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부터 작업이 진행된 < Goodbye Lullaby >의 발매 예정은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둔 2009년 11월이었지만 라디오 입맛에 맞는 업 템포의 밝은 곡들로 채워지길 원했던 음반사의 요구로 발표 날짜는 2010년으로 미뤄졌다. 설상가상으로 2010년 여름, 에이브릴 라빈이 폐혈성 인두염에 걸리면서 음반은 결국 2011년 3월에 공개됐지만 레코드사와 파열음을 낸 라빈은 절충의 미학을 선택하며 대중성과 아티스트의 자존심을 용해시켰다.
첫 싱글 'What the hell'이 그 증거. 1960년대 개러지 음악을 부활시킨 여성 4인조 록 밴드 더 라이크(The Like)의 음악을 떠올리는 'What the hell'은 1990년대 후반, 아이돌 음악의 핵폭발을 가져온 맥스 마틴(Max Martin)과의 공동 작업물답게 안정적인 멜로디 훅을 소유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노래한 이 노래는 < Goodbye Lullaby >에서 가장 뚜렷한 대중성을 확보한 트랙으로 그의 유일한 넘버원인 'Girlfriend' 같은 곡을 요구한 음반사의 요청으로 탄생했다. 에이브릴 라빈은 'What the hell'에서 10대 소녀처럼 카랑카랑하고 치기어린 음색과 발랄함, 위험스럽지 않은 일탈을 유지한 채 자신의 소리를 내고 있다.
펑크 밴드 섬 41(Sum 41)의 리더이자 이제는 '에이브릴의 전 남편'이 된 데릭 윔블리(Deryck Whimbley)가 프로듀싱을 맡은 'Black star'는 스스로 화려한 별이 아닌 검은 별로 자신을 낮추며 상이한 이미지를 개설하지만 곧바로 해밝은 'What the hell'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며 골수팬들을 안심시키는 영민함도 갖춘다.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의 펑키(funky)한 리듬 기타 리프를 끌어들인 장조 곡 'Smile'과 복고적인 'Stop standing there' 등은 에이브릴 라빈의 새로운 면을 비추고 'Everybody hurts'와 'Not enough', 'Darling', '4 real', 'Remember when', 'Goodbye'는 '님'에서 '남'이 된 데릭 윔블리를 향한 변함없는 애모(愛慕)가이자 '그'와 '나'에게 바치는 연민의 노래다.
< Goodbye Lullaby >의 두 중심축은 이혼과 싱어 송라이터의 자존감이다. 노래를 직접 만들면서도 평론가들로부터 내구성이 약한 치기어린 펑크 소녀로 취급받아 온 에이브릴 라빈은 모든 수록곡에 낙관을 찍으며 그동안 응축한 폭발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후반부에 과용된 현악 연주와 어쿠스틱 사운드의 작위적인 포장은 < Goodbye Lullaby >를 과시와 현학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옭아맨다. 에이브릴 라빈은 아티스트의 성장과 발전은 본체가 폐기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에 순응하지 못했다.
-수록곡-
1. Black star
2. What the hell

3. Push
4. Wish you were here
5. Smile

6. Stop standing there
7. I love you

8. Everybody hurts
9. Not enough
10. 4 real
11. Darling
12. Remember when
13. Goodbye
14. Al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