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승근 비욘세 노울스(Beyonce Knowles)의 신곡을 들을 때마다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가 오버랩된다. 머라이어 캐리가 처음 데뷔했을 때는 정말 충격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가창력을 믿고 오버하기 시작해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방황했다. 당시 그의 시장 구매력이 다했다는 음반사들의 판단으로 음반사를 옮겨 다녀야 했던 것이 명확한 증거.
그러나 지난 2005년에 발표한 < Emancipation Of Mimi>를 통해 목에 힘을 뺀 비교적 자연스러운 창법으로 극적인 재기에 성공했었다.
그런데 현재의 비욘세 노울스를 듣고 있으면 1990년대 중반의 머라이어 캐리의 과정을 밟고 있는 것 같다. 얼굴도 예쁘고 가창력도 좋은 비욘세 노울스는 이제 자신의 능력을 분출만 시키지 말고 삭히고 발효시킨다면 영화처럼 '제2의 다이아나 로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노래들과는 달리 웅장한 뮤지컬 스타일의 'Listen'을 공동 작곡하고 무난하게 소화한 것은 먼 훗날 비욘세 노울스에게 터닝포인트로 기억될 것이다.
이대화 슈프림스(Supremes)의 성장을 다루고 있는 영화라지만, 'Listen'을 들어보면 모든 음악이 모타운 스타일로만 채워지지는 않은 것 같다. 이 노래는 뮤지컬의 하이라이트에 등장하는 노래의 전형을 따른다. '바이오그래피'보다는 '뮤지컬'에 초점을 둔 영화일거란 생각이 든다.
비욘세는 꼭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처럼 노래한다. 디바들이 뮤지컬 무대에 서면 꼭 이렇게 부를 것이라고 염두에 두는 것처럼. 다만, 'Deja vu' 후반에서도 보였던 무작정 질러대는 단점은 이번에도 여전한 것 같다. 힘 있게 뻗는 것은 좋지만, 미숙하다는 인상을 줄 위험이 있다.
조이슬 간소한 편곡과 시종 비트로 몰아붙이던 그녀가 이번에는 큰 스케일의 파워 발라드로 돌아왔다. 늘 그랬듯, 여전히 독보적인 음역대를 자랑하는 가창이 시원시원하다. 그러나 그동안 'Crazy in love', 'Deja vu'에서의 비트와 브라스의 펑키(funky)함이 정제되지 않은 그녀의 보컬 톤들을 다듬어주었던 것일까. 'Listen'의 미세한 감정의 표현들을 에누리 없이 묘사하기에는 그의 보컬이 조금은 얇은 듯 다소 날카롭기까지 하다. 멜로디의 도약이 정점에 이르는 후반부에서는 음색이 조금만 더 깊었으면, 좀 더 힘을 뺐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