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집을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가수 활동 중단을 선언했던 임창정이 < Return To My World >로 가수 활동을 재기했다. 2003년 10집을 끝으로 “가수와 영화배우를 병행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왔다. 이제 본격적인 영화배우의 길을 걷기 위해 가수를 은퇴 한다”며 영화배우의 길에 더 많은 비중을 두겠다고 했던 선언이 다소 무색하게 들린다. 그런 그가 중단 선언을 번복하며 돌연 앨범을 발표한다는 것은 노래에 대한 미련이 아직 크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 프로그램에서 “노래가 정말 하고 싶었어요.”라는 발언과 동시 “와이프가 자꾸 집에서 나가라고 해서” 앨범 작업과 텔레비전 출연에 박차가 가해졌다는 말은 앞의 말에 신빙성을 덜하게 한다.
10대 팬을 등에 업은 기세 등등 한 아이돌 후배 가수들이 댄스 음악으로 대중음악계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인 그가 발라드 앨범을 들고 복귀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다. 한편으로는 자신 있는 앨범을 기대해 볼만도 하다. 직접 작사를 하며 앨범에 이전보다 더 많은 참여를 하고 9집 < C.J 2002 >를 프로듀싱했던 조규만, 리쌍 등의 동료 뮤지션들이 가세하면서 양질의 앨범을 완성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여전히 목젖을 뒤로 밀며 내는 답답한 창법과 사랑의 애환에 관한 감정의 폭발은 이전 앨범들의 답습에 그치고 있다.
타이틀곡 '오랜만이야'가 그 전형을 보여준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남은 사랑을 그의 행복을 빌어주며 보내는 슬픔에 잠긴 남성이 나타나 있다. 목소리는 이 가사를 더 충실히 전달하기 위해 나직함과 외침 사이를 오간다. 후속곡인 '원하던 안 원하던' 역시 비슷한 정서가 흐르고 있다. 곡의 진행 또한 마찬가지다. 임창정의 발라드는 감정의 고조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잔잔한 전반부와 터뜨리는 후반부가 존재한다. 보편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의 공감이 용이하다. 단,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음악은 반복 청취를 하기에는 매우 심심하다.
리쌍이 피처링한 '혼자가 아닌 걸'도 아쉬움이 남는다. 랩과 그의 보컬이 따로 노는 느낌이다. 둔탁한 랩핑 뒤에 오는 얇고 가벼워 보이려는 보컬은 다소 거북살스럽다. 목에서 한번 걸쳐 나오는 목소리는 청취자의 귀에서도 다시 걸러 들리기 때문이다.
6년 만에 발표하는 앨범에서 그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야심차게 준비했을 이 앨범이 임창정은 아직도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으며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인생이 늘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면 과연 그 삶은 아름답다고 재미있다고 할 수 있을까?
-수록곡-
1. 너란 사람은
2. 원하던 안 원하던
3. 오랜만이야

4. 그때가 그리워요

5. 그대 생각하며 한번 웃고
6. 결혼전야

7. 가슴에 고인 이름
8. 현주에게
9. 슬픈 연인
10. 혼자가 아닌걸 (feat. 리쌍)
11. To your x-boyfriend
12. In the club (feat. J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