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1.5집은 그가 일본 활동을 하면서 발표했던 곡들을 한국어로 재녹음한 것이다. 그 중 타이틀곡으로 내민 '혜성'은 국내에서 크게 인기를 모았던 '비밀번호 486'의 연장선상에 있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미성은 여전히 환하게 빛나고, 수줍음을 모르는 기타 스트로크는 기분 좋게 열기를 내뿜는다. 그러나 하이햇에 묻히고 가창에 눌리는 피아노 연주는 줄곧 거치적거린다. 재녹음하면서 제거해보고 싶은 욕구는 없었을까. 건반 연주는 다른 곳에서도 보여줄 기회가 분명 있었을 텐데 그는 록에 피아노가 들어갔다는 사실을 고집스레 강조하고 있다. 정말 '혜성' 같은 윤하가 '온몸으로 부딪쳐' 록을 했으면 좋겠다. 다소곳이 앉은 자세와 밝은 미소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김두완 (ddoobari@hanmail.net)


'피아노 록'이라는 수식어가 다소 멋쩍기는 했지만 그녀의 창법과 곡의 성향 등은 감정 과잉의 활화산으로 변모해가는 기존 가요계의 흐름 속에서 남달랐고 반가웠다. 1집 앨범이 나온지 7개월이 조금 지난 이 시점에 나온 이 1.5집의 지향점은 아무래도 그 같은 차별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일본 정규 1집 앨범의 수록곡들을 한국어로 번안하되 곡들의 선택과 배치에 변화를 준 정도인 음반의 구성은 기존 가요계의 방식을 답습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구태의연한 불평과 한탄도 타이틀곡이며 첫 번째 곡인 '혜성'을 듣는 순간 자취를 감췄다. 이 곡에는 '윤하'라는 한 당차고 어린 가수를 특징짓는 요소들이 집약되어 있다. '혜성'의 메시지와 곡의 구성은 젊음으로 가득하며 그 젊음처럼 힘차고 긍정적이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억지 신파에 관한 우려는 제법 묵직한 기타 리프와 통통 튀는 피아노 연주 속에서 금새 사그라든다. 일본 곡을 번안했을 때 발생하는 특유의 이질감도 없다. 물론 그녀는 여전히 아이돌 가수의 굴레 속에서 이야기하는 경우와 아티스트의 범주를 통해 바라보는 경우 사이의 의미부여 간극이 크다. 그러나 윤하의 일본에서 별칭인 '오리콘 혜성'에 대해서만큼은 적어도 그녀의 존재감을 반가워하는 사람들이든 혹은 아직 그녀를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든 이 곡을 들었을 때 다 함께 고개를 끄떡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