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의 처음과 끝을 차지하고 있는 곡들 모두 잔잔한 연주곡이고 '겨울이야기'는 리듬 앤 블루스 스타일의 발라드, 그룹 특유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하우스 비트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은 'Happy 2010'이 전부다. 이 중 '겨울이야기'는 색소폰 연주와 보컬의 어울림에 중점을 둔 노래로 1집 < Mojito >의 '처음처럼'이 연상될 만큼 서로 닮아 있다. 댄스음악을 전문으로 한다는 사실 때문에 데뷔 앨범에서는 그런 R&B 곡이 이질적인 요소로 작용했으나 이번에는 절기에 들어맞는 제목과 곡 분위기로 청취자들의 지지를 받을 듯하다.
정작 전공 분야인 하우스 음악에서 실력 발휘를 못하고 있다. 'Happy 2010'은 좌우를 번갈아가며 믹스해 내보내는 래핑과 시원한 선율의 코러스로 속도감과 청량감을 조성하고 있으나 두 번째 코러스가 나오기 전의 간주는 이음새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템포를 바꾸고 색소폰 연주를 삽입해 변화의 폭을 크게 가져가려는 의도보다는 어수선함이 우선 감지된다. 이는 다음에 또 비슷한 풍으로 변주되는 부분이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2분 20초를 지난 후반의 속도 늦추기는 프랑스 일렉트로니카 밴드 댁스 라이더스(Dax Riders)의 노래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와 교차된다. 어중간함과 익숙함에 노래의 재미는 한참 떨어진다.
2007년 데뷔 이후 섬려한 선율과 면밀한 비트 연출로 전자음악 마니아와 그 밖의 다수 청취자를 자기편으로 불러들인 이들, 이상하게도 비정규 작품에서는 총기를 나타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1집과 2집은 하우스 룰즈의 음악을 맹신하게 하는 힘이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에 발표하는 EP는 그렇게 쌓인 믿음을 깎아먹는 임무에 충실하다. 이번 음반은 구성 면에서 성의마저 부족하다.
이 같은 결과를 보인 까닭이 겨울이라는 콘셉트에 과도하게 감정 이입을 한 탓은 아닐 것이다. 겨울이라고 꼭 차갑고 차분하고 숨죽인 상태만 있은 것은 아니다. 정규 앨범 사이에 공백을 줄이려는 행동은 반갑지만, 충분한 노력을 뒷받침하지 않은 그저 그런 음악은 자신들을 타성에 젖게 할 뿐만 아니라 팬들을 나가떨어지게 하는 악재로 작용할 게 뻔하다. 다음 계절에는 쇄신이 꼭 이뤄져야 할 것이다.
-수록곡-
1. Dee
2. 겨울이야기

3. Happy 2010
4. 겨울이야기 (Saxophone Version)
5. 샤베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