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윤종신 9월호에도 가을이 내려앉았다. 공일오비, 하림에 이어 세 번째 프로듀서로 등장한 이규호가 처음으로 기타곡을 썼다. 사색적인 가사가 잔잔히 흐르는 멜로디에 얹혀 담백한 음성으로 움튼다. 기타, 플루트, 건반도 욕심 없는 청명함으로 목소리를 감싸며 소박한 울림을 남긴다. 9집에 담긴 곡 '9월'과 함께, 가을의 서정성을 만끽하기 좋다.

노래는 여백을 존중한다. 그 빈자리에 펼쳐진 코스모스 언덕길로 투명한 바람이 한줄기 지나고 나면 시선은 어느새 여백의 끝으로 인도되고, 이 순결한 풍경은 '세상 밖으로 몰린' 것들의 헌신이 만든 아름다움일지도 모른다는 자각에 닿는다. 가을이 놓일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거룩한 낙하를 이루는 잎들처럼, 기억은 잊힌 게 아니라 몰린 것, 사라진 게 아니라 눈에서 먼 곳에 제쳐 두어진 것은 아닐까. 시간의 질서에 순응하는 계절과 밀려날 줄 아는 옛 추억처럼 서늘하게 다정한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