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는 영국 런던의 고급 신사복 거리인 새빌 로 한복판에 5층짜리 애플사옥을 세웠다. 지하에는 스튜디오, 1층에는 음반사가 들어섰고 2층에는 각 비틀스 멤버들의 방이 배정됐다. 또 그 위층에는 홍보 사무실이 자리했다. 애플사를 세운 비틀스는 곧 '화이트 앨범' 녹음에 들어갔지만 틈틈이 사옥에 나와서 아마추어 예술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얼마 가지 않아 이곳 새빌 로에는 아티스트를 자처하는 히피들과 각양각색의 군상들이 비틀스를 만나려고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또 그들이 보내온 각종 데모 테이프와 습작 시, 엉터리 시나리오들로 홍수를 이뤘다.
이처럼 영국에서 제일가는 괴짜들이 애플사로 총집결했다. 그런데 그 가운에는 바다 건너 미국에서 온 이들도 있었다. '알타몬트의 비극'으로 유명한 폭주족 헬스 엔젤스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작가 켄 케시, 그리고 크리슈나 의식 운동의 창설자인 프라부파다의 미국인 제자 한 사람이었다. 샤마순다르라는 이름의 그 미국인은 오렌지색 힌두 승려복을 입은 채 접견실에 앉아 조용히 비틀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트라를 외면서 한참을 대기한 끝에 마침내 조지 해리슨이 위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계단을 내려와 두리번거리던 조지는 수많은 군중 속에서 샤마순다르를 찾아냈다. 그리고는 옆으로 오더니 웃으며 말했다.
“하레 크리슈나, 그동안 어디 있었습니까? 당신을 만나려고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기다린 샤마순다르와 조지 해리슨은 만나자마자 크리슈나와 프라부파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는 한 시간 가량 이어졌다. 얘기 도중 조지는 샤마순다르에게 물었다.
“그런데 잘 모르겠어요. 왜 하필이면 크리슈나입니까? 시바, 가네슈, 브라흐마 같은 신들도 있지 않습니까. 그들 모두 다 똑같은 신 아닌가요? '하레 시바' 또는 다른 만트라를 암송하는 것은 어떤가요?”
그러자 샤마순다르가 대답했다.
“저희 신도들은 신의 원형으로서 크리슈나를 섬기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신성한 존재들의 원천으로서 말이지요. 시바, 가네슈, 브라흐마는 신으로부터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은 신의 대리인, 신인(神人, demigod)입니다. 그러니 신도들은 크리슈나를 그 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차이타니아 마하프라부는 1486년 웨스트 벵갈주의 마야푸르에서 태어나 나중에 푸리에서 활약한 힌두 성자로, 크리슈나에 대한 사랑을 강력한 종교운동으로 발전시킨 인물이다. 신의 성스런 이름을 되풀이 외우면서 황홀경에 취해 춤추고 찬송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차이타니아 마하프라부는 혼자가 아니라 제자들과 함께 여럿이서 거리를 행진하면서 하레 크리슈나 마하 만트라를 부르고 노래하는 산키르탄(Sankirtan) 운동을 인도전역에 전파했다. 프라부파다의 크리슈나 의식 운동은 바로 그 차이타니아 마하프라부의 산키르탄 운동을 계승하고 있었다.
조지 해리슨은 크리슈나 신도들과의 만남에 감명 받았다. 그래서 그때까지 늘 그랬듯이 그 사람들을 다른 비틀스 멤버들에게 소개하고 자신의 관심을 공유하고 싶었다. 비틀스가 트위큰햄 스튜디오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 렛 잇 비 >를 촬영하고 있던 1969년 1월의 어느 날이었다. 조지는 샤마순다르를 스튜디오에 초청했다. 요코 오노와 함께 외부사람으로서는 드물게 녹음실에 들어온 샤마순다르는 구석에 앉아서 비틀스가 다투는 장면을 지켜봤다.
점심시간이 되어 비틀스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 틈을 이용해 조지 해리슨은 샤마순다르를 방으로 데려가 존 레논,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에게 인사시켜줬다. “자, 무슨 이야기인지 말해주세요.”라는 존의 질문을 시작으로 샤마순다르는 한 시간 동안 크리슈나 의식에 대해 설명했다. 신은 많은 이름이 있으며 크리슈나는 단지 신의 또 다른 이름일 뿐, 또 크리슈나는 5,000년 인도에 출현했던 실존인물로서, 최고의 인간형으로 나타난 지고의 인격신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또 크리슈나의 말을 그대로 옮긴 < 바가바드 기타 >와 신에 대한 순수한 사랑, 영적인 세계에 관해 설파했다.

조지 해리슨도 그들을 돕고 싶었다. 고민 끝에 애플 레이블을 통해 만트라 앨범을 낸다는 생각을 해냈다. 그 말을 들은 크리슈나 사람들은 비틀스가 녹음하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렇지만 조지는 자신들보다는 신도들이 녹음하고 본인은 제작과 연주를 담당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조지 해리슨은 녹음 세션을 위해 샤마순다르, 야무나, 무쿤다 등 런던 라다크리슈나 템플의 신도들을 자택으로 불러 들였다. 몇 주 간의 사전작업을 거친 뒤 이들은 데모 테이프를 녹음해서 상태를 확인했다. 결과에 만족한 조지와 샤마순다르는 실제 녹음을 하기로 합의했다. 하루 뒤 모두는 애비로드에 있는 EMI 스튜디오에 다시 모였다. 메인 보컬리스트였던 야무나는 녹음실 엔지니어들의 이마에 종교적 표식인 틸락을 찍어줬으며 샤마순다르의 아내인 말라티는 프라사담을 담은 도시락을 꺼냈다. 또 다른 신도들은 크리슈나의 그림을 벽에 걸고 향을 피웠다.
폴 매카트니와 그의 부인 린다도 스튜디오에 와서 콘솔을 만지고 있었다. '하레 크리슈나 만트라' 녹음이 시작되었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이 세션에서 야무나와 샤마순다르가 리드 보컬을 맡았고 무쿤다가 므리당감을 연주했다. 프로듀서였던 조지 해리슨은 리드 기타와 베이스, 하모늄을 연주했다. 3분 33초짜리의 이 곡은 말라티의 브라스 공 소리로 끝을 맺는다. '하레 크리슈나 만트라'에 이어서 그들은 싱글 B면에 실을 곡으로, 프라부파다, 차이나니아 마하 프라부 등 자신들의 영적 스승들에게 바치는 기도문 'Prayers to the spiritual master'를 레코딩했다.

“'하레 크리슈나 만트라'는 팝송이 아니라 실은 영적 축복을 불러일으키는 아주 오래된 만트라입니다. 크리슈나 만트라 암송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아침마다 나는 45분씩 그 만트라를 외웁니다.”
조지 해리슨의 홍보에 힘입어 싱글 '하레 크리슈나 만트라'는 라디오 에어플레이를 장악했으며 발매 첫 날에만 7,000장이 팔려나갔다. 2주차에는 UK 팝 차트 톱 텐에 올랐다. 또 크리슈나 신자들은 영국 공영방송 BBC 최고의 인기프로그램이던 '탑 오브 더 팝스 Top Of The Pops'에 두 차례나 출연해서 하레 크리슈나를 찬양했다. 그 싱글은 영국에서 빅 히트한 것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과 일본, 호주 등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에 고무된 조지는 신자들과 함께 또 하나의 산스크리트어 싱글 '고빈다 Govinda'를 녹음했다. 그의 영적 헌신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