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지훈 음악보다 입이 앞섰을 때 쓸 만한 결과물을 내놓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허나 바로 여기에 노래와 정신을 성공적으로 도킹시킨 또 하나의 사례가 등장했다. 사회운동에 참여하느라 정신없는 듯 보였던 유투(U2)와 'American Idiot'으로 작년 한 해 바빴던 그린 데이(Green Day), 거물급 두 록 밴드의 만남. 타이틀만 들어도 설레는 이 조합은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았다. 70년대 활동한 스코틀랜드 펑크 밴드 The Skids의 'The Saints are coming'을 다시 불러 '그분들(?)이 도래하시니 몸조심하고 있으라'는 엄중한 훈계로 변모시켰다. 이렇듯 전 세계가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그때의 그 'idiot'은 과연 맘 편히 발 뻗고 주무실까. 아무도 모를 일이다.
김두완 현지 시각으로 지난 9월 25일, 미국 뉴 올리언스의 루이지애나 수퍼돔(Louisiana Superdome)에서는 두 거물의 합동 공연이 있었다. 그룹 유투(U2)와 그린 데이(Green Day)가 만났다. 결합은 유유히 이뤄져 하나의 강성을 만들었고, 스코틀랜드 펑크 밴드 스키즈(The Skids)의 'The saints are coming'은 널리 울려 퍼졌다. 이 날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큰 상처를 입었던 수퍼돔이 재개장을 맞이한 디데이였다. 뜻 깊은 이 순간, 수호 성자를 향한 열망과 원망이 두 밴드와 관객들 위로 교차하고 있었다.
소승근 유투(U2)가 < October >나 < Boy > 같은 초창기 음악 스타일로 돌아간 것 같아서 반갑지만 인상적인 멜로디 훅이 없어 따분하다. 그래서 러닝타임이 짧은 것은 이 곡의 또 다른 미덕이다. 그나저나 함께 한 그린 데이는 어디에?
'The saints are coming'은 어떤 노래?
NME의 보도에 따르면, 이 노래의 제목으로 쓰인 'The Saints'는 흔히 말하는 '성인'이 아니라고 한다. 이때의 'Saints'는 놀랍게도 풋볼 팀인 '뉴올리언스 세인츠'를 가리킨다. 스키즈의 'The saints are coming'을 리메이크한 이유도 사실은 'The saints'란 단어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화와 반전을 노래한다고 홍보 중인 이 노래가 축구팀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까닭이 무엇일까?
이유는 “세인츠가 돌아온다”는 말만으로도 당시는 뉴 올리언스 주민들이 큰 위로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치러진 뉴 올리언스 세인츠의 시즌 첫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었다. 그들의 팀이 돌아온다(The saints are coming)는 사실을 알리며 카트리나 피해로 인한 상처가 회복되었음을 상징적으로 알리는 빅 이벤트였다. 경기가 열린 루이지애나 수퍼돔 역시 수해를 입었을 당시에 문을 닫았다가 이 날 새로 지어진 모습으로 처음 선보였다.
본래는 'Music Rising'의 기금 마련을 위해 기획되었다. 'Music Rising'이란, 유투의 디 엣지(The Edge)와 프로듀서 밥 에즈린(Bob Ezrin)이 기획한 캠페인으로, 카트리나 피해로 인해 수장된 뉴 올리언스 뮤지션들의 악기를 교체해주는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