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EP를 지금은 절판되어 살 수도, 들을 수도 없는 < 명태 >와 연관 짓기는 어렵다. 비록 솔로는 아니지만, 밴드를 통해 음악적 갈증은 꾸준히 풀어냈기 때문이다. 관계도를 그리자면 < Life Is Strange >(2009)에서 찾는 게 더 빠를 것이다.
앨범 일부분은 그룹에서 시도했던 사이키델릭의 향수가 조금 남아 있다. 사이키델릭을 도입했기보단, 그곳에서 얻은 기술 중 음반의 방향과 맞는 것들을 꼽아 썼다. 팽팽한 이펙트의 기타 줄, 그 사이에서 떠다니는 묘한 효과음들이 그 증거다.
그렇다고 사운드 디자인이 어둡고 난해한 방향으로 잡힌 것은 아니다. 햇살 가득한 날씨에 나무 밑에서 기타를 잡고 찍은 커버처럼, 건강한 기운을 발견할 수 있다. 정인의 보컬과 함께 청량감을 한껏 풀어낸 '여름날', '유앤미블루' 작업을 통해 인연을 맺은 방준석이 참여한 '소년시대'는 그만의 경쾌함을 드러낸 곡들이다.
'꿈같던 하루들', '비 오는 날'에선 비가 내리는 저녁, 홀로 견뎌내는 외로움을 조용히 담아냈다. 보컬과 기타, 단둘이 꾸미는 후반은 여름의 낮 같은 앞 트랙들과 더불어 여름밤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차분히 끌어낸다.
화려한 테크닉이나 매서운 리프가 있는 것이 아님에도, 징징거리는 기타 소리는 마음 한 곳을 이끄는 매력을 갖고 있다. 지금도 신중현의 아들로 소개되고, 한국의 3대 기타리스트인 맏형 신대철 만큼의 유명세를 얻진 못했으나, 이 앨범은 적어도 완성돼가고 있는 신윤철만의 소리를 들려준 느낌이다. 색깔 있는 뮤지션. 지금 그에게 기타리스트보다 더 어울리는 직함이다.
-수록곡-
1. 여름날 (Vocal 정인)

2. 내 맘은 끝없는 우주를 향해 (Vocal 조웅)
3. 누구나 (Vocal 김바다)
4. 소년시대 (Vocal 방준석)

5. 꿈같던 하루들 (Vocal 장재원)
6. 비 오는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