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생경함을 느끼겠고 다른 사람들은 통쾌를 맛볼 것이다. 후자의 사람들에게는 이들 음악 자체가 선사하는 후련함과 동시에 요즘의 음악과 대비되는 음악이라는 점에서 별도의 쾌감이 추가된다. 부패한 현실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즐거운 격리를 맛보고, 나아가 현실을 벌해주는 것 대리만족도 얻을 수 있다.
신윤철(기타), 신석철(드럼), 김정욱(베이스) 3인조는 우직하게 록을 섬긴다. 주지하다시피 신윤철과 신석철은 록의 대부 신중현의 아들들이다. 이들은 '모태 록 신앙'의 소유자답게 시종일관 사이키델릭 풍의 몽환적이면서 덩치가 큰 사운드를 고집스럽게 밀어댄다. '꿈속에서'와 같은 사이키델릭의 전형은 과거 1960년대에 그랬듯이, 피어나는 안개의 흐릿함, 어지러움, 끈끈함의 세계로 끌어들여 단순과 재미의 틀에 길들여진 우리를 뭉개버리고 '종소리'로는 마치 폭포수를 뿜어내듯 사운드를 퍼부으며 정화의 순간을 제공한다.
'섬', '서로 다른', '꿈속에서' 등 평균 7분짜리 긴 곡들은 요즘과 같이 짧게 승부를 거는 주류 음악에서는 들을 수 없는 스타일이다. 그 울림과 떨림은 긴 여운을 남긴다. 연작의 형식으로 보이는 이 세 곡은 더러 록이 갖는 우월의식의 산물이 아니라 '똑같은 철길 위에 서로 다른 기차가 가네/ 산위에 나무들 위에 서로 다른 얼굴이 있네'('서로 다른')라는 가사가 말해주듯 단지 남들과 '다를 뿐'이라는 시각에 기저 한다.
그 다름은 잠시 끝난 후 히든트랙처럼 '따라가면 좋겠네'의 레게 버전이 뒤를 이으며 러닝 타임 13분으로 진행되는 마지막 곡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에서 분명해진다. 우리는 긴 곡, 질질 몰아가는 곡을 좋아한다는 일종의 자기소개일 따름이다. 또 하나 다른 것은 라이브의 질감이다. 가정집을 개조해 멤버들의 잼을 그대로 릴 테입으로 녹음해 고르는 아날로그 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록은 라이브라는 사고의 실천이다. 신보의 음악들은 그래서 콘서트에서 더 빛을 발할 것이다.
록이니 사이키델릭이니 해서 얼핏 힘들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비틀고 휘젓는 사운드가 주는 카타르시스 외에 첫 곡 '고양이의 고향노래'처럼 조금은 날렵한 로큰롤도 있고 '따라가면 좋겠네', 김정옥이 쓰고 부르는 '서울의 봄'은 록 청취에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단박에 따라잡을 수 있는 선율이 있다.
히트에 얽매인 상업적 음악과는 울타리를 치면서 록의 전통적 미학을 탐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품이다. 주변의 흐름에 힐끗거리거나, 탄력이라는 미명 아래 영리하게 자신을 변용하기를 사양한다. 이런 음악이 있음에 안도한다.
수록곡
1 고양이의 고향노래(작사 신윤철/ 작곡 신윤철)

2 종소리(신윤철/ 신윤철)

3 언제나 오늘에(신윤철/ 신윤철)
4 따라가면 좋겠네(신윤철/ 신윤철)
5 서울의 봄(김정옥/ 김정옥)

6 나무랄 데 없는 나무(신윤철/ 신윤철)
7 중독(김정옥/ 김정옥)
8 섬(신윤철/ 신윤철)
9 서로 다른(신윤철/ 신윤철)

10 꿈속에서(신석철/ 신석철)
11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신윤철/ 신윤철)
프로듀서: 서울전자음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