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안에서는 그런 이유로 'Get you'나 'First time' 같은 곡이 더 돌출된다. 실한 브라스 섹션과 베이스의 무게감 있는 리듬 연출, 다른 곡들과 비교해서 한층 힘이 실린 정엽의 보컬과 가성으로 행하는 애드리브가 노래를 활력 있게 꾸며주는 'Get you', 어쿠스틱 기타가 곡을 리드하지만 비교적 둔탁한 드럼을 삽입하여 적당량의 바운스를 유지하는 'First time'은 다른 노래들 사이에서 흐름상의 굴곡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 노래들이 없었다면 앨범은 상당히 따분하게 들렸을 것이다.
거칠게 말하면 그렇지만, 리듬 앤 블루스, 소울과 무난한 발라드의 간극을 조심스럽게 오가는 수록곡들은 정엽의 음색과 무척이나 잘 어울려서 그 자체로 빛이 나기도 한다. 그는 특별한 기교 없이 곧고 순한 창법으로 대부분 곡을 소화한다. 담백함을 내세우면서도 팔세토 창법으로 강한 인상을 전하는 'Nothing better'가 그 예로 적당하다. 마치 기타와 듀엣을 이룬 것처럼 서로가 내는 소리를 보전하며 깊고도 편한 울림의 하모니를 완성한다. 이는 거미와 함께 부른 '끝이 없나봐'에서도 유효하다. 둘의 목소리는 노래 어디에서도 치장을 보이지 않고 자연스러움으로 시종하고 있어서 듣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일원으로 노래를 부를 때와는 달리 처음으로 자기의 목소리를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기에 앨범은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띨 듯하다. 외적, 객관적인 의미 역시 뚜렷하다. 외국이나 우리나라나 너나 할 것 없이 세찬 전자음과 육중한 베이스라인으로 마감하는 골격의 음악에 충복 노릇을 하는 시기이기에 정엽의 앨범은 더욱 눈에 띈다. 감각에 매몰될 만한 모든 요소를 거둬내고 보컬과 선율을 표현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리듬 과부하에 걸린 트렌드를 향해 보내는 차분한 외침, 유약함이 적잖이 아쉽지만 청담한 매무새로 상쇄가 된다.
-수록곡-
1. Open your eyes (Intro) (작곡 : 안정엽, 박주원)
2. Nothing better (Guitar Ver.) (작사 : 안정엽 / 작곡 : 안정엽, 에코 브리지)
3. 그대라는 말 (안정엽 / 안정엽, 이규현)
4. You are my lady (안정엽 / 안정엽, 에코 브리지)

5. Baby I love you (안정엽 / 안정엽)
6. 끝이 없나봐 (feat. 거미) (서승희 / 안정엽, 이규현)

7. Surgarduhoney (Interlude) (에코 브리지)
8. Get you (안정엽, 에코 브리지 / 안정엽)

9. Saturday night (조수혜 / 안정엽, 장효석)
10. 이제와 (안정엽 / 안정엽, 에코 브리지)
11. First time (안정엽, 에코 브리지 / 안정엽)
12. 봄날 (안정엽 / 안정엽)
13. Too shy to say (Dedicated to Stevie Wonder) (Stevie Wonder / Stevie Wo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