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 25th Anniversary: Retrospective Part 1 >의 발매 후, 그룹의 리더 김태원은 진정한 남자로 거듭나기 위해 여러 과제들을 충실히 수행했다. 금주(禁酒)와 더불어 하프 마라톤에 도전했고, 지리산을 오르는 동안 그는 부쩍 건강해진 자신과 마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발매된 곡인 '사랑이란 건'만 놓고 본다면, 정력적인 활동으로 축적한 에너지를 온전히 음악에 담아내진 못한 듯하다.

첫 작품 이후 7개월 만에 발매된 < 25th Anniversary: Retrospective Part 2 >의 첫 싱글은 부활표 발라드의 완벽한 재탕이다. 잔잔한 키보드와 현악 사운드, 곡의 중반부터 휘몰아치는 기타와 서서히 차오르는 보컬까지, '사랑이란 건'은 '생각이나' 만큼이나 노련하게 계산되어 만들어진 발라드다. 아무런 가치를 두지 않고 듣기에는 좋으나 '25년 역사의 부활이 회상하고 기념할 것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리 달갑지 않은 선택이다.

'Never ending story'와 '사랑할수록'이 담고 있던 아련하고 감성적인 멜로디뿐만 아니라 박완규가 보컬을 맡았던 'Lonely night' 속 날카롭고 스피디한 면도 부활의 음악이 지닌 장점이었다. 하지만 대담하고 신선한 음악 대신 안정적인 전략적 발라드가 사반세기를 기념하는 음반의 머리곡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김태원은 '예능에서의 활약으로 인해 부활이 다시금 비상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렇지만 '김태원이 곡을 쓰고 기타를 쳤다'는 사실이 그의 이미지 향상에만 일조할 뿐 부활의 음악에는 긍정적으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를 회상하는 것은 첫 번째 시리즈로 충분하다. 때문에 두 번째에서는 그룹이 앞으로 펼쳐나갈 새로운 음악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불행히도 '사랑이란 건'은 그룹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기엔 많이 역부족인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