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이던 1995년과 31살이 된 2005년. 이 10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 사이에서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은 그동안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을까? 그것을 알기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그는 '1990년대의 여성 록커'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가져다 준 월드와이드 데뷔앨범 < Jagged Little Pill >을 순수 음원으로 다시 한번 담아냈다.

그래미 4개 부문 수상의 애프터매스로 현재까지 미국에서만 모두 1,600만장의 음반 판매를 기록한 < Jagged Little Pill >은 캐나다 출신의 틴 팝 스타 앨라니스 모리셋을 전 세계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여성 록커로 전입시켰다. 하지만 3년 후인 1998년에 발표한 소포모어 음반 < Supposed Former Infatuation Junkie >는 훌륭한 작품이었음에도 전작과 비교 강등되는 사생아의 운명을 맞았고 그 이후에 공개한 두 장의 음반들도 같은 처지가 되었다. 딜레마의 시작은 < Jagged Little Pill >이었다. 평생을 안고 갈 것인지, 아니면 떨쳐 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모색할 것인지.

앨라니스 모리셋은 용감히 전자를 택했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보다는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 준 그 중심에 들어가서 마음을 잡고 싶었던 것이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의 굴로 들어가는 것처럼.

'영혼의 파트너'라고 앨라니스가 자신 있게 말하는 프로듀서 글렌 발라드(Glen Ballard)와 다시 한번 '음악의 파트너십'을 이룬 < Jagged Little Pill Acoustic >은 동료 뮤지션 래리 데이비드(Larry David)의 집에서 소규모로 열린 자선 공연에서 'You oughta know'를 푸르게 부른 것이 계기가 되었다.

10년 전, 젊은 분노와 저항을 표출한 일렉트릭 기타와 프로그래밍 드럼 연주는 단아한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현악기와 퍼커션의 소박한 악기로 채워졌고, 그 결과 동양의 수묵화처럼 '여백의 미'를 음미하고 호흡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그래서 그의 보컬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며 프레이징의 뛰어난 조절로 가사 듣기도 어렵지 않다(특히 'You oughta know'의 가사 중에서 'When you fuck her'가).

< Jagged Little Pill Acoustic >은 사운드적인 면에선 '유기농' 같지만 그 안에는 '발효되고 숙성된' 내용물을 담고 있다. 정신적인 면이든 음악적인 면이든.

앨라니스 모리셋, 그는 아직도 사색 중이다.

-수록곡-
1. All I really want
2. You oughta know
3. Perfect
4. Hand in my pocket
5. Right through you
6. Forgiven
7. You learn
8. Head over feet
9. Mary Jane
10. Ironic
11. Not the doctor
12. Wake up
13. Your house (Hidden tr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