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해리슨의 최대 마스터피스 < 올 씽스 머스트 패스 >를 네 가지 정도로 요약하자면, 프로듀서 필 스펙터가 주도한 '소리의 벽' 음향, 'Krishna-meets-gospel'이라고 표현되는 조지 해리슨의 영성과 신앙고백, 밥 딜런 식의 소박한 포크서부터 가스펠/소울, 컨트리, 블루스 록 잼까지 모든 것이 담긴 다채로운 음악, 그리고 앨범 곳곳에 등장하는 해리슨의 멜로딕한 슬라이드 기타 연주다. 그 가운데 1969년 말 딜라니 앤 보니 투어 이후부터 연마하기 시작해 이번 작품에서 새로 선보인 슬라이드 기타는 그 부드럽고 달콤한 사운드로 향후 조지 해리슨을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마이 스위트 로드 My sweet lord' 말고도 이 음반에서 영적인 분위기를 띠는 곡이라면 'Awaiting on you all'과 'Hear me lord' 'Beware of darkness' 'Art of dying' 등을 꼽을 수 있다. 'Awaiting on you all'은 신의 성스런 이름을 기억하고 노래하고 암송하자는, 활기차면서도 명상적인 내용의 노래다. 신의 이름을 찬송해서 마음과 의식을 정화시키고 잠들어 있는 신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자는 절실한 메시지가 들어있다.

We've been polluted so long 우리는 오랫동안 오염되어왔습니다.
Now here's a way for you to get clean 이제 여기 깨끗해질 방법이 있습니다.

By chanting the names of the lord and you'll be free 주님의 이름을 암송하는 것으로 (오염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The lord is awaiting on you all to awaken and see 주님께서는 우리들 모두 잠에서 깨어 (신에 대한 사랑을) 깨닫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Chanting the names of the lord and you'll be free 주님의 이름을 찬송하는 것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The lord is awaiting on you all to awaken and see 주님께서는 우리들 모두 깨어나 알 수 있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슬라이드 기타 연주와 피아노 소리가 무척이나 감성적으로 들리는 'Hear me lord' 역시 신을 향한 조지 해리슨의 헌신 담긴 명곡이다. 그동안 신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과오를 고백하고 욕망을 없애도록 도와달라고 신께 호소하고 있다. < 올 씽스 머스트 패스 >에서 최고의 곡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Beware of darkness'는 마야(환영, 허구) 속에 파묻혀 사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준엄한 경고다. 물질적 욕구의 유혹에 빠져 고통 받지 말고 환영을 경계하자는 이 곡의 선언은 음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또 에릭 클랩튼의 불꽃 튀기는 기타 솔로가 빛나는 'Art of dying'은 업의 법칙을 다루면서 죽음에 대비하는 노래다. 한창 인도 철학과 종교에 빠져있던 1966년에 쓴 이 곡은 23세라는 어린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조지 해리슨의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과 영적 진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밖에 이 음반의 타이틀 트랙인 'All things must pass'는 동양사상에 근거한 또 다른 정신적인 곡이다. 자연의 모든 현상은 저절로 생겨나서 저절로 사라진다는 노자의 도덕경 23장(“회오리바람은 아침 내내 몰아치지 못하고, 소나기도 하루 종일 쏟아 붓지는 못하오.”)을 기초로 했다. 이 교훈은 “우리 인간은 영적인 존재로서 이 육신에 일시적으로 머물고 있다”라고 말한 < 바가바드 기타 >나 < 티베트 사자의 서 >의 주제와 일맥상통한다. 또 과거 'Here comes the sun'처럼 해리슨은 본인의 마음상태나 주변상황을 '아침노을', '소나기', '저녁노을' 같은 자연현상에 비유해 이 곡의 노랫말을 구성했다. 티모시 리어리의 저서 < Psychedelic Prayers After The Tao Te Ching >을 참고한 'All things must pass'의 가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A sunrise does not last all morning 아침노을은 오전 내내 계속 되지 않고
A cloudburst does not last all day 소나기도 하루 종일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All things must pass 모든 것은 사라집니다.
All things must pass away 모든 것은 죽기 마련입니다.

Sunset doesn't last all evening 저녁놀은 저녁 내내 계속 되지 않고
A mind can blow those clouds away 마음만이 저 먹구름들을 날려 보낼 수 있습니다.

'All things must pass'는 비틀스 < 겟백 > 세션 때 처음 녹음되었으며 그때의 데모 버전은 편집음반 < 비틀스 앤솔로지 3 >에 실려 있다. 현악과 혼 섹션 등이 오버더빙된 앨범 버전에 비해 훨씬 더 꾸밈없고 수수하다.

그 외에도 < 올 씽스 머스트 패스 >에 수록된 트랙들은 모두 제각기 사연이 있다. 'Wah Wah' 같은 곡은 < 겟백 > 녹음 당시 조지 해리슨이 그룹 동료 폴 매카트니에게 무시당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 쓴 분노의 록 넘버다. 작곡가로서 성장을 한 뒤로도 해리슨은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에게 자신의 노래를 거부당하기 일쑤였다. 그런데다가 매카트니에게 기타 솔로까지 참견 받자 그 열 받은 심정을 'Wah Wah'로 옮겼다. 원래 '와와'는 이 곡에서도 에릭 클랩튼이 직접 연주한 전기기타 페달을 말하지만 여기서는 폴에게 얻은 원치 않은 '잔소리' 또는 '두통'을 뜻한다.

해리슨의 뛰어난 팝/록 송 'What is life'는 원래 빌리 프레스턴에게 주려고 만들었던 가스펠 풍의 노래였으나 본인이 빠른 템포의 록 필로 부르게 된 경우. < 올 씽스 머스트 패스 > 앨범에서 두 번째로 싱글 커트되어 1971년 2월 15일 빌보드 차트 10위에 오르는 히트를 기록했다. '마이 스위트 로드'와 함께 시대를 빛낸 명곡 반열에 오른 'What is life'는 올리비아 뉴튼 존과 서프 록으로 유명한 밴드 벤처스, 그리고 영화 < 빅 대디 >에 쓰인 숀 멀린스의 리메이크로도 유명세를 탔다. 또한 1991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 좋은 친구들 Goodfellas > 속 '1980년 5월 11일' 장면에 인상 깊게 사용되기도 했다. 2001년 발매된 < 올 씽스 머스트 패스 > 30주년 기념반에는 1970년 당시 해리슨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 폐기됐던 피콜로, 트럼펫, 오보에 연주가 들어간 'What is life'의 인스트루먼틀 버전이 실렸다.

'I'd have you anytime' 'If not for you' 'Behind that locked door', 'Ballad of Sir Frankie Crisp (Let it roll)' 같은 노래들은 앨범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필 스펙터의 빅 사운드 속에서도 잔잔한 포크 튠이나 정감 있는 컨트리 스타일의 소박미가 돋보이는 곡들이다. 트리플 음반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LP의 다섯 곡 'Out of the Blue' 'It's Johnny's Birthday' 'Plug me in' 'I remember jeep' 'Thanks for the Pepperoni'는 스튜디오에서 녹음에 앞서 긴장을 풀거나, 세션 도중 지루함을 없애려고 틈틈이 즉흥연주를 벌였던 애플 잼 넘버들이다. 이중에서 클리프 리처드의 히트곡 'Congratulation' 선율을 차용한 'It's Johnny's Birthday'는 존 레논의 3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유쾌한 작품이다.

한편 < 올 씽스 머스트 패스 >에서 슬라이드 기타 솜씨를 처음 선보인 조지 해리슨은 이후에도 슬라이드 기타 연주를 계속 갈고닦아서 본인은 물론, 동료들의 앨범 세션에서도 멋진 슬라이드 기타 사운드를 들려준다. 1971년 존 레논의 첫 솔로 앨범 < 이매진 Imagine >에 수록된 노래 'How do you sleep?'에서 해리슨은 보틀넥을 이용한 훌륭한 슬라이드 기타 솔로를 선사했다. 시타르와 인도음악에서 상당부분 영향 받은 그의 슬라이드 연주는 해리슨만의 고유한 슬라이드 기타 스타일로 완성됐다. 그리고 조지 해리슨의 슬라이드 기타는 듀얼 하모니, 도브로 등으로 진화하면서 두 번째 솔로 앨범 < 리빙 인 더 머터리얼 월드 Living In The Material World >(1973)에서 활짝 꽃피운다.

▶ <올 씽스 머스트 패스 > 오리지널 LP의 트랙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All songs written and composed by George Harrison, except where noted.

Side One
1. "I'd Have You Anytime" (George Harrison/Bob Dylan) Written in 1968 2:56
2. "My Sweet Lord" 4:38
3. "Wah-Wah" Thanks to the O'Hara-Smith Singers, Cyril, Betty, and Tommy Boy 5:35
4. "Isn't It a Pity (Version 1)" Originally written in 1966 7:08

Side Two
1. "What Is Life" 4:22
2. "If Not for You" (Bob Dylan) 3:29
3. "Behind That Locked Door" Written for Bob Dylan following his performance at the Isle of Wight 3:05
4. "Let It Down" Written and performed during the Get Back sessions 4:57
5. "Run of the Mill" 2:49

Side Three
1. "Beware of Darkness" 3:48
2. "Apple Scruffs" Written about the Apple Records groupies nicknamed "Apple scruffs" 3:04
3. "Ballad of Sir Frankie Crisp (Let It Roll)" Frankie Crisp was the original proprietor of Harrison's mansion Friar Park 3:46
4. "Awaiting on You All" 2:45
5. "All Things Must Pass" Written and performed during the Get Back sessions 3:44

Side Four
1. "I Dig Love" 4:55
2. "Art of Dying" Features 19-year-old Phil Collins on percussion 3:37
3. "Isn't It a Pity (Version 2)" 4:45
4. "Hear Me Lord" 5:46

Side Five (Apple Jam)
1. "Out of the Blue" (Jim Gordon/Carl Radle/Bobby Whitlock/Eric Clapton/Gary Wright/George Harrison/Jim Price/Bobby Keys/Al Aronowitz) 11:14
2. "It's Johnny's Birthday" (Based upon "Congratulations" - Bill Martin/Phil Coulter) Recorded in August 1970 with Ringo Starr and presented to John Lennon on his 30th birthday 0:49
3. "Plug Me In" (Jim Gordon/Carl Radle/Bobby Whitlock/Eric Clapton/Dave Mason/George Harrison) 3:18

Side Six (Apple Jam)
1. "I Remember Jeep" (Ginger Baker/Klaus Voormann/Billy Preston/Eric Clapton/George Harrison) Uses white noise from Harrison's 1969 Electronic Sound album track "No Time or Space". "Jeep" was the name of Clapton's dog that had been stolen 8:07
2. "Thanks for the Pepperoni" (Gordon/Radle/Whitlock/Clapton/Mason/Harrison) 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