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에코 브릿지. 혹시나 그의 음악을 접해보지 못했다면 이 하나의 동영상이 모든 걸 말해줄지도 모르겠다. 그는 피아노 하나로 모든 곡을 써내려가는, 그것도 모자라 선율은 물론 비트의 공백까지도 건반으로 메워버리는 '피아노 맨'이다. 만약, 패턴화된 가요 문법에 대한 해법을 '연주'에서 찾을 수 있다면, 작금의 대중음악에 결여된 것이 '깊이'라면 에코 브릿지의 음악은 그에 대한 명확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생판의 새로운 음악이 아닌 소리의 '깊이'. 그것은 '피아노'로 숙련된 고품격의 연주가 바탕이 되기에 가능했다. 재즈피아니스트로서 작곡가로서, 또 퓨전밴드의 건반주자로서 어느 정도 입지는 굳혔지만 가수로서는 신인이었던 그에게 필요한 건 자신만의 특화된 연주 스타일이었다. 1집인 < Leaving the past >에서 들려주었던 'Night and day'의 피아노 애드립, 곡에 전면적으로 나서는 'Funny boy'의 섬세한 코드워크, 광고에 삽입된 'Piano riding'까지.
허나 화성적인 접근이 그러하듯 그 속에서 나올 수 있는 멜로디란 한계가 있는 법. 아마 신보에서는 그런 선율적 부담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덜어내기 위한 방법이 관건이었을 것이다. 이번 2집은 곡 전반을 보여주는 인트로 트랙 'Open your string'부터 피아노가 아닌 기타가 등장한다. 골격을 이루는 것은 여전히 건반이지만 이런 도식화된 멜로디에 대한 돌파구로써 기타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결과물이 타이틀곡 '사랑을 시작하다'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복고적 사운드에 집중하는 좀 더 단순화된 팝. 그러나 중간 중간 터져 나오는 키보드의 빠른 연주는 여전히 그의 무게가 건반에 실려 있음을 알려준다. 기타가 신작에 주요한 지분을 담당하는 만큼 음악은 복잡한 코드워크의 구성이나 어려운 문법체계에서 벗어나 아주 가벼워진 피아노 팝을 들려준다. 모던 록의 느낌이 강한 '로그온', 별다른 꾸밈없이 읊조리는 '그러기를'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신보가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표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앨범의 수작은 여전히 그의 미끄러지듯 넘실대는 피아노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퓨전 재즈스타일의 'Once upon a time in the city'. 강하게 몰아치는 피아노 터치와 세련된 솔로는 독특한 리듬구조를 자랑한다. 자전적인 가사와 역시 그의 주특기인 건반으로 만들어낸 명징한 리듬이 인상적인 '서른 한번째 봄'도 마찬가지. 무심한 듯 던져버리는 목소리에 감동이 한층 더 촘촘히 엮인다.
'연주'가 중심이 된 앨범이니 만큼 대중음악으로서의 거리감은 조금 있을지 모르겠다. 건반과 기타 속에서 만들어진 멜로디는 연주 속에서는 무난히 빛을 발하지만 독립적으로도 귀에 잘 감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가 그리고자 한 음악 지평은 독자적이고 단편적인 싱글들이 아닌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포착할 수 있다. 결국 하나의 특화된 연주만으로 앨범은 그 이상의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다양한 고민은 이처럼 질감 좋은 연주에서 찾을 수도 있음을 < Ordinarian >은 아주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수록곡
1. Open your string (Inst.)
2. 사랑을 시작하다

3.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4. 그러기를
5. 로그온

6. Something ordinary(Inst.)
7. 니자리
8. 떠나자
9. 사랑을 시작하다(Yellow remix)
10. Once upon a time in the city(Inst.)

11. 서른 한번째 봄

12. Beautiful goodbye
13. 사랑을 시작하다(White rem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