안 넵튠스가 제작한 히트곡들에 익숙한 팬들은 N*E*R*D의 음악에 다소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2002년 데뷔작
넵튠스가 힙합을 들고 나왔다면, N*E*R*D의 음악은 스타일면에서 완벽한 록에 가깝다. 그러나 백인들의 로큰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드럼 비트는 쉴새없이 타이트하게 두들겨지고, 어쿠스틱하면서도 때로는 이펙트가 거칠게 걸린 기타 스트로크와 그 뒤를 받쳐주는 베이스 라인은 간결하면서도 그루브감이 가득하다. 그런 악기들과 전자 음향을 유기적으로 조화시킨 신서사이저 터치는 정해진 패턴과 리듬감에서 벗어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상력이 가득한 사운드를 창조한다. '흑인 록'의 가장 모범적인 형태를 찾으라면 바로 N*E*R*D의 접근법일 것이다.
타이틀인 'Fly or die'부터 온전한 록을 들려준다. '신예 펑크 그룹' 굿 샬롯(Good Charlotte)의 쌍둥이 매덴(Madden) 형제가 참여한 첫 싱글 'She wants to move'와 'Jump'는 경쾌한 모던 록 넘버이며 강한 드러밍과 노이즈 기타 톤이 지배적인 'Backseat love',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가 직접 기타를 연주한 'Maybe' 등은 완전한 록 궤도를 밟고 있다.
리드 보컬 패럴 윌리암스의 어눌하면서도 간드러지게 내지르는 팔세토 창법이 매력적인 'Breakout'은 마이클 잭슨을 존경하는 그답게 자유분방한 호흡을 가져간다. 반전(anti-war)을 노래했지만 실제 분위기는 달콤함이 감도는 'Wonderful place'은 행진곡 풍의 후렴부분이 인상적이며 흥겨운 보컬 하모니를 앞세운 'Drill sergeant'의 구성은 마치 '비틀스 찬가'를 연상시키듯 그들의 것과 흡사함을 띄고 있다.
최근 미국의 연예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이들의 신작을 “스튜디오가 주조해낸 영리하고 복합적인 요소로 가득한 작품"이라 평가했다. 또한 매스컴에서 채드 휴고는 “우리는 첫 음반을 통해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경험했다. 2집은 1집과 비교해 더 많은 실험과 여유가 묻어나는 작품이다.”라고 밝혔다.
기발한 편곡이 돋보이는 진보적이고 참신한 이들의 록 퍼포먼스는 사운드의 화학적인 결합을 끊임없이 탐험한다. 실제로 음반을 접해봐도 흔한 멜로디와 친숙한 패턴을 찾긴 어렵다.
이번 결과물은 팝 씬에서 퀸시 존스(Quincy Jones)와 로드 템퍼튼(Rod Tempterton) 콤비 이래로 현재 가장 유연한 프로듀싱 협력관계를 보여주는 팀이 넵튠스임을 증명한다. 괴팍스런 편곡 기법만 놓고 본다면 퀸시 존스나 스승 테디 라일리(Teddy Riley)를 능가한다. 과거 퀸시 존스가 테디 라일리를 두고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으로 대변되는 스트리트 사운드에 있어서는 그가 최고"라고 극찬한 사실과 넵튠스가 초기 테디 라일리에게 비트 주조술을 배웠다는 점에서도 같은 연결고리를 지닌다고 봐도 무방하다.
1980년대가 퀸시 존스, 90년대가 테디 라일리였다면 21세기는 바야흐로 넵튠스의 전성시대다. 일단은 록 사이드(side) 프로젝트 N*E*R*D가 결코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도 그들의 미래 지향적인 소리 해석과 실험은 계속될 것이다. 이제껏 넵튠스를 팝, 힙합 아티스트에 한정해버린 다수에게 일침을 가하는 요즘 흔치않은 창조적인, 흑인 냄새 물씬 풍기는 록 레코드다.
-수록곡-
1. Don't worry about it
2. Fly or die
3. Jump
4. Backseat love
5. She wants to move
6. Breakout
7. Wonderful place
8. Drill sergeant
9. Thrasher
10. Maybe
11. The way she dance
12. Chariot of f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