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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lbum    POP
      • It's Not Me, It's You
        2009
        릴리 알렌(Lily Allen)
      • DATE : 2009/02   |   HIT : 6372
      • by 이대화
      • 가볍고, 상큼한 음악을 들려주던 릴리 알렌(Lily Allen)이 발랄 게이지를 살짝 낮추었다.

        첫 싱글 'The fear'가 대표적이다. 체념 투의 읊조림으로 시작해 코러스에서도 몽롱한 분위기가 감돈다. 'Smile'에서도, 'LDN'에서도 한결같이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주던 그녀이기에 이런 변신은 의외다.

        이런 분위기 전환은 음악적 장르 변화에 기인한다. 먼저 전작 < Alright, Still >은 레게(Reggae)를 기반으로 했다. 쉽고 가벼운 리듬과 브라스 섹션 등으로 음악이 밝고 화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 It's Not Me, It's You >는 더 버드 앤 더 비(The Bird And The Bee)의 그렉 커스틴(Greg Kurstin)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그의 주 장르는 일렉트로니카다. 따라서 인공 음의 몽환적 질감과 복잡다변해진 리듬이 앨범을 관통한다.

        아마 '성숙'이란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릴리 알렌은 정말이지 철없는 '애' 같았다. '3번째 젖꼭지'가 있다는데 사실이냐고 묻는 질문에 직접 옷을 벗어 보여주는 19금 행동을 일삼긴 해도, 릴리 알렌은 확실히 애 같았다. 천방지축, 왈가닥, 생각없음 등, 기성세대가 싫어하는 철부지 대중스타의 이미지를 릴리 알렌은 '화신'에 가깝게 구현하고 있었다.

        그러나 < It's Not Me, It's You >에는 '마냥 즐거움' 못지않게 깊이, 무게감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슬플 때도, 혼란스러울 때도, 감상에 잠길 때도 있음을 이 앨범의 곡조, 특히 'The fear'는 표현한다.

        릴리 알렌이 그러나 본인 특유의 버릇없는 공주 기질을 '반성'하고 있는 건 아니다. 여성성으로 무장한 예쁜 조롱과 장난이 여전히 앨범 곳곳에서 흘러넘친다. 릴리 알렌이 비범한 '끼'의 소유자라고 한다면 바로 이런 측면에서다.

        일단 가사다. 'Fuck you'를 들어보면 주요 멜로디의 가사가 이렇다. “Fuck you, fuck you very very mu~~ch” 정말 재밌는 건 이것을 너무도 발랄한 반주와 달콤한 목소리에 담아 부른다는 것이다. 과연 릴리 알렌답다. 'Fuck you'는 데모 작업 당시에는 'GWB'라는 제목이었으며 이는 전(前)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를 말한다.

        'Not fair'는 남자친구에게 보내는 노래다. 노래 초반은 이 남자가 다른 멍청한 돌쇠들에 비해 얼마나 나은 남자인지 잔뜩 칭찬한다. 그는 하루에도 15번 전화를 걸어주고, 언제나 너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남자다. 노래는 “결코 전에는 이런 남자를 만나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불만이 있다. '잠 자리'가 시원찮은 것이다. “딱 하나 방해되는 것이 있어 / 잠을 잘 때, 넌 정말 별로야” 'Not fair'는 그 불만을 이야기하는 노래다.

        음악도 흥미롭다. 앨범 전체로는 일렉트로니카 색깔이 우세하지만 개별 곡들 속에서 피아노 부기, 컨트리, 빈티지 질감 등이 들린다. 미국의 옛날 음악들을 현대적 기법 위에서 장난스럽게 패러디해 담았다. 'Not fair'의 카우보이 무드, 'Never gonna happen'의 서커스 음악, 'He wasn't there'에 들리는 LP의 빗소리는 특히 재밌다. 그러다가도 'Back to the start'에선 농도 100%의 테크노로 돌아선다. 음악이 마치 하나의 '놀이' 같다.

        곡 자체의 매력도 상당히 좋다. 처음 들었을 때도 좋지만 들을수록 더 끌린다. 'The fear', 'Not fair', 'Fuck you', 'Never gonna happen'은 특히 중독적이다.

        < It's Not Me, It's You >는 천방지축 릴리 알렌의 센티한 이면이다. 그러나 동시에 귀여운 'Fuck you'이자, 고전 패러디이자, 일렉트로니카 변신이다. 철없는 공주의 가장 위험한 연애 카운슬링, 빈티지 고전들을 맘껏 즐기는 발랄한 일렉트로닉 놀이동산이 여기에 있다.

        1. Everyone's at it
        2. The fear
        3. Not fair
        4. 22
        5. I could say
        6. Back to the start
        7. Never gonna happen
        8. Fuck you
        9. Who'd have known
        10. Chinese
        11. Him
        12. He wasn't there
      • 2009/02 이대화(dae-hwa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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