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3월6일 영국의 케임브리지 태생. 어느덧 올해 우리 나이로 67세의 할아버지가 됐다. 그는 시드 배릿, 로저 워터스 등과 함께 케임브리지대학에 다니며 음악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스무살이 넘은 1968년 초에 프로그레시브 록밴드인 핑크 플로이드에 가입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룹의 사실상 리더였던 시드 배릿의 세컨드 기타리스트로 활동을 개시했다.
하지만 시드 배릿이 약물과용과 정신질환으로 음악을 할 수 없게 되자 데이비드 길모어가 정식으로 후임이자 그룹의 메인 기타리스트가 된다. 그러면서 그의 섬세하고도 맑은 기타 소리가 전설의 빛내기를 본격화했다. 록 마니아들에게는 주옥과도 같은 명곡들 'Shine on your crazy diamonds', 'Echoes', 'Another brick in the wall'에서 그가 선사해준 최고의 사운드는 잊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데이비드 길모어가 전방에 나서게 되면서부터 핑크 플로이드의 인기도 상승곡선을 타게 됐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지만 1977년 앨범 < Animals > 이후 밴드 멤버들 간의 갈등이 생겨나고 1979년 밴드의 최고 명반이라고 할 < The Wall >은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지만 베이시스트인 로저 워터스(Roger Waters)가 독단적으로 릭 라이트(Ric Wright)를 해고 하는 등 대치의 늪은 점점 깊어진 끝에 제목대로 1983년 < The Final Cut > 앨범을 끝으로 활동을 중단한다.
< The Wall >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장과 반영을 일으킨 앨범이고 알란 파커의 영화가 나와 상영을 하였고 미국에서만 10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수립해 다이아몬드 레코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는 예술성을 추구하는 뮤지션으로서는 좀처럼 얻기 어려운 대중적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팀 잠정 활동중단 이후 데이비드 길모어는 솔로 활동을 이어갔지만 로저 워터스와의 그룹이름을 둘러싼 저작권 싸움에서 승소해 전 멤버인 닉 메이슨, 릭 라이트와 함께 핑크 플로이드 이름을 걸고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다
기타 프레이즈 스타일을 보자면 그는 철저한 블루스 록 기타리스트인 것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 생각된다. 초기 핑크플로이드의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의 스타일은 한 결 같이 블루스의 전통적인 방식에서 표현된다. 늘 얘기했듯이 블루스는 반음을 제외한 5음계 펜타토닉 스케일에서 출발하며 적당한 반음들을 이용한 블루노트 스케일로 확장시켜 나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딜레이 주법의 달인 하면 흔히 유투(U2)의 디 에지(The Edge)가 떠오르지만 사실 데이비드 길모어 또한 딜레이주법을 곡 스타일에 맞게 굉장히 잘 활용하는 인물이다.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에서 처음에 시작되는, 단번에 무슨 곡인지 알 수 있을 만큼 그 익숙한 기타리듬이 바로 딜레이 주법으로 연주한 리프인 것이다. 미리 템포에 맞춰 따라 나오는 딜레이의 양과 길이를 계산해서 톤을 맞춰놓고 그 딜레이가 16분음표의 효과를 내주면서 리듬이 완성되는 주법이라 하겠다.
딜레이 뿐 아니라 이 곡은 그야말로 데이비드 길모어의 모든 기타 연주 스타일이 다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곡 중 하나이다. 그를 블루스 기타 연주자로 정의할 수 있는 이유도 이곡의 기타 솔로 때문이다. 기본 펜타토닉 스케일과 블루노트 스케일에 기본을 두면서 코드 체인지 때에는 코드 톤(코드의 구성음)을 적절하게 잘 배치해 펜타토닉의 단순함을 지루하지 않게 지극히 서정적인 멜로디로 풀어나간다. 감상자들이 들을 수 있게 하면서도 블루지함을 극대화하는 천부적인 감각 아니 재능이라 할 수 있다.
솔직히 블루스 연주자의 기타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면 피치(음정)가 정확하진 않다. 데이비드 길모어의 기타소리도 앨범마다 곡마다 피치가 완벽하진 않다. 때론 음이 모자란 듯하고 때론 음정이 넘쳐 오버될 때도 있다. 이런 느낌들이 그의 감정표현을 서정적으로 만드는 원천 아닐까. 여기서 중요한 건 블루스는 특히 몇 분의 몇 음정까지도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화성적으로 완벽하게 정리가 안 되는 음악이라고 하는 것 같다는 사실이다.
펜더스트라토 캐스터에 픽업은 EMG 픽업을 사용한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쯤 전에는 외국 세션맨들이 펜더에 EMG 픽업으로 교체해서 쓰는 게 유행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펜더 기타고유의 빈티지하고 맹꽁이 같은 소리에 EMG 픽업의 현대적인 깔끔함이 섞여서 또 다른 매력적인 소리가 빚어져 나오기 때문이었다.
펜더 기타 외에 물론 깁슨이나 그렛치(Gretsch) 기타도 즐겨 사용한다. 불우한 환경의 사람을 돕기로도 유명하고 잘 생긴 만큼 잡지 모델로 인물값을 하기도 한다. 나이를 먹어도 멋지게 중후하게 늙어가고 있고 기타 소리는 여전히 나이를 먹지 않는다. 나는 핑크 플로이드를 통해서 프로그레시비 록의 정체를 알았다. 또 핑크 플로이드의 데이비드 길모어는 내게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블루스를 아름답게 이해시켜준 기타리스트였다.
기타리스트 유병열 : 前 윤도현 밴드의 기타리스트, 현재 그룹 비갠 후의 기타리스트로 활동 중
대표작 : 1999년 윤도현 밴드 < 한국 록 다시 부르기 >
최근작 : 2009년 비갠 후 < City Lif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