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vs 양현석” 이라는 수식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그룹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보컬-댄서', '창작자-공연자'라는 역할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현석이 'YG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빅뱅과 2NE1을 히트시키고, 싸이와 에픽하이를 영입함으로써 두 사람의 입지는 비등해졌다. 물론 둘을 억지로 한 판에 올려놓고 단순한 잣대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한 쪽은 음악사에, 한 쪽은 음악 산업을 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장 가까운 동료로 출발하여 가장 다른 형태의 활동으로 대한민국 음악계의 거물이 되었다. 양현석, 그러니까 YG엔터테인먼트의 중추가 'G-드래곤'이라는데는 별로 이견이 없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그 핵심멤버는 서태지와 굉장히 닮아있다.
서태지와 G-드래곤의 유사점은 양현석의 '전략적 의도'일 수도, '본능적 습득'일 수도 있다. 표면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거듭나는' 진로 방향의 일치다. 아이돌그룹 '빅뱅'의 리더인 G-드래곤은 데뷔 때부터 작사, 작곡 능력을 부각시키며 아티스트행 진입로를 닦아왔다. 이후 빅뱅은 물론이고 GD&TOP, 2NE1과의 주도적인 작업으로 프로듀서와 작곡가로서의 경력도 착실히 쌓았다. 솔로 2집에 와서는 음악 뿐 아니라 마케팅, 컨셉도 스스로 결정하며 주체적인 역량을 발휘한다. 여기서 잠시 살필 점은 < One of a Kind > 활동당시, 음악프로그램 2번, 쇼프로그램 1번, 라디오 2번의 제한적인 방송 내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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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스캔들에 대한 '정면 돌파'도 공통된 스타일이다. 서태지는 'Come back home' 표절의혹이 제기되자 표절로 지목된 곡의 원작자-사이프로스 힐(Cypress Hill)에게 자신의 테이프를 보냈고, 콘(Korn)과의 표절 시비가 있을 때는 아예 콘을 한국에 초대해 합동공연을 했다. 이는 어렵지 않게 'G-드래곤의 표절 시비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그 역시 '하트브레이커(Heartbreaker)'의 표절논란을 비교대상이었던 플로 라이다(Flo Rida)와 한 무대에 서면서 진화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나를 닮을 순 없네 날 세상에 알릴 거야
나 역시 그 누구를 따라 하진 않겠어 나의 유일함을 위해
- 서태지와 아이들 '수시아'
음악에 담은 '삶의 모토'나 '지향점'도 일정부분은 빼닮았다. 두 뮤지션 모두 여러 노래에서 '유일한 존재, 나다운 내가 되어야 한다'고 노래한다. 특히 G-드래곤에게 이런 '단독성의 의지'는 아이돌의 약점 -기획사가 만들어주는 데로 노래하고, 입혀주는 데로 입는 꼭두각시-에서 탈피하여 자신만의 독보적인 자리를 획득한다. 서태지의 '수시아(誰是我 유일한 나)' 선언은 십수년이 지나 G-드래곤의 1집 'Korean dream'과 솔로 2집 < One of a Kind (유일한 사람) >에 움터있다.
날 좀 내버려 두세요 (중략) 내 맘대로 할래요
우린 뭔가 다를래요 (어떻게-) 남들처럼 안할래요 (저렇게-)
- G-드래곤 'Korean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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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서태지'를 폐기한 '제 1의 G-드래곤'
이제부터는 온전히 G-드래곤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사실 G-드래곤은 서태지가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뚜렷하게 'G표 타입'을 내세우며 '제 2의 누구'라는 거추장스러운 직함을 경계한다. 서태지가 사생활을 거의 감춘 '순고한 영웅'에 가깝다면 그는 '불경한 악동'이다. 그는 주저 없이 번쩍거리는 액세서리로 자신을 치장하고, 건들거리며, 자신감에 가득 차 'Why so serious?'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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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대한민국의 노래가 빌보드 차트 '7주 연속 2위'에 오르는 이 상황에서 누군가의 내일을 예측한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신하는 바는 앞으로 G-드래곤의 행보가 '산업이 출산한 아이돌'의 '미래'가 될 것이며, 머지않아 그들의 '워너비'가 되리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