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러지 록 리바이벌이 거의 시들해져 이젠 그 후광만 빛나고 있는 시점에서 각종 매거진의 호평을 받아낸 하이브스(The Hives)의 신작이다. 그룹은 비틀스(The Beatles)의 화이트 앨범과 메탈리카(Metallica)의 블랙 앨범을 언급하며 “그 이상을 팔아치우겠다”고 호기를 부렸다 한다. 그래선지 앨범 제목도 < The Black And White Album >다. '복고'라는 화두를 록계에 던지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과거를 떠올리면, '흑과 백'의 최소주의 로큰롤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모 아니면 도' 식의 화끈한 로큰롤이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번 신작에서 가장 주목이 되는 부분은 프로듀서 패럴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의 참여다. 비록 몇 곡에 그치고는 있지만 그룹이 음악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결정적인 근거다. 기타 대신에 건반을 사용해서 만든 'Puppet on the string', 오직 오르간 연주만 등장하는 인스트루멘탈 곡 'A stroll through hive manor corridors', 펑키한 기타를 루프로 활용하는 'T.H.E.H.I.V.E.S', 엘시디 사운드시스템(LCD Soundsystem)과 포스트 펑크의 영향이 느껴지는 'Giddy up!'은 이런 확장의 의도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곡들이다. 한 때는 'A.K.A.I.D.I.O.T'에서 거의 하드코어(Hardcore)의 스피드로까지 나아갔던 그들이 이젠 단순한 펑크 질주감을 탈피해 여러 편곡과 리듬 워크를 흘겨본다는 것이 재밌다.

앨범 제작에는 패럴 윌리엄스뿐만 아니라 총 7명의 프로듀서들이 조언했다. 스튜디오도 마이애미, 미시시피, 영국을 넘나들며 8개 이상의 장소를 활용했다. 팀의 보컬리스트인 하울링 펠 암크비스트(Howlin' Pelle Almqvist)는 이에 대해 “곡 하나하나의 캐릭터를 다르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왜냐하면 밴드가 추구하는 음악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성숙과 깊이, 나아가서는 표현의 가능성을 확대하려는 노력이다.

신보는 그러나 분명 확장과 다양화에 힘을 기울인 측면도 있지만, 전체적인 구도에선 여전히 거센 로큰롤 난동이 중심축이다. 음반 속에서 가장 귀를 잡아끄는 곡은 단연 에너지와 로큰롤 분탕질로 가득 찬 'Tick tick boom'이다. 노래는 지금껏 하이브스가 발표한 곡들 중 가장 광포하고 폭발적인 곡들 중 하나다. 이들은 그렇게 혼절할 정도로 질러대고도 여전히 록 본능에의 기력이 충만한가보다. 나아가 그것에 목마른가보다. 주요 멜로디에 재치 있는 코러스를 가미한 'Try it again', 고전적인 펑크 문법에 충실한 'You got it all... wrong'도 못지않게 신나고 짜릿한 곡들이다.

만약 록의 본질을 'Angry Fun'이라 정의한다면 하이브스는 최고의 밴드 중 하나가 될 자격이 있다. 그들은 2000년대에 등장한 가장 난동에 충실한 밴드였고, 그것을 당당히 재확인시키기라도 하려는 듯 더 강한 깽판과 선동을 담고 돌아왔다. 게다가 이번엔 그것을 넘어서려 한다. 직구만 던지다가 커브도 던져보고, 프로듀서들의 도움을 받아 가진 것 이상을 끌어내려 애쓰고 있다. 참 욕심도 많다. 이들이 롱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여기에서 본다.

1. Tick tick boom
2. Try it again
3. You got it all... wrong
4. Well all right!
5. Hey little world
6. A stroll through hive manor corridors
7. Won't be long
8. T.H.E.H.I.V.E.S
9. Return the favour
10. Giddy up!
11. Square one here I come
12. You dress up for armageddon
13. Puppet on a string
14. Bigger hole to f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