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적인 예들이 바로 2000년대 초반까지 활동했던 밴드 나비효과와 레이시오스(The Ratios)에서의 결과물들이다. 특히 나비효과의 두 번째 앨범 < 2nd >와 레이시오스의 첫 작품 < Burning Telepathy >를 들어보자. 전자음의 향연 앞에서 < 은퇴선언 >에서 존재감을 발산하던 시나위의 김바다는 도통 떠올리기 쉽지 않다. 당시의 음악들에는 1980년대의 뉴 웨이브 사운드나 신스 팝 식 터치가 보였고, 인더스트리얼의 요소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앨범을 발매한 연도만 되짚어도 해당 밴드들에서의 활동기간이 5년은 된다. 국내 가요 신에서는 크게 뚜렷하지 않은 행보였다고 해도 아티스트 개인에게 있어서는 적지 않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의 실험적인 잔향이 신보의 곳곳에서 드러난다. 싱글로 먼저 공개했던 'Searching'과 인트로라 할 수 있는 첫 곡 'N. surf'가 적확한 증거다. 기본 틀은 록의 문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위에 얹은 전자음은 앞선 이력들에서 보여주었던 일렉트로니카의 시도가 낳은 결과물이다. 그렇기에 대중적 성향에 가까워 소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트랙은 록발라드 넘버인 타이틀 곡 '베인'이지만 김바다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의미가 조금 더 쏠리는 쪽은 'N. surf'와 'Searching'이라 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는 네 곡이 담긴 EP 형식의 짧은 작품이나 < N. Surf Part 1 >은 김바다의 이름을 내건 첫 번째 음반이다. 이를 고려해보면 신보에서 드러나는 전자 음악과의 접목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소 어색할 수도 있는 앨범의 접근 방식은 2000년 직후부터 행해왔던 시도들이 낳은 자양분들에 근거한 것이며, 동시에 시나위와 아트 오브 파티스(Art Of Parties)에서의 강렬한 로큰롤과 맞대어 도출해 낸 절충안이라 보는 것이 합당하다. 그리고 이는 한두 가지의 음악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아티스트의 의도를 담긴 지표이기도 하다. 소울의 느낌이 보이는 '푸르게 떠나' 역시 이러한 방향에서 비롯된 곡이다.
물론 이 앨범 한 장만으로는 큰 성과를 바라보기 힘들다. 그러나 솔로 커리어의 방향을 제시하고 20년이 넘는 경력을 정리해보는 첫 단계라는 점에서 신보는 쉽게 넘길 수 없는 작품이다. 'Part 1'이라는 두 단어가 음반을 수식한다. 결코 네 곡으로만 끝날 출발이 아니라는 뜻이다. 무게가 실리는 쪽은 분명 앞으로 나올 정규 앨범을 포함한 이후의 결과물들이다. 그 지점에 이르러서 조명을 다시 해야겠지만, 일단 시작이 좋다.
-수록곡-
1. N. Surf
2. Searching

3. 베인
4. 푸르게 떠나

5. 베인 (Radio edit)