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중반 버튼은 그러나 스톱-모션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유령신부>(2005)로 화제선상에서 유명세를 모았고, 디즈니로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의 감독직을 수락함과 동시에 <프랑켄위니>의 리메이크를 후속으로 맡아달라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3천5백만 달러의 제작예산으로 마침내 부활한 <프랑켄위니>는 감독의 장기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사상최초 흑백3D영화의 탄생이라는 면에서 고전적이면서도 짜릿한 모험심을 한층 더 자극하는 작품이다.
일부 언론과 평론가들은 탄탄한 줄거리구성에 유머와 애정이 가득담긴 버튼의 회심작에 호감을 표명하면서도 한편으론 지루할 정도로 재활용되는 캐릭터와 배경무대의 미술성에 아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만의 독특한 성향을 투영한 것이긴 하지만 소름끼칠 정도로 병적인 캐릭터들의 외관과 괴이한 분위기에서 오는 식상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뉴 홀랜드의 평화로운 마을에 사는 젊은 빅터 프랑켄스타인은 열정적인 과학도다. 흔히들 말하는 내성적인 천재 과학소년!.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다가도 모를 사고가 난다. 빅터의 애견 스파키가 사고사를 당한 것이다. 상실의 슬픔에 잠겨있던 빅터는 과학선생님에게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스파키 재생프로젝트를 비밀리에 감행한다. 결국 전기충격으로 죽은 견공을 되살려내는 데 성공한다. 초 명랑견공 스파키는 그러나 이전과 달리 온몸을 누더기처럼 기운 흉측한 모습으로 회생됐다. 물론 그 자체로 이웃들은 공포에 쫄고 당연히 마을엔 도피불가의 혼돈으로 난리가 난다.
이전의 두 작품, <크리스마스의 악몽>(1993)과 <유령신부>의 양식과 달리, <프랑켄위니>는 뮤지컬형식을 취하려는 어떤 시도도 없었다. 대신에 감독의 영원한 쿵짝 대니 엘프먼을 들여 관현악곡과 합창곡을 배경강조음악으로 써내게 했다. 필생의 두 콤비에게 15번째 합작품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잘된 이전 두 프로젝트의 특색과 장점들을 일부 따라가는 방식을 취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와 <유령신부>는 한편 간간이 내러티브적 연관성에서 불화를 보이곤 했다.
전작은 음악의 장르적 영향이, 후작은 중력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의 소지였다. <프랑켄위니>는 <가위손>만큼 화성의 이동과 전개적인 면에서 탄탄한 스코어이다. 하지만 장엄한 기세와 광대한 팽창력이 부재하다. 다량의 환상적 요소뿐만 아니라 극적인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점에서는 <샬롯의 거미줄>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엘프먼의 이전 몬스터 무비들의 연장선상에서 찬탄을 금지 못하게 한다.
<프랑켄위니>의 매력적인 부분은 분명히 유명세를 타던 엘프먼의 초기 기법들과 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근래 <다크 섀도우>를 위시해 비교할 다른 작품들을 더 찾아 되돌아보기 이전에 과장된 고딕적 음악구성요소들은 가히 최상급이라 할 만하다. 예의 전적으로 고풍스러운 엘프먼의 사운드구성이 바로 핵심이다. 일명 빈티지라고나 할까. 하지만 <프랑켄위니>를 위한 기악편성은 작곡가의 가장 감성적인 판타지와 드라마의 유형을 준수함과 동시에 고전 몬스터무비에 대한 경의를 스코어의 후반부에서 특히 표명하고 있다.
런던오케스트라는 통상적으로 목관악기 독주를 강조하면서 배짱 있는 액션 지시악절에 금관악기와 풍부한 베이스 스트링을 애정 어리게 접촉시키는 한편 스릴 있는 퍼커션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쥐락펴락하는 방식을 취한다. 합창은 예측가능한 강세를 주지만 우우거리는 탄성의 합창은 많은 경우에 더없이 행복한 기분을 조성해준다. 부활의 장면에서 특히 그 경외심은 극대화된다. 오늘날의 악기사용을 피한 엘프먼은 테라민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매우 고상한 분위기를 조성해내면서도 인공적인 합성음을 혼합해내는 통합방식은 의외로 절제했다.
은은한 포성처럼 울리는 오르간 또한 타당한 선정으로 후반부 지시악절로 쓰인 곡들에서 기세 좋게 울려 퍼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다크 섀도우>에서 엘프먼은 자신이 할리우드에 입성해서 주로 쓴 관현악적 판타지에 다시 귀의할 것을 하면서 그 효과를 톡톡히 봤따. <프랑켄위니>에서 그 열광적인 감격과 흥분은 확실히 동일한 영역을 탐구한다. 스코어의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개성은 극히 매력적이고 심포니사운드는 활기차고 안정되게 패러디적인 음악의 감정을 유효 적절히 전해준다.
<프랑켄위니>의 스코어가 관심을 유지케 하는 데는 주제적인 핵심선율들을 발전해내는 기법에서도 찾을 수 있다. 네 개의 메인테마를 사용해 내러티브에 단단히 옳아 맨 방식은 확실히 성공적이다. 한편으로 테마들은 또한 스코어의 단점이기도 하다. 근본적인 화음진행이 이전작품들을 연상시키고 지나치게 단순화되었다. 엘프먼의 이력에서 실로 다른 점을 찾을 수 없다. 탁월한 역작이지 놀라운 수작은 아니라는 말이다. 주제적인 악상은 '선'과 '악'이라는 기본적인 개념으로 균등히 나뉜다. 이는 두 주인공캐릭터에게 공히 반영되고 일종의 분신과도 같은 테마들을 야기한다. 엘프먼은 무시무시하게 큰 전력이 흐르기 시작하는 사이 음속의 배틀 속에 그 특유의 독자적 소리들을 상충시킨다.
<프랑켄위니>의 낙관적인 면에서, 빅터와 스파키 두 중심캐릭터들은 자신들의 진심어린 테마를 맞는다. 스파키를 위한 악상은 상쾌한 교외의 묘사로서 기분을 배가시킨다. 스파키의 테마는 '메인 타이틀'에서 명랑쾌활하게 열광적인 사운드를 쏟아내기 시작하고 스코어가 전개됨에 따라 꾸준히 계속해서 슬픈 애조의 기미를 보인다. 처음엔 생기 넘치게 시작해 화음전개와 리듬을 통해 제임스 호너나 제리 골드스미스의 밝고 극적인 가족영화음악을 연상시키는 빈티지 감성을 불러낸다.
초반의 밝고 경쾌한 큐들이 지나가고 나면 소란스럽고 의도적으로 활상하는 연주가 'Game of death'에서 운명적으로 이어진다. 엘프먼은 'The funeral'에서 피아노독주로 테마를 요약해 들려주고, 지시악절로 쓰인 곡 'Electricity'의 끝에 다정하게 반주하기 전에 이의 화음진행을 해체해버린다. 스파키가 부활한 후 테마는 무언가 빗나가고 엉망이 돼가는 분위기를 적절한 명과 암의 혼합반주로 전해진다. 'Sparky's day out'의 끝에서 그늘지게 묘사되는 테마는 가장 행복한 시간들을 추억하는 동안에는 환하게 연주되며 분위기를 고른다.
'Dad's talk'과 'The bride/edgar knows'에서 피아노 독주와 소심하게 활발한 버전으로 분위기 전환을 노린 스코어는 'Invisible fish/search for sparky'에서 스산하고 음험한 기운을 한껏 발산하고는 'A premoniton'에서 유령 같은 분위기를 내는 테라민과 함께 점점 더 신나고 쾌활한 분위기로 마무리된다. 'Mom's discovery/farewell'와 'Making monsters'에서 불신감으로 기를 쓰다가 숙고하는 무드로 흐르는 테마는 클로징 큐들에 이르러 행복감을 되찾는다. 'Final confrontation'에서 합창과 활상하는 오케스트라의 결합으로 기세등등하게 전개되고 'Happy ending'에서 온화하고 진심어린 음조를 되찾으며 더없는 행복감에 빠지도록 관객들의 감성을 이끈다.
<프랑켄위니>에서 주인공 빅터와 그의 애견 스파키를 위해 쓴 매력적인 테마의 진정한 마법은 'Electricity'에서 발휘되기 시작한다. 2분44초에서 다시 애정 어린 합창으로 전환되기 전 1분55초에서 첼로반주로 동질감을 불러낸다. 부활 이후는 'Re-animation'에서 마무리된다. 빅터의 성공적인 시도는 희비극적이지만 큐의 마지막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테마의 연주로 음악적 스토리텔링을 강조한다. 'Dad's talk'에서 상냥한 감각의 첼레스타 반주와 'Invisible fish/search for sparky'의 말에 계속되다 종결되는 합창은 빅터의 집요하고 끈질긴 성향을 지속적으로 상시킨다.
'Mom's discovery/farewell'의 결론에서 유사한 처리는 스토리에 슬픔의 요소를 확고히 융통한다. 엘프먼은 'Happy ending'에서 필연적으로 장엄함으로 악상을 확실히 표출했다. <프랑켄위니>를 위해 쓴 스코어는 두 주인공캐릭터들을 위해 더욱 어두운 음악적 독자성을 부여함으로써 실로 마음에 드는 청취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고딕적으로 폭발하는 기세는 무서운 공포감을 주기보다 지시악절로 쓰인 각 곡들에서 울려 퍼지면서 굉장한 충격을 가한다.
'Electricity'의 시작에 엘프먼은 이 두 테마를 병치해 전개한다. 광기어린 과학적 빅터의 일면과 스파키를 재창조하는 다른 면의 병행. 이 악상들은 스코어에서 서로 경쟁하듯 멋지게 연주되고 동시에 중복되기도 하며 각기 거창한 브라스와 오르간연주로 사악한 승리의 쾌감을 불러내기도 한다. 여기서 작곡가는 분명히 고전 괴물영화들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방식을 채용했다.
흥미롭게도 엘프먼이 전개시켜낸 이 두개의 악상은 전반적으로 캐릭터에 귀속된 개성적 테마임과 동시에 응용성 면에서도 두드러진다. 'When you wish upon a star'에 껴드는 디즈니 로고 큐는 <다크 섀도우>의 6화음테마와 유사하고 이는 빅터의 광적인 과학자적 기질과 괴물의 요소를 공히 표출한다. 이는 또한 'Electricity'로 1분24초에 적절히 도입되고, 3분15초에서 테레민이 가미돼 차츰 고조되는 'Re-animation'의 도중에 연속해서 강조되어 나타난다.
'Sparky's day out'의 1분14초에서 불길한 징후로 나타낸 후 엘프먼은 'Invisible fish/search for sparky'에서 몇몇 변주를 통해 악상을 강렬하게 재조정한다. 변덕스러운 목관악기 연주와 오르간의 폭발적 사운드 그리고 끝에 빅터의 애정 어린 테마로 변화무쌍하게 연주되어 묘사된다. 'Making monsters'에서 파편적인 오르간 연주로 연계되고 'Pool monsters attack'에서 덜 확실히 나타나지만 'Mad monster party'에서 광란의 자극적 분위기는 더욱 자주 반복 묘사되며 시각적 집중력을 한층 더 강화한다.
보너스로 실린 두 개의 큐 중 'Alternate mail titles'는 역시 테마가 현저히 특징적으로 나타나지만 중반에 더 온화하게 변주된다. 다소 무익한 서스펜스 큐 'Over the fence'는 테마를 어렴풋이 암시한다. 때로 합쳐져 들리는 두 주인공캐릭터들의 테마는 결국 'Happy ending'에서 하나 되어 같이 나타난다. 빅터의 테마는 <프랑켄위니>에서 눈물을 글썽이게 하는 감탄을 자아내지만 너무 파생적인 면을 간과할 수 없다. 작곡가의 이전 스코어들에서 흔히 연속해서 강하하는 4화음 형태로 나타난 음형의 또 다른 재생에 지나지 않은 감이 짙다.
달래는 위로조의 합창도 기존의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진 못하지만 이 모티프가 기능적으로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새삼 부연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프랑켄위니>의 스코어는 결과적으로 엘프먼의 과거 판타지와 연결되어 있으며 스파키의 눈부신 테마처럼 신비로운 개성이 고딕풍의 영상과 상관해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해주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수록곡-
1. Frankenweenie Disney Logo 프랑켄위니 디즈니 로고
2. Main Titles 메인타이틀
3. Mr. Burgermeister/Noses Meet 커거마이스터 씨/노이지스 만나다
4. Game of Death 죽음의 게임
5. The Funeral 장례식
6. Electricity 전기장치
7. Re-Animation 소생
8. Sparky's Day Out 스파키의 하루
9. Dad's Talk 아빠의 말씀
10. The Bride/Edgar Knows 신부/에드가는 안다
11. Invisible Fish/Search for Sparky 투명물고기/스카피를 찾아서
12. A Premonition 예감
13. The Speech 연설
14. Mom's Discovery/Farewell 엄마의 발견/작별
15. Getting Ready 준비
16. Making Monsters 괴물만들기
17. Pool Monsters Attack 웅덩이 괴물들 공격
18. Mad Monster Party 미친 괴물들의 파티
19. Final Confrontation 최후의 결전
20. Happy Ending 행복한 결말
Bonus Tracks:
21. Alternate Main Titles 대체 메인타이틀
22. Over the Fence 울타리를 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