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윤 2003년 네덜란드 출신의 디제이 DJ 샌드스톰(DJ SandStorm)이 에미넴(Eminem)의 'Without me'를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의 비트에 맞춰 블렌딩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노래를 들은 사람이라면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의 이 노래에 크게 실망할 것이다. BPM만 맞춰 섞은 것에도 못 미칠 정도로 훌륭한 샘플링이 도지 못했다. 별 의미 없는 가사에 그렇게도 오묘한 다프트 펑크의 노래마저 심심하게 만들어버렸다.
박효재 고전 소울 넘버의 샘플링, 칩멍크, 강력한 랩핑을 트레이드 마크로 하는 카니예 웨스트의 음악은 신구(新舊)의 그 절묘한 조화에 중심추가 놓인다. 재료는 옛것으로 하되 그것을 다듬는 방법은 최신의 것을 택하는 영리함이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Jesus walks'에서 이미 경험했듯이 화수분 같은 카니예 웨스트의 재치는 가스펠도 단순한 바운스감이 돋보이는 힙합으로 변화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재기가 이번 앨범에 와서는 조금 무디어진 것 같다. 물론 초대된 손님들의 개성을 잘 살린 점은 좋았으나 조금은 심심한 곡 전개가 1,2집 때의 강렬함을 원했던 이들에게는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다프트 펑크의 피처링과 보코더를 적극 도입한 이색적인 사운드는 옛것을 완전히 털어내버린 모습이다. 강력한 랩핑은 여전해서 일정 수준의 히트는 보장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영국 아이튠스 차트에서 공히 2위를 기록했고 캐나다 차트에서는 1위로 고공행진 중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부진한 앨범차트에서 보여지듯이 새로 채택한 방법론의 설득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MP3를 사랑하는 디지털 세대에겐 이 새로운 소리가 좋은 선물이 될지 모르겠으나 하나의 작품으로서 음악을 오롯이 소장하길 원하는 아날로그 세대에게는 그다지 이목을 끌지 못할 듯하다.
소승근 허를 찔렸다. 그런데 기분이 좋고 귀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