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잘한다는 것만으로 다 설명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김범수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탄탄한 기본기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으며 뛰어난 전달력으로 듣는 사람의 가슴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가창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 매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절제와 여유로움을 더한 첫 싱글은 오랜 기다림을 보상해준다. 애잔한 하모니카, 단촐한 어쿠스틱 기타, 과하지 않은 스트링 섹션이 어우러진 날씬한 사운드는 잔잔한 목소리와 하나가 되어 더 없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김범수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다른 곡들에서 음악적인 욕심을 발휘한다.

발라드, 알앤비(R&B) 가수라는 틀을 스스로 깨고 싶었던 것일까. 앨범은 다양한 색감을 뽐낸다. 요즘 피처링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윤하를 끌어들인 '줄다리기'는 장난스러운 사랑가로 조금은 어둡고 진한 김범수의 이미지를 한층 가볍게 해준다. 'Do you know that'은 원더걸스의 유빈을 초대해 대중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 노래 잘하는 가수로서만이 아니라 대중과 친근감을 형성하려는 의도로 비쳐진다. 최근의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댄스넘버 '쉬운 이별'에 이르러서 김범수의 의도는 더욱 분명해진다. 기존의 성공 노선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하는 김범수의 모습에서 비로소 진짜 용기를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