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13집 < Purple Wave >가 오랜만의 정규작품임에도 일면 아쉽게 다가오는 이유다. 분명 신보는 부활이 그간 해왔던 (정확히 말하면, 'Never ending story'이후 들려줬던) 음악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있지 않다. 머릿곡인 'Return to innocent'와 언제 들어도 부활임을 알 수 있는 타이틀 발라드 '차갑다'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는가.
'언제 들어도 부활임을 알 수 있다'는 것, 한결 같다는 말로도, 또 더 기대할 것 없이 빤하다는 이야기로도 들릴 수 있다. 문제는 지금 부활의 음악을 전자보다는 후자에 더 가깝게 생각하는 사람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밴드의 고유색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것을 쥐고 새로운 무언가를 담아내기보다는 지극히 안정적인 노선만을 취하고 있는 탓이다. 이것은 '한 우물을 판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이다. 언제부턴가 부활의 음악은 우물 안에 갇혀버린 듯 정체되어 있다.
다행히도 이런 결핍은 타이틀곡 외의 트랙들이 일정부분 채워주고 있다. 신보에서 '차갑다'보다도 오히려 이들을 주목해야 하는 것이 이 때문인데, 프로그레시브 록의 기운이 만연한 그룹 이름과의 동명곡 '부활'과 그런지 록의 향취가 짙은 '돈키호테'와 'Head up',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김원준의 'Show'와 같은 곡에서나 느낄 수 있던 1990년대 감성을 자극하는 로큰롤 넘버 '1982'와 같은 곡들은 고착화된 부활의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긍정과 부정의 뉘앙스를 모두 포함해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울고 싶어라'로 유명한 가수 고 이남이의 미발표곡인 'Color of merging'이다. 그의 친딸이기도 한 가수 이단비(Ivory Coast)가 불러 더 절절히 와 닿는 곡으로, 좋은 의도였겠지만 그래도 이 곡이 부활의 앨범, 그것도 정규 13집에 들어가 있다는 것은 납득이 잘 안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차라리 다른 싱글 앨범으로 발표하는 것이 통일성 면에서는 더 낫지 않았을까.
'서정성'은 부활 최대의 무기이며, 밴드의 고유색이다.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것을 품은 채로 어떻게든 계속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밴드로 남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역시 부활'과 '결국 부활'은 한 끗 차이다. 둘 사이의 줄타기가 없다는 것이 야속하다.
-수록곡-
1. Return to innocent

2. 부활
3. 돈키호테
4. Head up
5. Pluto
6. 1982

7. 차갑다
8. Beard of God
9. Color of merging

10.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

11. 차갑다 (In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