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부파다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거웠었습니다. 가끔 저는 그 분을 불시에 찾아가곤 했습니다. 원래 갈 생각은 없었지만 어쩐지 꼭 가야할 것만 같았죠. 그럴 때마다 늘 매우 좋은 느낌을 갖고 가곤 했습니다. 그 분께서 제게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정말 반가운 일이었지요.” (조지 해리슨)
조지는 스릴라 프라부파다를 영적 스승처럼 따랐으며 프라부파다는 조지를 '하리의 아들 Hari's son', 또 '스리맨 Sriman'이라 칭송했다. '하리'와 '스리'는 크리슈나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 후로 조지는 1970년 4월, 산스크리트어 찬송 앨범 < 라다 크리슈나 템플 >을 제작, 애플 레코드를 통해 발매했다. 이어 그해 11월에는 코러스 부분에 '하레 크리슈나 만트라'를 삽입한 싱글 '마이 스위트 로드'를 출시했다.
또 그에 앞선 1970년 1월에는 당시 스릴라 프라부파다가 쓴 책의 초판 비용을 대기도 했다. 책 제목은 < 크리슈나 - 최고의 인격신 Krsna, The Supreme Personality Of Godhead > (이하 < 크리슈나 북 >). < 크리슈나 북 >은 인도 베다문학의 정점인 < 스리마드 바가바탐 Śrīmad Bhāgavatam >, 다른 말로 < 바가바타푸라나 Bhāgavatapurāna >의 10번째 편을 프라부파다가 영문으로 번역하고 해설한 책이다.

그런데 당시 스릴라 프라부파다는 이 책의 원고를 완성했지만 출판한 자금이 부족했다. < 크리슈나 북 >은 아름다운 전면 컬러 삽화 54컷이 포함되어 있었고, 초판 5천부를 찍는 데는 정확히 1만9천 달러가 필요했다. 고민 끝에 프라부파다는 제자인 샤마순다르에게 조지에게 가서 책을 낼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해보라 말했다. 그러나 샤마순다르는 조지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해서 돈 문제로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도저히 내키지 않았던 샤마순다르는 감히 용기를 내서 스승에게 직언했다.
“스승님, 조지에 대해서는 저희가 매우 조심스러워야합니다. 결코 조지에게 그 어떤 것도 부탁해서는 안 됩니다. 저희 쪽에서 조지에게 무엇을 줄지언정 그에게 무언가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그가 무얼 준다면 그것은 그 스스로가 저희에게 제공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조지에게 그게 내 개인적인 부탁이라고 일러라. 크리슈나께서 그에게 가서 말할 수 있도록 네게 도움을 줄 것이다.”
인도에서 구루, 즉 영적 스승은 신의 대리인이다. 따라서 구루는 신의 권위가 있으며 구루의 말씀은 신의 말씀과도 같다. 사마순다르는 결국 스승의 명을 따랐다. 그 다음날 밤 샤마순다르는 조지를 찾아가 말했다.
“조지, 언젠가 한번 말한 적이 있는데, < 크리슈나 북 >이라고 프라부파다께서 쓰셨다는 책 기억하나요? 잘 알려진대로 이제 어디서나 크리슈나의 이름을 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크리슈나의 어린시절이나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라요. < 크리슈나 북 >은 바로 그러한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프라부파다께서는 당신에게 부탁을 좀 드리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분께서는 < 크리슈나 북 >을 출간하는 데 당신이 도움을 주었으면 하십니다.”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던 조지는 곧바로 환한 웃음과 함께 샤마순다르의 요청을 수락했다. 크리슈나를 좋아하고 스릴라 프라부파다를 존경했기 때문이다. 프라부파다를 통해 크리슈나를 알게 된 그는 이번 프라부파다의 < 크리슈나 북 >도 세상 사람들에게 크리슈나를 알리는 훌륭한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지는 주저하지 않고 출판비용 1만9천 달러를 기부했다. 그는 또 < 크리슈나 북 >의 책머리에 추천사까지 썼다. 이 추천의 글에는 크리슈나를 사랑하는 조지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다음은 그가 쓴 < 크리슈나 북 > 추천사의 전문이다.

신은 추상적이지 않습니다. 신은 비인격적, 인격적 측면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최고이고 영원하며, 더없이 행복하고 지식으로 가득 한 그 분의 특성에서 말이지요. 단 한 방울의 물도 바닷물과 똑같은 특징을 보유하고 있듯이, 우리 의식 역시 신 의식의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물질적 에너지(물리적 육체, 감각 만족, 물질 소유, 자아 등)에 따른 식별이나 집착을 통해서 우리의 진정한 초월적 의식은 오염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더러운 거울처럼 순수한 이미지를 나타낼 수 없게 됐습니다.
여러 생명들과 더불어 일시적인 것과의 유대는 계속 자라납니다. 뼈, 가죽, 살로 된 이 영구적이지 않은 육체가 진정한 우리 자신이라고 오인 받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일시적 조건을 변경 불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일시적이지 않고 영구적인 신의 의식 상태가 모든 영혼들을 회복시킨다는 사실은 어느 시대에나 위대한 성자를 통해 살아있는 증거로 남아있습니다. 각각의 영혼은 잠재적으로 신성합니다. 크리슈나께서는 < 바가바드 기타 >를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요가 수행을 꾸준히 하며 자신을 다스리는 수행자는 모든 세속적 오염에서 벗어나 주님을 위한 초월적 사랑의 봉헌을 하며 그 가운데 최상의 경지의 행복을 달성하느니라.” (6장 28절)
요가(신을 깨닫는 과학적 방법)는 우리 의식을 정화하는 과정입니다. 또 더 이상 오염되지 않고 완벽함과 완전한 지식, 더 없는 행복의 상태에 이르는 과정입니다.
만약 신이 계시다면 그 분을 보고 싶습니다. 증거 없이 무언가를 믿는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크리슈나 의식과 명상은 우리가 실제로 신의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신을 보세요. 그 분을 들어보세요. 그 분과 함께 놀이를 해보세요.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 분은 정말 그곳에, 당신과 함께 계십니다.
라자 요가, 즈나나 요가(지혜의 요가), 하타 요가, 크리야 요가, 카르마 요가(행위의 요가), 박티 요가(헌신의 요가) 등 각각의 권위자들에 의해 널리 알려진 많은 요가의 단계가 있습니다.
스릴라 프라부파다께서는 박티 요가 수행자는 헌신의 길을 가야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신도들은 각자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서, 신의 거룩한 이름을 찬송하는 것으로 신의 의식(意識)에 이를 수 있습니다. 하레 크리슈나 하레 크리슈나 크리슈나 크리슈나 하레 하레. 저는 여러분께 이 책 < 크리슈나 북 >을 기회 삼아 크리슈나 의식의 세계에 입문해보시길 정중히 부탁합니다. 또한 요가(통합)의 자기 해방 과정을 통해 당신의 신과 만날 약속을 하시기를, 그리고 평화에 기회를 주시길 부탁합니다.
당신이 필요한 모든 것은 크리슈나를 사랑하는 일입니다.
하리 볼 - 조지 해리슨 1970년 3월 31일“
이와 같은 조지의 깊은 영적 봉사에 스릴라 프라부파다는 서한을 통해 사의(謝意)를 표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 크리슈나 북 > 저자서문을 통해서도 조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스리맨(Sriman) 조지 해리슨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이제부터 하레 크리슈나를 찬송하는 조지는 이 책의 출판비용인 1만9천 달러 전액을 기부해주었습니다. 크리슈나께서 이 멋진 사람에게 크리슈나 의식 속에서 더 큰 진보를 주실 겁니다.” (스릴라 프라부파다, < 크리슈나 북 > 저자서문 중에서)
또한 스릴라 프라부파다는 훗날 조지의 성품과 그의 신앙을 높이 평가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리맨 조지 해리슨은 < 크리슈나 북 > 출간비용 1만9천 달러를 기부하는, 아주 특별한 봉사를 했습니다. 런던에 있을 때 저는 조지를 네 번 만났습니다. 그는 매우 헌신적이었습니다. 조지는 자신의 부유한 위치를 결코 자랑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일급 뮤지션으로서의 명성이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가운데 한 명으로 존경 받습니다. 하지만 조지는 결코 자신을 부풀리지 않았습니다. 아주 겸손하고 온화했으며 정중하고 독실했습니다. 그래서 틀림없이 그 모든 성품과 크리슈나를 향한 조지의 봉사는 본인이 크리슈나 의식에서 진전을 이루도록 도울 것입니다. 이와 같이 저는 조지가 비록 정식으로 입문한 저의 제자는 아니지만 여전히 여러 방식으로 저희를 도울 거라고 봅니다.” (프라부파다, 1970년 2월 8일 바가반에게 보내는 편지)

“< 크리슈나 북 >의 첫 출간 비용을 기부하고 또 그 책의 서문을 썼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그리고 조지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저는 그저 그것이 제 일의 일부라고 느꼈습니다. 아시겠지만 제가 세계 어딜 가든지 (하레 크리슈나) 신도들을 볼 때마다 저는 언제나 ”하레 크리슈나!“ 하고 인사합니다. 그러면 그 분들은 저를 보고 늘 반가워합니다. 무척 다정한 관계죠. 개인적으로 저를 알든, 모르든 간에 그 분들은 저를 친숙하게 느낍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 분들은 저와 친근합니다.” (조지 해리슨, 무쿤다 고스와미와의 인터뷰,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