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메탈을 너무 사랑하긴 하지만 앨범에는 넣으면 안 될 것 같고요…….”
모 라디오 방송에서 DJ가 2집 앨범에는 데스 메탈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냐고 농담처럼 묻자 소년들이 했던 대답이다. 혹시나 '재주소년'의 새로운 앨범에 파격적인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던 마음이 있었다면, 안심해도 좋다. 1집에서 보여주었던 감수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소년들은 돌아와 주었으니.

'어떤날'의 환생이라는 말을 들으며 단 한 장의 데뷔앨범으로 평단과 팬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았던 재주소년(才洲少年). 그만큼 2집 앨범에 대한 부담감은 남달랐을 것이다. 또한, 조금 다른 음악을 하고 싶다, 변하고 싶다는 열망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재주소년의 두 번째 앨범 < Peace >는 1집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약간의 실험과 변화를 곁들여 음악적 폭의 성장을 알리고 있다.

1집 앨범 속의 파도, 바람, 귤 등이 제주도의 풍경으로 우리를 안내했다면, 2집은 조그만 교실, 방갈로, 너의 동네 등이 추억 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얼굴이 빨개'가 압권인 타이틀 곡 '이분단 셋째줄'은 듣고 있다 보면 '어느 새 미소를 짓는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예쁘고 귀여운 노래. 누구에게나 소중하게 남아있는 작은 설렘의 감정을 건드린다. 달리는 풍경이 떠오르는 '새로운 세계'는 기차를 타고 떠나고 싶은 충동을 안겨준 후 '방갈로'에 도착하게 한다. '그래서 그런지 현실이 낯설었어'는 루시드 폴을 연상시키는 전반부와 갑자기 변하는 후반부의 편곡이 인상적이다.

앞쪽에는 상대적으로 발랄 넘버의 곡들이, 뒤쪽에는 잔잔한 곡들로 비치되었다. '명륜동'처럼 팬들이 아끼는 트랙이 될 것 같은 '잠시 스쳐갈 뿐',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은 후의 느낌을 살려 만들었다는 'Take 1' 등이 이어진다. 뒤쪽에 있는 어쿠스틱 기타 반주의 곡들은 앞쪽 넘버들보다 흡인력이 덜해 우리의 집중력과 적응 기간을 요한다.

전곡 홈 레코딩을 했던 1집과는 달리 스튜디오에서도 작업한 이번 앨범에서는 간간히 프로그래밍 편곡을 통한 일렉트로닉적인 요소가 엿보이는데, 오페라의 아리아 같은 효과음이 돋보이는 '루시아나'는 가장 실험적인 넘버이다. 그럼에도 따로 놀지 않고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리고 있다. 그 외, 노래 곳곳에 숨겨져 있는 탬버린, 멜로디언, 마치 인도의 악기처럼 들리는 리코더 소리에도 귀 기울여 보시라. 일본 모던 록 밴드 'The Indigo'의 보컬 '미키 다오카', '금순이 누님' 한혜진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재미.

어떤 날에 느꼈던 어른들의 감성을 현재 진행형 소년의 감성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주소년은 음악계에 보석 같은 존재이다. 전자음의 홍수 속에서 지친 귀를 달래주고 싶다면, 소년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어폰을 가만히 꽂자. 그리고 지그시 두 손으로 귀를 눌러보라. 분주하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과는 상관없이 아득한 기타소리가 귓속에 울려 퍼질 때, 순간 우리는 섬으로 이동한다. 소년들이 재주를 부려 만들어 낸 그곳에는 'LOVE & PEACE!'가 가득하다.



-수록곡-
1. Love &
2. Peace !
3. 이분단 셋째줄
4. 새로운 세계
5. 방갈로
6. 그래서 그런지 현실이 낯설었어
7. 잠시 스쳐갈 뿐
8. 봄비가 내리는 제주시청 어느 모퉁이의 자취방에서...
9. Take1
10. 마음의 지도
11. 루시아나
12. 여름밤
13. 이분단 셋째줄 (reprise)
14. 노란수첩
15. 겨울의 첫날

전곡 작사 작곡 : 재주소년
프로듀서 : 스위트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