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들 노래 이전에도 이러한 '이종교배'-라고 하기에는 진지함이 덜한 '서로 다른 두 양식 간의 접붙이기'-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그런 만큼 다이나믹 듀오가 풀어내는 퓨전 양식의 음악이 생경하게 느껴질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몇몇 곡에서 다른 스타일과 교첩하지만, 전혀 부산스럽지 않고 점성 강한 결속력을 보인다. 이는 말하는 이의 감정을 오롯이 끄집어내면서도 음악과 어긋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래핑과 노랫말 때문일 듯. 랩을 함에 있어 빠르기뿐만 아니라 박자의 분할을 적당히 활용하고, 음절과 라임을 평범하지 않게 전개하려는 노력 등의 기술적인 측면도 고스란히 음악에 드러난다.
일련의 과정이 전면에 드러나는 곡으로 'Solo'와 'Don't say goodbye'를 꼽을 수 있다. 헤어짐으로 겪는 슬픔이 아닌, 오히려 자유로움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Solo'는 일반적인 하우스에 비해 더 강하게 퍼지는 드럼 소리를 내 노랫말의 효과를 증대하며 동시에 하우스 특유의 질퍽한 기운을 상쇄한다. 반대로 드럼 앤 베이스를 반주로 채택한 'Don't say goodbye' 역시 내용은 다소 어둡지만, 빠른 BPM과 그에 어긋나지 않게 주행하는 두 멤버의 속도감 있는 래핑으로 노래가 지닌 습한 분위기를 중화시킨다. 다른 장르와 결합하지 않고 힙합 본연의 얼개를 내세우는 '길을 막지마'와 'Trust me'도 강한 성질의 리듬과 랩의 빈틈없는 융화가 돋보인다. 두 곡 모두 강렬한 톤의 훅으로 집중도를 높이며 재치 있는 비유와 각운 연출로 재미를 안긴다.
랩과 비트의 명쾌한 조우는 그것들만이 전부는 아니다. '어머니의 된장국'은 도입부와 후반부, 사이사이에 나오는 코멘트와 음식을 만들 때의 소리를 효과음이 장난기 있게 들리지만, 전체적으로는 삶의 격정이 묻어나는 가사로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펑크(funk)와 뱅그라(bhangra)를 혼합해 탄력 넘치는 소리를 내는, 그리고 유사한 드럼 프로그래밍으로 원 웨이(One Way)의 'Cutie pie'가 오버래핑 되는 '들쥐떼들'은 다이나믹 듀오의 강한 어조가 반주에 제대로 섞여 고른 진행을 보인다.
상당히 안정된 구성을 자랑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1980년대 유행하던 팝 댄스와 베이스 뮤직의 간극을 교묘히 오가는 '해변의 girl'은 박진영이 원더 걸스를 통해서 워낙에 많이 우려먹었던 모형을 그대로 사용해 식상하다. 다이나믹 듀오답지 않은 접근은 신선했을지 몰라도 박진영이 갖는 음악적 이미지가 너무나도 또렷해 시도 자체를 구식으로 만들어 버렸다. 앨범 중 가장 서정적인 노래라 할 'Good love'에서의 임약(荏弱)한 감성 표현은 이들이 빠르고 신나는 분위기 말고도 정반대의 그루브를 생산할 수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지만, 게스트로 들인 김범수의 발군의 보컬로 인해 최자와 개코가 묻히고 만다. 초반에는 드러내 보이지 않다가 클라이맥스를 지나 뒤로 갈수록 환하게 터지는 음성의 영향력이 둘의 튼실한 랩마저 들어 올리는 상황이다.
앨범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는 음악 스타일의 변화 때문에 어쩌면 '본연'이라고 일컬을 다이나믹 듀오의 모습이 그리워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의외성이 이전에 그들에게서 경험할 수 없었던 초유의 것이기에 또 다른 즐거움을 공급할 수 있을 듯하다. 유행에 밀착한 문법,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에서 공급받은 자양분, 올드 스쿨에서 조금 더 위로 거슬러 온 음악에서 딴 양념을 찰기 있게 혼합한 음악과 두 멤버의 정교한 래핑이 만든 매무새는 상당히 홍염하다.
-수록곡-
1. Intro : Last days
2. 길을 막지마
3. Solo (feat. Alex)

4. 어머니의 된장국 (feat. Ra.D)

5. Trust me (feat. Supreme Team)

6. 해변의 girl (feat. 박진영)
7. Make up sex
8. Want you back (feat. 0CD)
9. Good love (feat. BSK a.k.a 김범수)
10. Don't say goodbye (feat. J)
11. Give me the light
12. 들쥐떼들
13. 아버지 (feat. Ra.D)

14. 숨 (feat. Sean2s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