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좀 심하지 않았나 싶다. 미발표 싱글까지 싹쓸이하는 것도 모자라, 그 박스 세트 속에서 베스트 앨범 하나를 또 우려냈으니 말이다. 이 앨범은 2004년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사망 10주년을 기념하여 발매된 박스 세트 < With The Light Out >의 수록 곡을 적당히 정리해낸 베스트 음반이다. 3CD+1DVD 에서 1CD로 추려내어 가격은 싸졌지만, 그와 동시에 너바나(Nirvana)의 전설도 같이 싸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늘 그렇듯이 미발표 싱글 3곡을 삽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커트가 페컬 매터(Fecal Matter) 시절에 발표한 'Spank thru(1985 Fecal Matter demo)', 테이프 속에 묻혀 있던 노래를 복각한 'Come as you are(Boom box version)', 그리고 'Sappy(1990 studio demo)'가 그것들이다. 슬쩍 끼워 넣은 최소한의 '상도'로 볼 수 있다.

너바나(Nirvana)의 '다이 하드 팬'이라면 그 소장가치 하나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록 팬들에겐 음악 산업에 대한 염증만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스친다. 불과 1년 전에 < With The Light Out >를 통해 너바나의 미발표 곡들에 대한 궁금증이 적정량 해소된 뒤여서 그런 회의는 더욱 깊어진다. 도대체 이 앨범이 전해주는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자문하게 만든다.

1. Spank thru
2. Heartbreaker
3. Mrs. Butterworth
4. Floyd the barber
5. Clean up before she comes
6. About a girl
7. Blandest
8. Ain't it a shame
9. Sappy
10. Opinion
11. Lithium
12. Sliver
13. Smells like teen spirit
14. Come as you are
15. Old age
16. Oh the guilt
17. Rape me
18. Rape me
19. Heart shaped box
20. Do re mi
21. You know you're right
22. All apolog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