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은 3년 만에 발표한 신곡 '즉흥여행'에서 경박하지 않은 선에서 자신이 표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업템포 감성을 드러낸다. 이건 타이틀곡이 아니었던 '내 사랑 못난이'나 앨범이 하나의 스토리를 가졌던 '환생', 시즌 송의 일환이었던 '팥빙수'와도 경우가 다르다. 심지어 MC 몽의 랩을 얹어 적극적으로 흥겨운 무드를 조성하고 있으니 스스로가 변화를 염두에 두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윤종신 역시 90년대를 주름잡던 '싱어 송라이터' 군에 속한다 할 수 있지만, 사실 그는 이미 그들 특유의 신비감을 벗어던진 지 오래다. 라디오를 넘어서 TV, 그것도 주요 오락 프로그램의 '예능 늦둥이'로서 이미지를 굳힌 그가 '너의 결혼식', '오래전 그날' 같은 최루성 발라드를 부르는 것 자체가 어색한 모습이다. 어찌 보면 윤종신의 '탈-발라드' 노선은 영리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현명한 처사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즉흥여행'은 당대의 히트곡으로 자리하기에도,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에도 힘에 부치는 싱글이다. 신곡을 발표해 자신을 신인 개그맨으로 알고 있는 어린 친구들에게 가수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목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윤종신의 행보가 오래전 라디오를 들으며 설렜을 라디오 키드들의 바람에서 자꾸만 멀찍이 벗어나는 것 같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