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파운드라는 터무니 없이 적은 돈으로 일궈낸 1집의 성공은 그들에게도 기적과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뜻하지 않은 성공에 자만심에 빠져 창작력이 무뎌지는 뮤지션들이 많은데 이들은 뚜렷한 소신과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제대로 된 길을 걷고 있는 밴드다. 펑크(Punk), 스카(Ska), 덥(Dub), 하우스(House), 디스코(Disco) 등 다양한 장르를 버무린 1집은 음악적 재기가 돋보인 반면 2집은 다소 스트레이트 해지고 극적인 요소는 강화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성공 스토리 이후의 생활은 어땠으며 그들의 소신과 음악적 아이디어의 원천은 어디에 있었는지 그들 그대로의 언어로 확인해보는 작업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Richard: 좋았어요.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지난 이틀 동안 계속 여행하느라 정말 피곤했어요. 일본에 가자마자 공연하고 한국에 또 바로 와서 공연하고 힘들었죠. 시차 때문에 피로한데다 상당히 습한 날씨에 지쳤었어요. 하지만 무대에 올라가서 보니 관객이 정말 멋졌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었어요. 우린 정말 행복했고 잊지 못할 거에요.
첫 앨범을 제작할 당시 300파운드 정도밖에 안 되는 적은 돈으로 작업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런 것이 2집을 만들 때 많이 도움이 되었나?
Richard: 1집은 정말 성공적이었어요. 물론 경제적으로 좋은 성과가 있었지만 레코드 산업이 돌아가는 내용은 또 달랐습니다. 저희에겐 라이브를 하는 게 더 중요하고 레코드 회사에게는 앨범이 팔리는게 더 이득이죠. 항상 그런 식이죠. 어쨌거나 그 앨범의 성공은 저희에게 또 다른 앨범, 두 번째 앨범을 만들 기회를 주었어요. 레코드를 만들고 계속해서 음악을 만들어 내는 건 저희가 늘 하고 싶은 거죠. 1집이 그렇게 잘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렇게 잘 되리라곤 기대도 안했죠. 저희가 계약을 할 때, 6만장이 팔리면 다음 앨범을 만들 수 있다는 조건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발 6만장만, 6만장만...'하고 빌었죠. 그런데 엄청난 성공을 거둔 거에요. 그래서 다음 앨범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어떤 요소가 대중들의 그런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고 생각하는가?
Steven: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인데요. 많은 좋은 요소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우선 곡 자체를 사람들이 좋아했고, 곡에 담긴 메시지를 사람들이 자신과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다는 점때문이었던 같아요. 또한 사람들이 저희 라이브를 볼 때 순수한 라이브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쿨한 척 허세부리지 않으니까요. 우린 관객들이 항상 참여할 수 있길 원하거든요. 노래에서도 마찬가지에요. 관련성을 찾을 수 있는 거. 라이브에서도 그걸 위해 노력하구요. 그걸 대중들이 이해하는 것 같아요. 우리 음악을 들으면서 이해하는거죠. 우리는 자기만족적이지 않거든요.
Richard: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음악을 만들어야죠. 내 마음을 움직이고, 내 경험과 연관지을 수 있고, 나를 춤추고 싶게 만드는 음악.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2007년 공연일정을 봤더니 살인적인 일정이던데 그 와중에 앨범작업은 어떻게 했나?
Richard: 어려웠어요. 첫 앨범은 우리 스스로 만들었잖아요. 전형적인 레코드 녹음 과정을 따르지 않았죠. 레코드 계약을 맺고, 스튜디오에 들어가고, 레이블에서 많은 돈을 들이는 그런 방식이 아니었죠. 우린 돈이 없었고, 직접 우리의 앨범을 만들면서 다른 방식으로 만들었었죠. 그리고 투어에 나섰어요. 우리 앨범은 정말 성공적이었으니까요. 전세계를 다녔어요. 미국, 일본, 호주, 유럽 등등. 정말 피곤했어요. 그 와중에 2집을 만들려니 정말 힘들었죠. 하지만 그게 문제가 될 순 없었어요. 그 당시엔 우리가 얼마나 피로했는지조차 깨닫지 못했던 것 같아요. 우린 2집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상당히 어두운 분위기죠.
Steven: 우린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사실 본인의 앨범은 많이 듣지 않잖아요. 일단 앨범이 나오면 듣지 않게 되는데, 라이브를 계속 하면 실제로 앨범이 어떤 사운드였는지는 잊어버리게 되죠. 머릿속에 라이브 사운드만 가득하게 되거든요. 라이브에 익숙해지는 거죠. 오늘은 여기서, 어제는 일본에서 사인회를 했는데 사인하는 동안 우리 음악을 틀어놓더라구요. 듣는데 정말 좋더군요.(웃음) 정말 자랑스러워요. 좋다고 생각해요.
Richard: 그렇다고 생각해요. 우린 펑크 밴드가 되려고 노력했고, 그 안에 펑크 정신이 있었죠. 우린 그냥 앉아서 A&R(가수와 음반제작) 담당자가 올 때까지 기다리진 않았어요. 그럴 순 없잖아요. 누군가 찾아와 우리가 하던 걸 다 알아줄 때까지 기다릴 순 없었죠. 우린 첫 앨범을 스스로 만들었어요. 우린 A&R 담당자를 찾아야 했는데, 영국의 그 어느 누구도 돈이 없었어요(농담조로). 갑자기 미국에 있는 누군가가 우리 음악을 들었고 그 쪽의 A&R 담당자 덕분에 우리 음악이 라디오를 타게 된 거에요. 반응이 좋자 갑자기 "우린 당신들이 너무 좋아요. 멋진 음악이에요"로 돌변했어요. 나쁜 놈들이죠. 하지만 그들은 정말로 우리에 대해 알고 싶어했던 게 아니에요. 요즘은 기술 덕분에 장비 없이 컴퓨터만 가지고도 스스로 녹음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만들었어요. 그런 면에서 예. 분명히 거의 펑크 DIY 정신이었죠. 우리 스스로 만들었으니까요. 가끔은 음악 산업을 비웃고 싶을 때가 있어요.
'Stars of CCTV'에서의 문제의식이나 'Television'에서 진심없는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 같은 걸 볼 때 사회, 정치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요즘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슈는 뭔가?
Steven: 한 가지 큰 이슈를 고르기보다는 '모두 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린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노래해요. 우리 음악은 우리 친구들의 경험과 관련된 예술인 셈이죠. 우리가 노래로 만들고 싶었던 이슈들이 분명히 있었죠. 하지만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해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어떤 행동을 취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어요. 그보다는 우리가 보아온 것들, 경험한 것들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Richard: 첫 번째 앨범에서는 이라크 전쟁 자체에 대한 코멘트보다는 그 곳에 있는 본인조차 왜 그 곳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는 병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집, 친구들과 떨어져 영국 군인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던 곳과 멀리 떨어진, 전혀 다른 곳에서 지내고 있죠.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나라에서 어떤 행동이 취해져야 하는지 등에 대해 하는 말들이 있잖아요. 가끔은 다 거짓이 아닐까, 립서비스가 아닐까, 모두 지어낸 이야기는 아닐까 의심도 되고. 이라크에 돈을 많이 쓰면서도 정작 이라크 재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어요. 이젠 모두 철수하고 그만 두어야 해요. 국가는 국민들에게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펑크, 디스코, 덥, 스카, 하우스 등 다양한 장르를 섞어내는데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특별한 노하우 같은 것이 있나?
Richard: 특별한 노하우는 없어요. 그냥 어울릴 법한 것들을 섞어 보죠. 어떤 것들은 성공하고 어떤 것들은 버려야 해요.
Steven: 종종 해봐요. 예를 들어 '이런 베이스 라인에는 이런 드럼 비트, 펑크 기타가 어울리겠다'하고 생각하죠. 음악을 섞는 것. 그런데 그건 다른 사람들도 몇십년 동안 해온 거잖아요. 우리가 좋아했던 밴드들, 우리에게 영향을 주었던 밴드들도 다 했던 일이죠.
Richard: 우린 장르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요. 소위 인디 밴드들은 기타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데, 우린 기타 음악의 영향을 받은 만큼 댄스 음악의 영향도 많이 받았어요. 우리가 만든 모든 음악에 그걸 염두에 두죠.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보곤해요. 기타가 주가 될 수도 있지만, 드럼 비트나 베이스 라인이 주가 될 수도 있어요. 말했던 것처럼 항상 이러저러한 것들을 시도해 보는 거죠. 좋은 결과물이 나오게 시도해 보는 거에요. 그저 재미있게 즐기는 거죠.
펑크, 브릿팝, 포스트 펑크에 대한 하드 파이(Hard-Fi)의 재해석은 요즘의 복고열풍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는데 동의하는가?
Steven: 당연히 분리되어 있는 쪽이죠. 어떤 트렌드를 따라해봐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많은 밴드들이 유행을 따른 음악을 들고 나오지만, 우린 그런 것은 안해요. 처음 밴드를 시작했을 때, 우린 우리만의 것을 하려고 노력했고, 우리가 만들어냈던 건은 우리가 들어왔던 모든 것들의 혼합이었고, 어떤 특정한 음악을 노린 것은 아니었죠. 유행을 만든다면 몰라도 유행을 따르는 건 아니죠.(웃음)
Richard: 전 복고열풍 그런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처음 시작했을 때, 레코드 산업 쪽이나 미디어는 우리에게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음반을 사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거든요. 그들이 사서 좋으면 친구들에게 얘기하죠. 우리의 첫 앨범은 영국에서 7월에 나왔지만 이듬해 1월이 돼서야 1위에 올랐어요. 6개월 후죠. 사람들이 친구들에게 "이 앨범 들어봐!"라고 얘기한 거겠죠. 그런 게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Richard: 한 밴드만 꼽기는 어렵죠. 특히 영향을 주었던 밴드는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 클래시(Clash), 스페셜스(Specials)에요. New Order도 있군요. 또 우린 60년대의 소울 음악, 모타운 사운드를 잊을 수가 없어요. 레게의 영향도 받았죠.
Steven: 60년대의 소울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음악은 모두 다 다르기 때문에 한 밴드만 이야기하는 건 정말 어려워요. 좋은 음악이 많은데 한 음악만 듣진 않죠.
Richard: 그게 음악의 좋은 점이에요. 너바나를 듣고 좋아하다가도 클래시의 열정에 반하고 또 레게를 듣게 되는 거죠. 음악은 인생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거든요. 그러면서 계속 새 사운드를 접해요. 3, 4년이 지난 음악이라도 새로울 수 있어요. 계속해서 찾다가 좋은 음악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음악의 정말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어디서든 찾을 수 있어요. 한 밴드만 좋아할 필요가 없죠. 다른 세계도 경험할 수 있는거죠.
1집도 마찬가지이지만 2집은 극적인 요소가 더욱 강화된 것 같다. 곡을 쓸 때 그런 영감은 어디서 얻었는가?
Richard: 앨범을 만들 때, 엔리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의 런던 라이브를 보았어요. 멜로디와 사운드가 좋더군요. 우리도 현악기와 관악기를 쓸 기회가 있었는데, 레코드 회사가 어떻게 돈을 지불할 거냐고 묻기도 했었죠. 어쨌거나 좋은 음악이 탄생했고, 쇼 같은 느낌을 주었어요. 음악에 드라마틱한 요소를 넣은 거죠. 극장에서 듣는 것처럼. 경험적 측면에서는 우린 스테인스 지방 출신이기 때문에 크게 드라마틱한 일은 없었어요.
2집의 앨범커버가 특이하다. 'No Cover Art'란 문구가 새겨져 있던데.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Steven: 사실 그건 앨범 커버가 있는 건데 사람들이 멍청했던 거에요.
Richard: 우리 1집 앨범 커버를 보면 CCTV 그림이 있죠. 'Stars of CCTV'는 보통 사람들을 의미하는 거구요. 어느 날 발견했죠. 영국 모든 곳에 우리의 앨범커버처럼 CCTV가 존재한다는 걸. 음악과 상관없이 CCTV 가 있는 곳엔 모두 그 표시가 있더라구요. 영국 어디를 가나 우리들의 실제 앨범커버가 보인다는 게 유명해진 후에 우리들의 상태와 통하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있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그래서 2집 앨범은 아예 'No Cover Art'로 가보자고 모두가 이야기했죠. 3집 앨범은 또다른 걸 구상 중인데 (가운데 손가락을 들여보이며) 이것만 실어볼까 생각 중입니다.(웃음)
2집을 제작하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무엇인가?
Richard: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반응이었을 거에요. 그게 좋은 레코드를 만들 수 있는 길이죠. 진정한 우리를 보여줄 수 있는 거요. 그리고 예전에 우리가 했던 것과는 또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레코드를 만드는 것도 중요했어요. 여기서도 다시 우리가 있었던 위치, 현재 우리가 있는 위치의 이야기가 나와야 하겠죠. 사실 우린 조금은 이상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을텐데 여하간 꿈을 이루었죠. 진정한 내가 누구고,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하려면 머리 속에서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이번 앨범은 그런 생각들 속에서 완성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