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호텔에서 새 앨범의 홍보와 펜타포트 록 페스티발 참여 차 한국을 방문한 더 뮤직을 만났다. 펜타포트 1일차 공연을 직전에 두고 있어 모두들 편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배정된 시간이 적고, 계속된 인터뷰에 지친 표정이 역력했지만 성실하게 대답을 하려는 모습이 엿보였다. 특히 자신들의 음악과 라이브 무대에 대해서는 강한 자신감을 목소리에 실었다.
Adam Nutter(기타, 이하 Nutter): 우리가 즐겨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전혀 모르는 곳의 사람들에게 우리의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 온 것이 정말 기쁘다. 이번 공연뿐만 아니라 새로 나온 앨범도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신보가 나오기까지 4년이 걸렸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
Nutter: 늘 해야 하는 것들, 반복적인 생활이 문제였다. 데뷔 이후 3,4년 동안 계속 투어를 해서 멤버 모두들 너무 지쳐있었다. 그래서 각자 개인적인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한 2년 동안은 연락도 없이 서로 떨어져 있었다. 이렇게 휴식 기간을 가진 이후에 1년 반 정도 작업을 해서 새 앨범을 만들 수 있었다.
< Strength In Number >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
Robert Harvey(보컬, 이하 Harvey): 간단히 말하자면,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없다, 중요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일부분은 기여할 수 있지 않겠는가.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작업한 앨범이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우리가 잠시 떨어져 있으면서 우정을 회복했고, 하나의 유닛으로 다시 작업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신작에는 많은 변화가 있다. 우선 폴리도어(Polydor)로 레이블을 옮겼고, 프로듀서가 바뀌었다. 앨범작업 환경에 변화를 준 이유가 있나?
Nutter: 음악 비즈니스 자체가 굉장히 빨리 변하고 있지 않은가. 계약이 끝날 무렵에 버진(Virgin)과 사인하지 않은 건 함께 일하기에 환경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Stuart Coleman(베이스, 이하 Coleman): 3,4년 동안 계속 투어를 하면서 우리는 정말 사람 사는 것 같지 않았다. (웃음) 매우 지쳐있던 상황이었는데 레이블을 옮기면서 다시 창작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되었다. 근래에 가장 기분 좋은 일 중 하나다.
Nutter: 그들과의 작업은 정말 좋았다. 특히 플러드 같은 경우는 전체적으로 프로젝트를 보며 관리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는 아시다시피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나 닉 케이브(Nick Cave), 디페시 모드(Depeche Mode)와 작업했던 프로듀서이고, 모두 우리가 좋아하는 밴드들이어서 늘 같이 일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었다. 새 앨범을 준비하면서 마땅한 인물을 꼽아봤는데 자연히 그 둘로 압축이 되었다.
지난 앨범 < Welcome To The North >의 프로듀서 브랜든 오브라이언(Brandon O`Brian)과 비교한다면?
Nutter: 그는 아메리칸 록 사운드에 적합한 프로듀서다. 그게 우리와는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여유가 없어서 당시엔 그다지 즐기며 작업하지 못했었다. 두 번째 앨범은 목표가 설정된 후에 그것을 쫒아간 앨범이지 우리의 창조력을 바탕으로 만든 앨범은 아니었다.
확실히 이전 두 앨범보다 신보가 더 댄서블하다. 최근 록음악계의 트렌드도 카사비안(Kasabian)과 같은 뉴 레이브(New Rave)인데, 이를 반영한 것인가?
Nutter: 뉴 레이브를 장르라고 본다면 3,4년쯤 전에 시작된 것인데 우리는 사실 그 이전부터 해왔던 음악이다. 카사비안 같은 팀이 등장하면서 오히려 우리가 확실하게 무엇을 하는 밴드인지를 알려준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뉴 레이브라는 말 자체가 흔히 말하기 쉽게 록과 댄스음악을 결합한 것 정도이지 특별한 용어는 아니라고 본다. 아무튼 몇 년 쉬고 나와 보니 지금 유행하는 록 트렌드인데 이건 우리가 오래전부터 해온 것이기 때문에 제일 잘할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
Harvey: 글쎄, 자기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굉장히 개성 강한 음악이었던 얼터너티브는 이미 사라지지 않았나. 산업 시스템은 사람들이 찾지 않게 되면서 단물이 빠지고 나면 더 이상 투자하지 않고 다른 대상을 찾아 옮겨 다닌다. 지금은 단지 그 중에 뉴 레이브가 제일 뜨거운 시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전까지 더 뮤직의 음악도 록과 사이키델릭한 일렉트로니카의 교배가 중심이었다. 더 뮤직이 시대를 앞서갔다고도 할 수 있는데, 동의하는가?
Nutter: 물론이다. (웃음)
신보의 사운드를 완성하는데 참고가 된 밴드가 있었나?
Nutter: 록과 댄스를 결합한 음악이 우리가 처음은 아니지만, 더 뮤직과 같은 사운드를 내는 밴드는 없다고 생각한다. 레프트필드(Leftfield)나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의 영향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딱히 더 뮤직과 유사한 사운드를 가진 예전 밴드가 없기 때문에 굳이 누군가를 따랐다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 네 멤버들은 모두 좋아하는 음악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영향을 받은 음악도 다르다. 더 뮤직의 사운드는 이것들이 결합한 결과다.
Coleman: 열정과 소울? (웃음) 그리고 로버트의 뛰어난 목소리.
Nutter: 어떤 장르가 유행을 하면 흔히 그렇듯이 의상이나 겉모습만 치중하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라이브 무대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또 그렇게 해줄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레이브 밴드로서 더 뮤직이 가진 개성을 아직까지도 표출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밴드하고 구별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보컬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강하다. 일부에선 레드 제플린(Led Zepelin)의 로버트 플랜트(Robert Plant)와 비교하기도 하던데, 혹시 롤 모델로 삼은 인물이 있나?
Harvey: 그렇게 생각한다면 정말 영광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건 아니지만 위대한 보컬리스트와 비교된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 내 생각엔 짐 모리슨(Jim Morrison)과 보노(Bono)가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역동적이면서도 감정표현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둘은 최고다. 나 역시 그렇게 하고 싶다. 노래를 하는 사람으로서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멜로디와 리듬인데, 나도 매번 신경 쓰는 부분이 이것이다.
더 뮤직의 음악은 록의 파워도 있지만 전자음악의 섬세한 소리배열도 강점이다. 작업방식이 궁금하다.
Nutter: 최근 들어서는 스튜디오 작업에 신경을 더 쓰고 있다. 연습을 하는 공간이 좁은데다가 계속해서 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피곤하고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어떤 아이디어가 생기면 스튜디오에 모여서 실험을 해보고, 여기서 좋은 모티브가 만들어지면 다시 모여서 연습을 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이것이 지금은 우리에게 더 맞는 작업방식인 것 같다.
밴드 결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팀은 누구인가?
Nutter: 우리는 서로 다른 스타일의 음악에 관심이 있다. 아담과 스튜어트는 좀 더 헤비한 음악, 필은 댄스뮤직, 로버트는 밥 말리(Bob Marley),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같은 음악을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은 없으니 그냥 우리가 잘 해보자라고 생각해서 밴드를 결성했다.
곧 한국에서의 첫 무대이다. 한국 팬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나.
Nutter: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한국 음악팬들의 마음을 모두 날려버릴 생각이다. (웃음) 페스티벌은 리허설을 할 만한 상황이 아니어서 무대에 오르면 기술적인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공연을 하는 입장에서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 팬들은 그 모습을 보고 그냥 즐겨주길 바란다.
Harvey: 무대에 올라갈 때마다 매번 '이것이 마지막 공연이니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신무장을 해야지만 베스트 쇼를 보여줄 수 있다. 이것이 예전에 투어를 반복하며 정신적으로 피곤했을 때 얻은 교훈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그런 자리를 만들 것이다.
인터뷰: 윤지훈, 박효재
사진: 권혁수
정리: 윤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