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반가우면서도 과거의 영광이 세월에 휘둘리지는 않았을까라는 걱정스러움 속에서 성사된 이번 재회는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재기발랄하다. 무엇보다 산울림 속에서 그가 담당했던 포지셔닝을 극대화해 폭발시킨 영민함은 형인 김창완과의 경계선을 뚜렷이 하는 와중에서도 그룹의 향취를 잃지 않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근간은 한 곳에 있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어떻게 털어놓는가에 의해 음악은 그 갈 길을 달리하는 법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좀 더 명료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편곡이 주를 이루는 와중에도 사운드의 질감은 거친 내음으로 가득 차 있다. 1970~80년대는 여전한 그의 지향점이다. 그렇다고 굳이 시간과의 의절을 선언하지는 않는다. 김완선의 '오늘 밤',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를 탄생시켰던 마이더스의 손이 다수지지를 유도하며 21세기로의 타임워프를 돕는 덕분이다. 약간은 촌스러운 듯 담백하게 다가오는 선율은 강요된 음압에 짓눌린 지금의 10대와 20대들에게 보다 여유있게 어필하는 관록을 보인다.
타이틀곡인 '알리바이'는 지금의 그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아놓은 결정체이다. 텁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박하향의 통렬함을 가지고 있는 보컬, 젊은 감각으로 무장하고 있는 트렌디한 가사, 반복적이면서도 포인트를 적확하게 짚어 내는 멜로디가 삼각대를 구축한다. 2012년이라는 시간을 걷는 네임드 밴드 사이에서 '산울림'이라는 이름이 통용될 수 있도록 만드는 완벽한 밸런스다.
또 하나 솔깃한 것은 장기하와 얼굴들을 떠올리게 하는 곳곳의 연결고리다. 단어 단위로 호흡을 끊는 '부메랑', 음색마저도 비슷하게 들리는 '난난 여기, 넌넌 저기' 등 장기하가 말하는 산울림으로부터의 영향은 김창완 보다도 김창훈에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감성과 유행의 요소를 미리 예언한 듯한 혜안은 지금까지도 음악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자양분이라 할 만하다.
통렬한 직격탄 보다는 은연중에 에둘러 말하는 혼잣말, 그 속에 생생히 살아 숨쉬는 자아와 그 뿌리에 있는 사춘기 같은 설렘과 떨림의 감정은 분명 형인 김창완조차 미처 범접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디테일한 감정표현 속에서 퍼져 나가는 선율의 울림과 이로 인해 획득되는 만만치 않은 동시대성. 옛 것이라 느껴지는 와중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음악세계는 활발한 창작열과 맞물려 진행형임을 실감케 한다. 산울림 이후 김창완은 더 젊어졌지만, 김창훈은 더더욱 젊어졌다.
- 수록곡 -
1. 시간, 너에게

2. 부메랑
3. 우리사랑, 몇 살인가?

4. 난난 여기, 넌넌 저기

5. 너 떠난 후
6. 행복이 보낸 편지

7. 그래, 물처럼
8. 어느새 여기까지
9. 너와
10. 알리바이

11. 못다한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