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 시절의 'Stand up for love'에서 시작해 'Listen', 'If I were a boy'에 이르기까지 '댄스가수' 비욘세에게 가창력까지 부여해준 건 이런 발라드 넘버들이었다. 슈퍼스타 비욘세가 '발라드'를 부른다는 사실은 어색하지 않았지만, 비트에 길들여진 날카롭고 앙칼진 음색은 분위기 있고 스케일이 큰 스타일의 곡에는 다소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 'If I were a boy'와 동시 타이틀이라는 사실은 맘껏 즐길 수 있는 비트에 대한 열망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마 이런 가창력의 문제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사실, 곡 자체로만 보자면 전작의 'Get me bodied'처럼 이제껏 해왔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베이스조차도 무거워 아예 지워버린 드럼 리듬위로 세련된 사운드의 장치들을 전부 걷어낸다. 여기서 놓칠 수 있는 사운드의 빈 공간은 코러스로 두텁게 쌓는다. 바짝 긴장된 비트로 흘러가다 멜로디파트로 잠시 릴랙스하는 작법도 모두 그대로다. 다만 전작의 브릿지 파트가 짧지만 좀 더 강렬한 멜로디를 실었다면 이번에는 그 선율감은 조금 줄어들었다고 할까. 시종 몰아붙이는 비트에 추가된 어지러운 전자음, 무한 반복되는 리듬위에 빠르게 내뱉는 그녀의 목소리는 보컬이라기보다 차라리 주술에 가깝다.

사실, 호흡소리까지 생생히 전해지는 발라드에서보다 시원시원하게 내지르며 리듬 위를 가볍게 즐기는 비욘세가 우리에겐 더 익숙하다. 무대에서의 파워풀함과 생기 넘치는 에너지를 볼 수 있어 반갑지만 '댄스가수'라는 타이틀을 떼어놓고 생각하기엔 아직 덜 여문 음색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 같아 아쉽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