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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외의 아티스트와 밴드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인색한 그래미상도 지금까지 그들에게는 22개의 트로피를 수여했다. 이 숫자는 당연하게도 그래미 역사상 밴드로서는 최다 수상 기록이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앞으로 다시는 없을 사건으로) 2000년에 발표한 앨범 <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 >에 수록된 2곡 'Beautiful day'와 'Walk on'으로 2000년과 20001년 그래미의 '올해의 레코드'부문을 연속 수상하는 경이적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들은 외형적 성과는 공연 관객동원 기록과 수입 면에서 정점을 찍는다. 그들은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의 인파를 불러들인다. 공연 장소도 실내 아레나 아니면 아웃도어 스타디움 같은 대형공연장이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파사데나의 유명한 미식 축구경기장 로즈 보울(Rose Bowl)에서 거행된 <360°> 콘서트에는 무려 9만7천명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지금도 하고 있는) 월드 투어 <360° 투어>는 이전 두 번의 월드 투어 < Elevation 투어 >와 < Vertigo 투어 >의 수입실적을 다시 한 번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CD 감소 시대에도 그들은 대박 콘서트퍼레이드가 있기에 끄떡없을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낸 앨범은 거의가 평단 선정 명반들이다. 그들을 영웅에서 슈퍼스타로 상승시켜준 1987년의 < Joshua Tree >를 비롯해 그 이전의 < War >(1983), < The Unforgettable Fire >(1984) 이후의 < Achtung Baby >(1991), < Zooropa >(1993)는 무조건 명반리스트에 오른다.
새 천년 이후의 앨범 <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 >와 < How to Dismantle an Atomic Bomb >(2004년) 그리고 지난해 발표한 < No Line On The Horizon >도 신예 밴드들도 얻지 못한 고평을 받았다. 그들은 평가에 있어서도 슬럼프가 없다. < U2 360° At The Rose Bowl >는 바로 신보 < No Line On The Horizon >을 위한 월드 투어의 일환이었고 그 방점을 찍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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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는 '모든 것을 가진' 밴드이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갖춘' 밴드이기도 하다. 성공을 위한 욕망만이 있는 존재가 아니라 지금의 성공을 가져 오기 위해 부단히 공력을 다져왔다는 얘기다. 보노(Bono)는 카리스마 보컬의 전형이지만 아주 리얼한, 공감을 부르는 창법의 소유자다. 한때 그의 연주를 듣고 더 후의 피트 타운센드가 연주를 그만두고 싶었다는 기타리스트 디 에지(The Edge)는 스테레오 앰프를 이용한 딜레이 주법으로 기타사운드의 획을 그었다.
바로 이 점에서 개인적으로 디 에지의 기타사운드는 '20세기의 음악발명품'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낭랑한, 징글쟁글 식의 딜레이 연주는 단번에 유투의 음악을 연결시켜주고 하지 않는가. 보노와 디 에지만이 아니라 베이스 아담 클레이튼, 드럼 래리 뮬렌 주니어 또한 4인의 하모니 구축에 놀라운 안정감을 만들어준다. 학교 동창생으로 작곡도 넷이 모여 하는 '네발 달린 테이블'이라고 하니 그 연주의 일체감이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유투를 논할 때 그들의 정치 사회적 주의(Cause)가 오늘날의 유투 이미지와 실제를 결정한 요소임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 그들은 지금도 우리가 사는 세상의 부조리와 반(反)인권을 고발하며 한 결 같이 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설파한다.
그들의 정치적 지향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의 고매한 대의(大義)는 보노와 그룹으로 하여금 '음악가 중 가장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승격시켜준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들은 실력과 지향을 갖췄기에 응당 세계 최고의 대우와 사랑을 누리고, 살아있는 전설의 위상에 올라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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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보울 무대는 외형만으로도 입이 벌어지게 만든다. 크럴(Crawl)이라고 붙인 장대한 네 개의 다리 형상의 세트와 관객들이 360도 어느 각도에서도 볼 수 있도록 구상한 스테이지는 탄성을 유발하게 한다. 유투 입장에서 세트 리스트는 고민할 게 없을 것이다. 워낙 히트곡이 많기 때문이다.
유투는 먼저 신보의 수록곡들인 'Get on your boots'와 'Magnificent'를 시작으로 해서 'Moment of surrender'로 대미를 장식했다. < No Line On The Horizon >을 알리기 위한 월드 투어임을 말해준다. 역시 신보에 수록된 앨범과 동명 타이틀곡 그리고 'I'll go crazy if I don't go crazy tonight', 'Unknown caller'도 레퍼토리화하고 있다. 이상한 것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신곡임에도 단 한 번에 친화력을 느낀다는 사실. 블루스를 하든, 일렉트로닉 음악을 실험하든 그들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것의 증명이다.
유투 공연에서 중요한 것은 클라이맥스로 달려가는 진행의 쾌감이다. 아무래도 시그니처 송인 'Sunday bloody Sunday'와 'MLK(마틴 루더 킹 목사)'부터 'Walk on'과 'One'까지가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한다. 여기서 보노의 다분히 종교적인 그러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은 명품 보컬과 디 에지의 투명한 딜레이 사운드가 활활 타오른다. 노래에 맞추는 관객들의 일체화된, 그래서 너무나 아름다운 동작, 표정, 환호성을 보라. 그 이후의 곡들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 'Ultraviolet(Light my way' 그리고 결정타인 'With or without you'는 완전 관객들에게 헤게모니가 넘어간다.
유투의 공연은 실로 '콘서트가치 체험의 완성'이다. 그들의 음악을 알든 모르든 현장에 가면 주변과 어울리며 단숨에 공동체 의식을 만끽한다. 유투가 'One'을 노래할 때만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무대영상과 노래제목 'One'을 연결 지으며 노래를 시작하는 콘서트 기획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실로 압권의 대목이다.
빌보드 1위곡인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와 이후 관객들과 팝 명곡 'Stand by me'를 합창하고 <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 >의 명곡인 'Stuck in a moment you can't get out of'를 디 에지의 기타만으로 어쿠스틱 감을 부각해 노래하는 전반부 장면도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실로 유투의 30년 궤적을 훑을 수 있는, 그러면서도 지금의 음악적 현황도 파악할 수 있는 베스트 앤 나우(Best and now) 콘서트 필름이다. 가끔 비쳐주는 관객들의 다이내믹 커뮤니티만으로도 '왜 유투 콘서트인가'를 웅변한다. 지난해 10월25일 이 공연이 있었던 밤에 파사데나 로즈 보울 경기장의 열기가 어땠는지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하루 빨리 유투가 우리나라에 와서 'One'을 노래하고 'Sunday bloody Sunday'를 열창하는(아니 관객들과 같이 열창하는) 감격을 공유하고 싶다. 이번 영상필름은 그날을 위한 워밍업이요, 예행연습이다. 공연이 이렇게 찬란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