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리암 니슨의 방한효과 덕이든 아니든, 국내누적관객 2백만을 초과한데 이어 뒤늦게 개봉한 북미에서도 첫 주에만 5천만 달러 이상의 흥행수익을 거둬들였다. 이순에 액션스타로 거듭난 리암 니슨을 향한 영화팬들의 절대적 신뢰를 물론 간과할 수 없겠지만, 영화감독에서 제작자로 유명세를 연장하고 있는 뤽 베송의 영향력 또한 <테이큰> 시리즈의 성공열쇠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전편의 흥행전선을 잇는 속편 <테이큰 2>는 전편의 연장선상에 있되 사뭇 다르게 전개된다. 기본골격은 같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이질적이라는 말이다. 전편이 위험에 빠진 딸에 대한 가공할 부정을 전시했다면 속편은 거기서 더 나아가 가족단위로 확장된다. 딸은 물론 아내와 함께 모두 위험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구출해내야만 하는 한 남자, 비록 이혼한 사이지만 아빠이자 남편으로서 자신과 가족 모두의 생명을 구해야만 하는 무서운 상황에서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는 한편으로 원빈 주연의 <아저씨>와 자못 유사한 점을 내비치기도 한다. 최후의 결투장면에서 특히 그러한 유사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더불어 영화는 “니 자식만 중요하냐, 내 자식도 너만큼이나 중요하다.”라는 화두를 던진다. 죽은 아들에 대한 복수를 결심한 아버지와 그에 맞서 딸과 아내를 보호해야하는 아버지 간의 대 결투. 하지만 의아하게도 사회악의 자식을 둔 아버지의 위력이 상대적으로 허약하다. 주위 세력들이 아니면 그 자신으로는 대적이 안 된다. 다소 무기력하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양자 대결구도로 펼쳐지는 영화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단조롭지만 가족이라는 주제의식을 결말에 심어줌으로써 기분이 환해지는 상승효과를 충분히 발휘한다. 할리우드영화의 상식적인 공식이라 지리멸렬하다는 핀잔을 줄 수도 있는 면이다. 그래도 해피엔딩을 원하는 일반대중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긍정적 효과로 치환될 공산이 크다. 크리스토퍼 놀란과 같은 감독들의 기발한 착상을 숭배하는 이들이 있는 한편 대다수의 대중들은 단순 무지함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소소한 감동으로 기분을 상승시켜주는 영화들에서 환희를 찾기도 하기 때문이다.
감독을 바꾼 뤽 베송의 작품은 전편에 이어 작곡가 나다니엘 메샬리(Nathaniel Méchaly)에게 다시금 음악을 위탁했다. 국제적인 뤽 베송(Luc Besson) 표 액션영화라면 분노를 폭발하는 주인공의 캐릭터 성향에 준해 매우 공격적으로 쳐부수는 음악을 능숙하게 써낼 특정 작곡가를 필요로 한다. 나다니엘 메샬리는 숨이 차게 내달리는 이 타입의 영화들에 특성을 불어넣는 타악적 스코어링스타일은 물론, 선율적으로 흥미롭고 심리적으로 움직이는 음악으로 영화에 접근했다.
<리볼버>(Revolver)나 <콜롬비아나>(Colombiana)와 같은 영화들을 위해 쓴 사운드트랙에서 선보인 장점들뿐만 아니라 유행을 따른 감각적 사운드구성으로 베송의 브랜드에 부합했다. 전직 CIA요원으로 노년에 접어든 사내 브라이언 밀스의 활약과 내면을 투영한 소리의 화신이라 할 수 있다.
원작 <테이큰>에서 메샬리는 전속력으로 가속하는 리듬과 지역적 특성이 명징한 기악편성으로 영화음악을 구체화했다. 프랑스의 급소를 관통해 악의 세력들을 응징하는 아빠의 복수심을 전하는 한편 브라이언에게 강한 관현악적 감성을 부여해 하나뿐인 순진한 딸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인 아빠의 감정을 증대시켰다.
주류영화시장에서의 기대치 않은 성공으로 베송의 이력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은 원작의 속편에서는 그러나 브라이언의 딸 킴(매기 그레이스)에게 러닝슈즈를 신겨 납치된 부모를 돕게 만든다. 킴의 도움으로 브라이언은 다시금 정의의 응징을 복수에 가한다.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에서 벌어지는 추격의 연속과 함께 메샬리는 더욱 자신감 있는 음악적 가속도를 영상에 붙였다. 금속을 갈아서 내는 소리와 벼락처럼 강타하는 소리들을 가해 브라이언의 기를 물려받은 킴의 뜻밖의 활약에 강세를 주는데 주력했다. 그렇다고 킬러의 재능을 제 2의 천성으로 준 것은 아니다. 메샬리는 실제 교향악에 의해 조성된 감성적 분위기를 투영해 초인이 아닌 인간적 영웅의 감정이 서서히 고양될 수 있게 하는 한편, 비통한 복수심의 투지가 넘치는 악당들을 위한 인간성을 찾도록 했다.
속편의 스코어는 감정적 호르몬 분출 각성제로 만족스러울 뿐 아니라 총격전이 많은 컴퓨터게임음악처럼 킬 존을 관통하는 타악적 패턴으로 감정을 풍성하게 북돋우지만 액션 외의 장면에서는 인간의 내면적인 면모에 관객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웅적인 주인공으로 거듭난 킴의 캐릭터를 감안, 더욱 여성스러운 사운드의 음악으로 손쉽게 인상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다시 일어난 공포의 상황을 위해서지 그녀를 위해 특별히 음악적으로 강조한 것은 없다. 그녀는 다시 찾아온 공포감에 휩싸이지만 어쨌든 자신의 부모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나서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그러한 감정을 토대로 작곡가는 강하고 가극적인 액션스코어를 써 브라이언과 그의 딸 킴을 동일시하고자 했다.
<테이큰>에서 자신의 딸을 구하려고 질주하는 브라이이언의 행동은 음악의 열쇠가 되는 감정적 통로였다. 영화에서 아버지는 실제 거의 모든 것을 잃을 뻔 하지만 끝내 구출해냄으로써 스스로를 사면한다. <테이큰 2>에서는 무라드의 복수가 동일한 대상이다. <테이큰>에서 브라이언이 그랬던 것처럼 <테이큰 2>에서는 아들을 잃은 무라드가 격노와 극렬한 감정으로 대등하게 맞선다.
이스탄불을 특정무대로 펼쳐지는 영화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알바니아 폭력집단의 복수극을 그린다는 점에서 음악은 민족의 전통적인 색채가 응당 가미되었다. 일례로 아라비아의 바이올린 연주자 지에드 주아리(Zied Zouari)를 초빙, 그의 환상적인 연주로 몇 가지 테마를 연주한 것은 물론 오케스트라 상에서 아주 멋진 즉흥연주를 들려준다. 또한 타악기 연주자로 중동의 드러머 마티유 로베이트(Mathieu Robate)에게 리듬파트를 맡겼다.
하지만 그림엽서의 상투적인 문구와 같은 “민속적” 음악은 피하고자 했다. 예를 들면 이스탄불의 아랍시장에서 펼쳐지는 첫 번째 추격 장면에는 신서사이저 프로그래머 안토니아 갬베일(Antonio Gambale)에게 감정적으로 암울한 느낌이 지역적 무대의 배후를 넘어 그 이상의 강렬한 인상을 주도록 요청해 강한 전자음 위주의 스코어를 전개시켰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어떤 종류의 영화냐에 따라 음악에 미치는 영향도 각기 다르지만 모든 작곡가는 그 자신의 음악적 배경에서 독자성을 가지기 마련이다. <테이큰> 시리즈의 음악을 맡은 마샬리도 유럽음악에 기반해 나름의 다른 개념적 접근법을 염두에 두고 스코어를 썼을 테지만 결과적으로는 미국의 액션영화란 점에 입각해 방향을 설정했다.
요즘 타악기 위주로 화음을 전개시키는 액션스코어들이 점점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그 대표적 작곡가들로는 한스 짐머를 위시해 존 파웰 등을 들 수 있다. 그들은 현대 액션영화에 적합한 음악적 틀을 확립했다. 여러모로 이는 다른 장르영화들과 시대의 영화에 쓰인 음악스타일과 다르지 않다.
버나드 허먼이나 제리 골드스미스와 같은 거장들도 당대에 이와 같은 방식으로 영화음악을 썼고 그들의 영향에 현재에까지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테이큰 2>의 음악에 있어서 마샬리는 현악 군을 특히 중요하게 다뤄 음악의 하모니와 자신의 스타일을 표출해내고자 했다. 거기에 퍼커션의 강렬한 리듬과 전자음을 충돌시키고 조화해냄으로써 현대액션음악의 전형을 적절히 표방했다.
<테이큰 2>에서 기타의 사용은 흥미롭다. 헤비메탈과 민속적인 스타일, 양면에서 매력을 발산한다. 예를 들면 온화한 어쿠스틱 기타사운드는 현악 독주에 의한 테마와 조화를 이루면서 여린 감성적 매혹을 풍기고, 증폭된 록 기타사운드는 믿기 힘든 스트레스와 극렬한 감정을 불러내는 도구로 기능하는 식이다.
음악은 감독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제작자 뤽 베송이 최종단계에서 더 좋은 결과를 위해 논평을 가미하는 정도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할리우드액션음악의 형식미를 따르면서 오케스트라를 통해 작곡가 자신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강조하는 식으로 영화의 전개를 충실히 보조하는 스코어다.
영화의 사운드트랙에는 덧붙여 <드라이브>에 사용된 칼리지 앤 일렉트로닉 유스의 'A real hero'(진짜 영웅)와 크로매틱스의 'Tick of the clock'(재깍거리는 시계소리)을 포함해, 빌보드 싱글차트 탑10에 오른 런던 싱어송라이터 알렉스 클레어의 'Too close', 호주 3인조 얼터너티브 록밴드 피비 킬디어 앤 더 쇼트 스트러스(Phoebe Killdeer and the Short Straws) 등, 다소의 노래들이 실렸다.
수록곡
1. Taken 2
2. The Burial
3. Too Close – Alex Clare
4. Kim and Jamie's Car
5. Let Me – Phoebe Killdeer and the Short Straws
6. Back to Paris
7. Bryan Waiting for Leonore
8. Torture
9. Bagasaz – Kasbah Rockers Feat. Ozgür Sakar
10. Kim and Bryan on the Bosphorus
11. Murad Arrives
12. Pursuit in the Souk
13. Bryan and Leonore Are Taken
14. A Real Hero – College & Electric Youth
15. In the Van
16. Murad Faces Bryan
17. Bryan Escapes
18. Tick of the Clock – Chromatics
19. Kim Hides at the Hotel
20. Bosumus – Sabahat Akkiraz
21. Searching for Leonore
22. Fight in the Mammam
23. Death of Murad
24. Handyman – Henrik Wikstrom/Steve Mart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