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서, 이승철, 김재기, 김재희, 박완규, 김기연, 이성욱, 정단, 정동하... 지금까지 언급한 이들이 속했던 그룹의 이름은 무엇일까? 정답은 한국 메인스트림 록 그룹 '부활'이다.

위에서 언급한 부활의 역대 보컬들과 관련하여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있어서 그것들에 관하여 작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볼까 한다.

부활의 초대 보컬 김종서는 군 입대 문제로 팀에서 빠지게 되면서 이승철이 1, 2집 보컬로 참여(1986～)하게 되는 일화를 시작으로 보컬 김재기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그의 동생 김재희가 3, 4집에 참여(1993～)하게 되는 불운한 시기도 있었다. 이 당시 부활 3집에서 싱글커트 된 '사랑할수록'은 KBS 가요 톱 텐 정상 깃발을 꼽게 되면서 많은 대중들에게 형을 잃은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5집에서는 두성과 흉성을 함께 쓰는 고음역대의 샤우팅 보컬리스트 박완규('Lonely night'의 주인공)가 영입(1997～)되었고 다시 한 번 야심찬 부활을 꿈꾸기도 하였다. 8집(2002～)에서는 1, 2집의 메인 보컬 이승철이 'Never ending story'란 곡을 통해 다시 부활과 함께 하기도 하였지만 팀과의 견해 차이로 그는 다시 솔로 노선을 택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들이 데뷔하고 강산이 두 번 변한 뒤 발표한 10집 < 서정(抒情) >에서는 '정동하'라는 20대 중반의 젊은 보컬이 부활의 가족이 되었다. 부활은 20년 동안 축적된 그들(부활)만의 대표 이미지인 '서정적 감성'을 정동하의 보컬에 실어 내며 그들의 이미지를 더욱 세련되게 리모델링하는데 충분한 성공을 거두었다.

신작 < 11th 사랑 >에서도 10집의 객원보컬 정동하가 부활의 맥을 계속 이어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사랑'이라는 인간의 최대 과제를 앨범의 모토로 잡았다. 부활이 '사랑'을 타이틀로 택했다고 하니 평범함과 비범함이 동시에 느껴지기도 한다.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친구야 너는 아니 (A-men song)'는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의 성향을 잔뜩 품은 곡이다. 이해인 수녀의 시를 가사로 썼고 무엇보다 문학(시)과 예술(음악)이 자연스레 조우했다는 점 덕분에 색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앨범의 타이틀곡 '사랑'은 불꽃처럼 화끈하게 터지는 후렴구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잔잔한 가사와 사운드를 필두로 하여 시냇물처럼 줄줄 흘러가는 보컬의 매력이 돋보인다. '순수'는 몽환적인 분위기로 시작되지만 후렴구에서는 곱고 맑은 보컬이 풍부한 성량을 발산해내어 성인취향의 어덜트 컨템포러리 음악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최근의 발라드 계는 불필요한 보컬 기교로 인해 청초함이나 여백의 미 등을 체감하기가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청결하고 말끔한 부활 정동하의 록 보컬은 사람들의 마음 한 가운데를 정화시켜주는 데 있어 핵심적인 인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충분한 효과 또한 기대된다.

앨범을 통해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전하였던 대부분의 가수들은 항상 목청을 높이거나 목 놓아 울곤 했다.

하지만 부활의 이번 앨범은 다르다는 거. 바로 '절제의 미'를 통해 사랑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사랑은 항상 강렬하게 표현되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엄숙하고 관조적으로 사색되어질 때 더욱 큰 힘을 가질 수도 있다. 이 점이 바로 그룹 부활이 20년 넘는 음악 활동에서 획득해낸 소중한 지혜일 것이다.

- 수록곡 -
1. 친구야 너는 아니 (A-men song)
2. 시간 2
3. 사랑
4. Close your eyes
5. 1971 여름
6. A side effect
7. If
8. 순수
9. 나비
10. 사랑 (Piano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