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6개월여 만에 공개한 < Retrospect >의 목적은 분명하다. 젊은 세대로부터 예능 늦둥이 개그맨으로 알려진 기타리스트 김태원의 존재를 알리려는 수단일 뿐, 음악에 대한 새로운 시도나 진지한 고민은 없다.

6곡이 수록된 이번 미니 앨범에서 '슬픈 사슴'과 '흑백 영화'는 1987년과 1993년에 발표했던 원곡을 재활용한 것으로 < Retrospect >가 급조됐다는 사실에 근거를 제공한다. 이 두 곡을 위해 음반 타이틀을 회고, 추억이라는 단어 Retrospect로 선택한 것은 자신 없는 선택에 대한 면죄부로 이 앨범의 진짜 의도를 희석시키기 위한 술수다.

나머지 4곡 역시 함량미달이다. 록 밴드라고 하기엔 힘도, 패기도 역동성도 느낄 수 없고 부활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심오한 가사 또한 사라져 듣는 사람들의 이성과 감성 모두를 자극하지 못한다. 또한 2번 트랙 '또 다시 사랑은'의 도입부는 마이클 부블레(Michael Buble)의 'Home'을 연상시킨다. 오직 'Oz'만이 록의 열기를 뿜고 있지만 25년의 관록이 무색할 정도로 호흡이 고르지 못하며 모든 노래에서 정동하의 보컬은 뻔한 국내 발라드 스타일을 답습한다.

부활의 < Retrospect >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울며 겨자 먹기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대한민국 아티스트의 처지가 안타깝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부활은 팀 이름처럼 다시 살아나야 한다. 김태원의 예능 활약으로 부활은 살아났지만 이 음반에서 부활의 음악은 죽었다.

-수록곡-
1. 생각이나
2. 또 다시 사랑이
3. Oz
4. 어제
5. 슬픈 사슴
6. 흑백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