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연장 운행으로 공연 역시 30분이 늦춰진 8시 30분경 시작된다는 공지가 있었다. 미리 입장한 올림픽 홀에는 끈적끈적한 블루스곡이 흘러나와 관객들을 예열시켰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과 전태관은 팬들의 플래시 세례에 멋진 포즈를 취해주는 여유를 보여주기도 했다. 스팅은 변함없이 몸매를 과시하는(?) 쫄티와 상징적인 빈티지 펜더 프레시전 베이스를 매고 등장했다. 환갑이 넘은 나이임에도 매력 넘치는 잉글리시맨의 모습 그 자체였다. 'If I ever lose my faith in you'로 공연은 시작됐다. 최고의 컨디션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박력 넘치는 스타트였다. 곡의 막바지에서는 “안녕 서울!”이라는 인사말을 건네고는 '고마워'인지 '곤방와(今晩は)'인지 모를 발음의 감사 멘트를 했다. 약간 의구심이 들었지만, '고마워'로 인식했다. 주위의 관객들도 “방금, '곤방와'라고 했지?”라며 의아해하기도 했다.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비슷한 인사는 한 번 더 있었다.
스텝이 건네준 여우 인형을 보여주며 곡에 대해 설명을 했다. “한국말로 이것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영어로는 폭스(Fox)라고 한다.”라고 하자 객석에서는 “여우!!”라며 답을 외쳤다. 그렇지만 “나중에 알려줘!”라며 익살스러운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 노래는 수컷 여우와 암컷 여우 그리고 삶과 사랑, 죽음에 대한 노래다."라는 소개로 'The end of the game'을 연주했다. 낭만의 'Fields of gold'가 바로 이어졌고, 화끈한 록 넘버 'Driven to tears'에서는 기타와 바이올린의 화려한 솔로 연주가 객석을 압도했다. "내가 'Heavy cloud'라고 하면, 너희는 'No rain!'이라고 외쳐줘!"라며 두 번의 연습까지 해보고는 "Perfect!"라며 답례와 함께 곡을 시작했다. 'Heavy cloud no rain'은 예상대로 관객과 뮤지션의 완벽한 콤비네이션으로 이어졌다. 시키면 뭐든 온 힘을 다한다는 태세로 “No rain!”을 목 놓아 외쳐댔다. 한국의 관객은 '공연장의 모범생'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명곡 'Message in a bottle'은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과 열정적인 박수가 곡의 연주와 어우러졌다. <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송 100 >의 단골손님인 'Shape of my heart'의 간주가 나오자 모두가 경청의 자세로 임했다. 곡의 감동은 끝나지 않고 영원히 지속할 것만 같았다. 계절과 날씨에 가장 잘 어울렸던 곡은 'The hounds of winter'로 곡의 절정에 터져 나온 스팅의 늑대 울음소리는 묘한 냉기로 다가왔다.
첫 앙코르인 'Desert rose'에서부터는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공연을 즐겨다. 모두가 함께 어깨동무하며 하며 릴 춤이라도 춰야 할 듯한 흥겨운 시간이었다. 'King of pain'이 흘러나왔을 때도 자리에 앉는 이는 없이 막바지까지 모두가 함께 음악을 즐겼다. 'Every breath you take'가 시작되었을 때 옆자리의 한 여성 관객이 “우리나라 노래 같아!”라며 비명에 가까운 탄성을 질렀다. 크게 공감한다. 그를 추억하고, 기억하는 최고의 곡으로 기억될 테니 말이다. 밴드는 잠깐 자리를 비웠고, 바로 두 번째 앙코르가 이어졌다. 'Next to you'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이어졌다. 스팅도 '강남스타일'의 열풍을 인식했는지 곰 인형 탈을 쓴 스텝이 곡에 맞춰 싸이의 말춤을 추기도 했다.
곡이 마무리되고 공연이 끝난 줄 알았지만, 스팅은 나일론 기타를 들고 나와 'Fragile'의 도입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순간 자리를 뜨려던 모두는 멈춰 섰고 거장의 목소리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숨죽여 그 선율에 집중했다. '감동의 서사시'라는 표현은 이럴 때 필요한 말일 것이다. 곡이 마무리되고 “와줘서 고맙다. 다음에 다시 만나자!”라는 짧은 작별인사를 남기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
다른 해보다 유난히 많은 뮤지션들이 이 땅을 밟은 해로 기억될 것이다. 너무도 몰린 탓일까. 맥스웰(Maxwell)과 메이시 그레이(Macy Gray), 그리고 엘튼 존의 부산 공연이 티켓 판매의 부진을 이유로 취소되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2012년에 있던 내한공연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공연장을 다니며 다양한 장르의 라이브를 접했다. 큰 감흥과 감동을 받기도 했고, 실망적인 인상을 남겼던 무대도 있었다. 12월 5일 스팅의 밴드는 공연의 막바지까지도 관객들에게 긴장을 늦추지 않게 했다. 연주했던 모든 곡을 집중하게 하는 베테랑의 연륜이 느껴졌다. 특히 이날의 스팅은 지칠 줄 모르는 에너자이저였다. 현장을 찾았던 모두는 스스로 음악을 사랑하고 있음에 행복했다. 또, 12월 5일 밤 연주되었던 노래가 스팅의 것임에 다시 한 번 감사했다. 그들의 무대는 2012년 내한공연 퍼레이드의 '환상적인 피날래'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