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작곡가들은 외국 유명 작곡가, 프로듀서의 수제자쯤 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원격 강의라도 듣는지 그들의 작법을 아무런 가감 없이 그대로 따른다. 새로운 곡이 나와도 그들이 만들었던 것과 별 차이가 없어서 리메이크나 번안곡 수준으로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목소리만 상이할 뿐, 트랙과 멜로디를 견주어 본다면 서로 자못 닮아 있어 '모범적 카피'나 '대범한 워너비'를 마주하는 기분마저 든다.

아니, 이제는 가수의 목소리도 동서양 지역 경계 없이 하나로 동화된다. 어떤 언어로 노래를 부르는가만 다르고 누가 부르든지 간에 기계의 손길로 처리된 같은 음성이 대중에게 인사를 건넨다. 참으로 위대한 세계화의 표본이다.

리아나(Rihanna)의 히트곡 'Disturbia'에 우리말로 된 가사만 전사한 듯한 '쏘리 쏘리 (Sorry, sorry)'도 마찬가지다. 특정 가수의 음악이 머릿속에서 겹치는 형태를 띠는데다가 팝 음악 건설 현장에서 주로 이용되는 마감재인 오토튠을 덕지덕지 발라 놓고, 글로벌 트렌드인 후렴구 반복에 열을 올리는 탓에 이게 창작곡인지, 기존의 어떤 곡을 재해석한 것인지 여간해서는 헤아려지지 않는다. 좋은 말로 포장하면 익숙함이 엿보이는 노래가 되겠지만, 들리는 대로 이야기하면 신선함은 출가한 지 오래된, 단지 '풍조의, 풍조에 의한, 풍조를 위한 노래'에 다름없다.

더 큰 문제는 스타일 답습, 형식 모방이 판을 치고, 이런 음악이 아니면 히트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이미 조성된 가요계에서 앞으로 줄줄이 유사 버전이 나올 게 불 보듯 뻔하다는 점이다. 이 노래가 대중음악의 획일화에 일조할 것이라는 사항을 고려했을 때 제목에다 매단 사과의 말씀 두 번은 너무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